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생산 시설 없는 제약사에 100% 관세"
셀트리온·SK바이오팜 등 영향권…"고율 관세는 예고된 위협"
美 공장 인수 및 재고 확보 속도…"단기 영향 제한적"
트럼프가 자국 내 생산 시설이 없는 기업의 수입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영향권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고 마련, 현지 생산 시설 확보 등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당장의 충격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10월 1일부터 제약사가 의약품 제조 공장을 미국에서 건설 중이지 않을 경우 모든 브랜드나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제약사가 미국 내에서 제조 공장을 건설 중일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의약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의약품에) 처음에는 작은 관세를 부과하지만 1년~1년 반 안에 세율을 150%, 이후 25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는 의약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상무부 장관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섹션 232 조사’도 시작했다. 현재 미국이 수입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대체로 15~25% 선이다.
‘예고된 위협’…선제 대응으로 영향력 크지 않아
국내 시장에서는 미 판매 비중이 높은 셀트리온, SK바이오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다만 해당 기업들은 이미 ‘예고된 위협’이었다며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부터 의약품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만큼 업계는 이미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놨다는 설명이다.
2년치 재고 확보, 현지 CMO(위탁생산) 기업과의 협업 등을 중심으로 대응안을 마련했던 셀트리온은 최근 일라이 릴리의 미국 현지 공장 인수 계획도 밝히며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이탈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소재 공장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장 인수 대금은 약 4600억원이다.
서 회장은 “미국이 메이드 인 USA를 원한다면 현지 투자를 하는 것이 답”이라며 “지난주 토요일 본 계약을 체결하며 길었던 관세 리스크에서 우리는 완전히 이탈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생산 시설 변경과 증설까지 실현되면 미국 내 공급하는 주력 제품 뿐만 아니라 향후 출시될 제품들도 일찌감치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
서 회장은 “경영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현지 공장 인수로) 미국의 약가 인하와 관세라는 두 가지 큰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됐다”며 “현지 투자가 어려운 경쟁자 3분의 2는 도태, 선제적인 투자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했다.
미국 시장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판매하고 있는 SK바이오팜도 사정권에 놓였다.
올해 상반기 SK바이오팜의 전체 매출은 3207억원으로 이 중 미국 매출은 93%에 해당하는 2983억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현지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세노바메이트의 판매 호조에 따른 것이다. SK바이오팜은 올해 미국에서만 최대 6000억원의 세노바메이트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한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SK바이오팜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SK바이오팜은 무역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미 미국 내 생산을 위한 현지 공장의 FDA 승인을 받아두는 등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현재 확보된 재고 물량과 함께 미국 내 생산을 준비한 만큼, 이번 관세 발표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발표되지 않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내에 생산 공장 건설과 관련해서도 생산 물량 규모가 크지 않고 SK그룹이 확보한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큰 부담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은 이번 관세 부과 영향이 제한적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의 소유권을 가진 고객사가 관세를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세 리스크 속에서도 대규모 수주 소식을 발표해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월 유럽 및 아시아 소재 제약사와 총 4405억원 규모의 CMO 계약 2건을 체결하는 등 올해에만 총 4건의 신규 계약(공시 기준)을 맺었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점차 올릴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고율 관세라고 판단할 경우, 고객사가 CDMO 업체에 이를 분담하자고 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6월 바이오 USA 현장에서 “현재 CDMO 사업은 일반적으로 고객사가 관세를 부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일부 국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무역 장벽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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