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 브랜드 '쎄비' "유튜브 쇼핑 앞세워 2030 고객층 얻었다" [D-피플라운지]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5.09.22 07:00  수정 2025.09.22 07:00

18일 강상원 쎄비 대표 데일리안 인터뷰

전통 뜨개실 기업, 문화 플랫폼으로 변신

유튜브 채널 30만 눈앞…쇼핑 기능 연계해 매출 상승

유튜브 활용해 K뜨개질 글로벌 진출 모색

강상원 쎄비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쎄비하우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1980년 작은 뜨개실 기업으로 출발한 ‘필립섬유’가 40여년 만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쎄비(SEVY)’다.


‘Share Every Valuable Yours’, 손끝에서 탄생하는 모든 가치를 공유한다는 이름처럼 쎄비는 단순한 뜨개실 브랜드를 넘어 뜨개질 문화를 전파하는 뜨개질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


강상원 대표는 이 같은 변화를 직접 설계한 장본인이다.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으로 눈을 돌렸고, 지금도 직접 도안을 만들고 콘텐츠를 기획·촬영하는 ‘크리에이터형 CEO’로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그가 말하는 쎄비의 성장 비결은 단순한 유통이 아닌 ‘가치 있는 콘텐츠’다.


강 대표는 지난 18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쎄비 사무실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쎄비'를 "단순히 실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뜨개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며 "작가들과 협업하고 창작자들과 여러가지 부가가치를 창출해 유통하고 판매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런 쎄비의 디지털 전환을 견인한 것은 바로 유튜브다. 구독자 수는 2023년 3만명에서 2025년 29만명으로 급증했다.


강 대표는 "일반 뜨개방을 가더라도 사람들이 제대로 뜨개질을 배울 수 없고 학원이 없는 지방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뜨개질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었다"며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집에서 즐기는 취미가 각광을 얻었고, 유튜브에 뜨개 영상을 올리는 창작자들이 등장하면서 쎄비도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다.


강상원 대표는 “매주 새로운 영상을 올리며 현재는 30만 구독자를 눈앞에 두고 있다”며 “60여명의 작가와 협업해 자체 실로 제작한 키트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며 성과를 냈던 것 같다"고 했다.


쎄비 유튜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얼굴 대신 손만 등장하는’ 영상 방식이다.


디자이너와 협업 작가들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기보다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보여주면서, 뜨개와 수예의 섬세한 손동작과 몰입감을 전달한다.


영상 제작 과정은 철저하게 준비된다. 완성본은 1시간 안팎이지만 촬영에는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모든 과정은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설명과 단계를 담아, 처음 뜨개를 접하는 사람부터 숙련자까지 아우르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강 대표는 "노이즈 없이 촬영될 수 있도록 바운스판을 활용하고, 손에 초점을 더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카메라 세팅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쎄비는 최근 숏폼 콘텐츠와 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와 노하우를 전달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강 대표는 "요즘엔 뜨개질에 대한 꿀팁을 알려드리는 콘텐츠가 반응이 좋다. 1~2시간짜리 영상보다 꿀팁을 담은 숏폼을 통해 많은 분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며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일반 영상을 통해 구독자가 100명 정도가 늘었다면 꿀팁을 담은 1~2분짜리 숏폼 콘텐츠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체적인 영상 시청 시간만 봐도 숏폼이 월등히 높다"고 했다.


쎄비하우스에 전시된 뜨개실의 모습. ⓒ데일리안 남가희 기자

쎄비는 이렇게 공들여 만든 콘텐츠를 매출과도 연결하고 있다.


강 대표는 카페24의 플랫폼을 통해 '유튜브 쇼핑' 기능을 적용, 제품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자사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대상 직접 판매) 쇼핑몰과 유튜브 채널을 연결해 콘텐츠와 스토어탭에서 뜨개실, 뜨개질 키트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유튜브 쇼핑을 도입한 이후 매출도 계속 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유튜브 쇼핑 도입 이전에는 그냥 댓글에 URL만 남겨 놓는 정도였다. 그러나 유튜브 쇼핑 기능을 도입하고 나서 고객들이 상품을 따로 찾는 그런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이 많았다. 실제 방문객 수를 살펴보면 유튜브에서 저희 쇼핑몰로 유입되는 비율이 7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D2C 쇼핑몰에서 유튜브 쇼핑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카페24 플랫폼을 선택했다"며 "이용하고 보니 카페24가 판매자들을 위해 개발을 쉬지 않고 해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기능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카페24에서 필요한 기능을 만들어주셔서 굉장히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쎄비는 유튜브 쇼핑 기능 도입 이후 고객층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맞았다.


기존에는 40~50대 여성 고객이 60%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20대 고객 비중이 10%에서 30%로, 30대는 20%로 확대됐다. 강 대표는 "젊은 세대가 자연스럽게 쎄비를 접하면서 2030 고객층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의 성과는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쎄비는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복합문화공간 ‘쎄비하우스’를 열고 브랜드 경험을 확장했다.


이곳은 단순 매장이 아니라 협업 작가 60여 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고객이 실과 완성품을 함께 보며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고층 라운지는 호텔 라운지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뜨개를 즐기는 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오랜 시간 머물며 자신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쎄비' 유튜브 채널 캡처. ⓒ쎄비

오프라인 공간인 쎄비하우스에도 유튜브 콘텐츠와의 연계를 강화했다.


매장 내 상품에는 유튜브 콘텐츠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장치가 적용돼 있어,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본 제품을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강 대표는 “그간 메일이나 유튜브 댓글 또는 DM을 통해 해외에서 콘텐츠를 접했는데 직접 구매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아무래도 성수동은 해외 관광객 유입이 많은 지역인 만큼 이들에게 직접적인 비즈니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고 나아가 수출을 하는 것을 목표로 성수에 오프라인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쎄비의 향후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그는 “대바늘은 북유럽이 강하고, 코바늘은 일본의 영향이 컸지만 지금은 한국이 코바늘 콘텐츠에서 앞서 있다”며 “북유럽이나 유럽 전반에 없는 한국의 뜨개질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해 전파하고 싶다. 세계 주요 도시에 쎄비하우스를 세워 한국 손뜨개 문화를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디지털 전환을 고민하는 전통 기업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가장 중요한 건 대표의 마인드"라며 "시장은 이미 온라인으로 변했는데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실패하더라도 먼저 움직이고 부딪혀야 한다. 퍼스트 무버로 적응하는 것, 그것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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