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최연소 임용 기록을 세웠던 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 석학이 미국 제재명단에 오른 중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정년을 마친 국내 석학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어 두뇌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송익호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2월 정년 퇴임한 뒤 중국 쓰촨성 청두시에 위치하고 있는 전자과학기술대(UESTC) 기초 및 첨단과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했다.
특히 이 대학은 전자전 무기설계 소프트웨어와 전장 에뮬레이터 등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2012년 미 상무부의 수출규제 명단에 올랐다. 송 교수는 이 대학에서 신호탐지와 통신이론, 인공지능(AI) 관련 연구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과학기술 굴기’로 대표되는 공격적인 과학자 우대정책으로 우리나라보다 과학자들의 위상이 높은 수준이다. 중국 양원(중국과학원·중국공정원) 원사제도는 최고 과학자 직책으로 원사로 선정되면 차관급 대우를 평생 받을 수 있다.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소속 기관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이공계 석학들이 중국으로 속속 떠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고급 인력을 위한 정년 연장 등 일자리가 부족하고 연구 환경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 이영희 성균관대 HCR 석좌교수, 홍순형 카이스트 명예교수,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 등 정년이 지난 석학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이동한 바 있다.
송 교수는 1982년 서울대 전자공학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8년 28세로 당시 최연소 카이스트 교수로 임용돼 37년간 카이스트에서 연구를 해왔다. 신호 검파와 무선 이동통신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영역을 구축, 세계적으로 연구성과를 인정받았으며 국제 학술지에 100여편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는 등 왕성한 학술 할동을 펼쳐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했고,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을 지내며 국제 특허 5개와 국내 특허 26개를 보유했다. 2000년 대한민국 청년과학자상, 2006년 IET 공로상, KICS 해동정보통신학술상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송 교수는 이직 배경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의 중국행은 정년 후 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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