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리포트' 심리전으로 채운 밀실극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9.04 08:44  수정 2025.09.04 08:44

조영준 감독 연출

조여정·정성일 주연

11명을 죽인 연쇄살인마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이 섬뜩한 전제를 출발점으로 기자와 살인마의 대면을 밀실극 형식으로 풀어냈다.


선주(조여정 분)는 기업 비리 보도가 무산되며 위기에 몰린 순간,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으로부터 자신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인터뷰를 해달라, 오지 않으면 또 죽인다”는 협박을 받는다.


선주는 형사인 남자친구와 함께 그가 지정한 호텔 스위트룸으로 향하고, 자신이 인터뷰 하는 과정을 아래층에서 남자친구가 모두 지켜보고 있다.


영훈은 살해 영상을 증거로 내밀며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는 걸 입증하고,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들의 복수를 대신하는 것이 치료 행위라고 주장한다. 선주는 거침없는 태도로 그의 논리를 파고든다. 그 때부터 인터뷰는 진실과 거짓, 윤리와 명분이 교차하는 심리전으로 치닫는다.


이 과정에서 영훈의 안타까운 과거사와 이 행위로 인해 안정을 찾은 환자들의 사례, 그리고 영훈이 선주에게 인터뷰를 요청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진다.


'살인자 리포트'는 좁은 공간 안에서 두 배우의 연기의 연기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조여정은 끝까지 진실을 쫓는 기자의 집념을, 정성일은 차분한 어조 속 섬뜩한 광기를 드러내며 밀실을 장악한다. 기자로 분한 조여정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선사하고, 정성일은 젠틀함을 앞세워 선과 악의 경계에서 줄타기 하는 연기로 몰입을 높인다. 여기에 조명, 음악, 소품, 카메라 워크가 더해져 공간적 제약을 리듬감으로 전환한다.


후반부 드러나는 반전은 관객에 따라 치밀하다고 호불호가 나뉠 수 있으나, 반전과 함께 범죄와 윤리의 경계, 뒤집힌 상황이 던지는 딜레마적인 상황 자체로 흥미롭다.


'살인자 리포트'는 거대한 스케일 대신 배우들의 대면과 심리전을 전면에 내세워, 장르가 지향해야 할 원초적 쾌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5일 개봉. 러닝타임 107분. 청소년관람불가.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