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가까운 예산 미집행…청년 자산 형성 정책 실효성 논란
청년 고용 불안 심화… 저축 여력 부족한 현실 외면
중도해지율 치솟아… 미래적금도 실효성 의문
청년층의 구직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내놓은 ‘청년미래적금’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청년층의 구직난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위해 내놓은 ‘청년미래적금’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 주도 적금 상품을 만들어 이자를 지원해주는 정책이라지만 취준(취업준비) 기간이 늘어나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청년 자산형성 지원 관련 사업에 8688억원을 편성했다. 청년미래적금 사업에 7446억원, 청년도약계좌 사업에 1242억원을 배정했다.
청년미래적금 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문재인 정부의 ‘청년희망적금’,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에 이어 세 번째로 등장한 정책금융상품이다.
예적금 상품이 2~3%대의 금리에 머무는 데 반해, 이같은 정책금융상품들이 국가 예산을 통해 높은 이자에 기여금까지 얹어 주는 방식이다.
만기 시 이자와 비과세 혜택을 포함하면 연 9% 이상의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상품이 새로 나올 때마다 관심이 쏟아졌다.
하지만 청년도약계좌의 경우 2023년 시작된 사업이 2024년까지 예산 미집행액만 3149억8000만원에 달한다. 총 예산(6038억원)의 절반 이상이 남았다.
금융당국이 예상 가입자 수를 과도하게 책정한 탓이다. 2023년 6월 출시돼 같은해 7월부터 시행된 청년도약계좌의 예상 가입자 수는 306만명이었으나 누적 가입자는 196만6000명에 그쳤다.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은 도입 첫해 8.2%에서 지난해 14.7%, 올해 4월 15.3%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가입자 중 30만1000명이 중도 해지를 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청년들의 ‘고용불안’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고용률은 45.8%로 전년 대비 0.7%p 하락해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0대 가운데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일할 의사도 없는 ‘쉬었음’ 인구가 42만1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교 이상 학력의 쉬었음 청년은 2019년 13만3000명(36.8%)에서 2023년 15만3000명(38.3%)으로 증가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이 첫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 평균 연령은 27.6세다. 인턴,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인력 채용이 많아진 채용시장에서 대졸 신입에게도 ‘경력’을 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택해 고용 안정성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취업 준비 기간에 경력을 쌓는 시간까지 쌓여 사회 진입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년으로 인정되는 만 19세~만 34세 기간 중 상당기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에 장기간 적지 않은 금액을 꾸준히 납입할 여력이 없어 아무리 혜택이 좋다고 하더라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3월 발표된 ‘청년금융 실태조사’에서 청년도약계좌 해지 사유를 묻는 질문에 ‘실업 또는 소득 감소’라고 답한 응답자는 39%였다. ‘생활비 상승’ 때문에 해지해야 했다고 답한 비율은 49.9%였다.
이처럼 청년자산형성 지원형 적금 청년도약계좌의 중도해지율이 급증하며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내놓은 청년미래적금도 이름만 바꿔 내놓은 ‘요식정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에서 마련한 청년미래적금은 앞서 나온 청년도약계좌가 ‘5년’이라는 긴 기간으로 중도해지율이 높다는 지적에 만기를 3년으로 줄였다.
지원 대상은 도약계좌와 마찬가지로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의 청년(만 19~34세)이다. 여기에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자영업 청년도 새롭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월 최대 70만원(도약계좌)이던 납입금은 월 최대 50만원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도록 했다.
매칭 지원금은 일반형과 우대형으로 나뉜다. 일반형은 납입금의 6%를 매달 지원하고, 청년도약계좌 최대 지원 금액과 동일하다. 월 최대 납입금으로 3년 만기를 채우면 최대 208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우대형은 중소기업에 취업한 지 6개월 이내인 신규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납입금의 12%를 정부가 매칭 지원해, 3년 뒤 최대 2200만원을 받을 전망이다.
사실상 ‘청년도약계좌’에 만기 기간을 조정하고, 중소기업 취업 청년들을 우대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합쳐 놓은 셈이다.
두 개의 정책을 하나의 사업에 넣어 진행하는 형국이라 금융당국은 청년미래적금의 신규가입자 예상치를 483만명으로 잡고 2026년 편성예산을 7446억원으로 정했다.
청년들의 고용 불안과 그에 따른 중도 해지, 절반에 달하는 예산 미집행을 이미 겪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전에 나왔던 사업을 합쳐 이름만 바꿔 내놓은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내일채움공제 방식을 차용한 '우대형'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중소기업에 갔다가 예산을 받고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일채움공제 시행 당시 중소기업의 장기근속을 독려하는 차원의 공적 지원이지만 처우 등에 불만을 느끼는 청년들이 만기가 끝나면 퇴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돈뿌리기 식 ‘기여금’이 아니라 고용안정을 위한 일자리 연계 정책과 저축 인센티브를 병행한 구조적 설계다. 예산 규모 확대와 바뀐 이름만으로 청년들에게 다가간다면 또다시 저조한 사업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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