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만난 李, 노사협력 당부에도…'노봉법發' 리스크 확산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09.05 00:05  수정 2025.09.05 00:05

양대노총 오찬…'노봉법·파업' 언급 전무

파업 부추긴 노봉법?…정부 "사실과 달라"

'암참' 만난 장동혁 "與, 외국 목소리 들어야"

'파업만능 안돼' 김은혜, '불법점거 금지' 맞불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 대통령,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양대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만나 '노사 협력'을 당부했다.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국내 주요 자동차·조선업체 노사의 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엔 파장이 만만치 않다. 야당에선 "기업퇴출법"이라며 법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대통령실은 "기업 의견 경청 중"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동명 한국노총·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진행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양대노총을 만나 노동계 목소리를 청취한 바 있기 때문에 이번 만남은 색다른 것은 아니지만, 현직 대통령이 양대노총 위원장을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약 5년 6개월 만인 탓에 주목이 쏠렸다. 특히 최근 국무회의에서 논란 중심에 있던 노란봉투법이 의결돼 시행(2026년 3월)을 앞두고 이뤄진 만남이기 때문에 후속 조치 논의 여부가 관심이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번 오찬 자리에선 노란봉투법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양대노총 오찬 자리에서 노란봉투법 관련 정부 절충안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며 "이 대통령이 점심 자리에 오기 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를 만나기보다 기업인을 9번 만나는 등 (노란봉투법 관련) 기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후속 조치가 논의되지 않은 배경엔 이 대통령의 이 법에 대한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여파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오찬 자리에서 "노조법 개정으로 사용자 측이 부당하고 불리하게 된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며 "법원에서 인정한 것을 입법화한 것뿐인데, 그런 일은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 소통을 강조했지만, 한편으론 불안감을 가지고 우려를 표하는 쪽은 기업이라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노조법 오해를) 설명을 열심히 해도 믿지 않는다"며 "양쪽(노사)을 모두 보면서 드는 느낌은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인데, 일단 대화로 오해를 풀고 진지하게 사실에 기반해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도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3일 임협 난항으로 올해 7번째 부분파업을 벌였다. 조합원들이 울산 본사 조선소에서 집회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현재 노란봉투법에 대한 후폭풍은 직·간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추투'(秋鬪)라고 불리는 가을 파업 투쟁이 전방위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HD현대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한국GM 등 국내 주요 자동차·조선업체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특히 HD현대 파업의 경우, 표면적으론 임금 협상과 정년 연창 등 문제가 꼽히지만,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병에 따른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 고용 안정을 문제 삼은 것인데, 정치권에선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가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 문제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보완 입법을 얘기하고 있는데, 결국 사회적 합의는 전혀 없었다는 것을 말하는 꼴 아니냐"라면서 "노란봉투법이 노조 파업에 영향을 미칠 정도인데, 어느 기업들이 신규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느냐. 폐지가 당연하지만 돌이킬 수 없으니까 보완이라도 정부·여당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노조의 파업은 관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는 이날 최근 주요 사업장 노조들이 진행하는 파업과 관련해 별도 설명회를 통해 "노조법 개정과 관계없이 각 사업장 노사의 자체 일정에 따라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섭이나 파업의 내용 또한 예년과 비슷한 만큼, 파업이 노조법 개정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파업 사태에 대한 언급이 오찬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없었다"며 "그렇게 구체적인 얘기들이 오가지는 않았었다"고 했다.


사실상 이번 이 대통령과 양대노총 간담회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계기로 노동계가 기업과의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소통'에 방점이 찍힌 채, 쟁점은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정부·여당이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영계 우려를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 자리에선 쉽게 언급하긴 어려운 주제라고 분석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노란봉투법은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양대 노총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후속 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좋은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첫 만남에 의미를 둔 것인데, 향후 노동계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발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장동혁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의힘-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국내 기업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고 판단한다. 사용자 범위 확대와 하청노조 교섭 허용으로 원청 기업이 다수 하청노조와 일일이 교섭해야 하는 부담과 외국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등이 우려다. 이 중에서도 핵심 문제는 '파업 만능주의'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노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추진에 나서며 여론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노사법은 사용자의 방어권을 제도화하기 위해 사업장 내 모든 시설에 대한 불법 점거 전면 금지와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 근로 허용 내용이 담겼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해외 우려를 청취하고, 민주당을 향해선 보완 입법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장 대표는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내의 시각이 아니라 외국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지 목소리를 낸다면 그래도 민주당이 듣지 않을까"라면서 "작은 희망을 갖고 암참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실제 제임스 김 회장은 간담회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동 유연성을 더욱 제한하고 한국의 지역 비즈니스 허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법안이 이미 통과된 만큼 암참은 국회를 비롯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산업계의 시각이 협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자, 여당은 경영계 달래기에 나섰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노란봉투법 등에 대한 우려를 들었다. "개혁은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함"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노란봉투법 보완 입법에 대한 중기중앙회의 요구를 검토해 이달 안에 수용 여부를 전달하기로 했다. 중기중앙회는 사용자 방어권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동자와 비교해 방어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달라고 했다.


권향엽 대변인은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권칠승 중기특위 위원장이 함께 협의해 중기중앙회의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이달 안 피드백 하기로 약속했다"며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듣고 또 소통하기 위해 최소한 3개월에 한 번씩은 만나자고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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