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기로 선 왓챠, 독립·예술영화 시장에 드리운 그림자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8.13 14:01  수정 2025.08.13 14:01

독립·예술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에게 왓챠는 단순한 OTT가 아니었다. 극장에서 스쳐간 아트하우스 영화와 해외 영화제 화제작, 단편과 실험 영화를 집 안 소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취향의 공간'이자, 신작을 알리는 대안 배급 창구였다.


그러나 이 역할이 머지않아 흔들릴 수 있다. 국내 최초 토종 OTT로 2016년 문을 연 왓챠가 결국 법원의 회생절차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4일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관리인에는 박태훈 대표가 선임됐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내년 1월 7일로, 법원이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크다고 판단하면 인가를 거쳐 영업은 유지된다.


왓챠는 2021년부터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 나서며 외연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OTT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매각설까지 불거졌다. 2022년부터는 기존에 계획된 오리지널만 마무리하고, 새로운 제작은 중단하는 방침을 세웠다.


이후 2024년에는 국내 OTT 최초로 쇼츠 드라마 전문 플랫폼 ‘숏챠’를 론칭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뚜렷한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왓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월 기준 53만명이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는 1393만 명, 쿠팡플레이 732만명, 티빙 573만 명, 웨이브 253만 명, 디즈니플러스가 19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왓챠는 서비스 차질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490억 원 규모 전환사채 상환 불능과 감사의견 거절로 이미 재무위기는 수면 위로 드러난 상태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한 기업의 부침을 넘어 콘텐츠 다양성을 떠받쳐온 한 축이 무너질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 계열과 글로벌 공룡 OTT들이 시장을 장악하는 동안 OTT 경쟁 속에서 왓챠는 큐레이션 기반의 추천 시스템과 장르 편중 없는 포트폴리오로 차별성을 구축해왔다.


특히 국내 플랫폼 가운데 드물게 예술영화·독립영화·단편영화를 안정적으로 배급하며 창작자와 관객을 연결해왔지만, 회생절차 이후 규모 축소나 서비스 재편이 불가피하다면 이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독립·예술영화 시장은 이미 상영관 축소와 투자·배급 위축으로 숨이 가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왓챠마저 위기에 놓이자, 영화 관계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관객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면 시장 자체의 저변이 위축되고, 제작사·배급사의 수익 구조는 물론 창작 의욕까지 한층 더 취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왓챠의 위기는 한국 영화 생태계에서 '다양성의 거점'이 존폐의 문턱에 선 상황을 상징하며, 그만큼 영화인들에게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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