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에서 촉발된 갈등 골 따라
당권주자들 연일 날선 공방 이어가
일각에서는 '화합' 필요성에 공감대 형성
과거 '어당팔' 황우여 사례 떠오르기도
국민의힘을 위기로 몰아넣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중심으로 당권주자들마저 연일 서로를 겨냥한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 '화합'의 필요성 역시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몰락 이후 거대 여당에 끌려 다니며 주도권을 상실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당 안에 광범위하게 퍼지는 가운데 과거 계파 갈등을 정면 돌파하며 흐름을 반전 시켰던 사례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문수 당대표 후보는 29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나경원 의원과의 회동 직후 "내부에 총질하고 우리끼리 싸우는 건 혁신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쇄신파 인사들을 직격했다. "국민의힘 107명이 똘똘 뭉쳐 폭치와 잘못된 입법을 막아야한다"는 이유에서다.
장동혁 후보 또한 이 같은 맥락으로 인적청산을 요구하는 당내 일부 인사들을 '내부총질자'라고 규정하거나 '총구를 내부로 돌렸다'는 명분으로 한동훈 전 대표를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윤 전 대통령이 현재 국민의힘을 소수 야당으로 위축시킨 만큼 쇄신파 인사들은 '인적쇄신' 대상을 친윤(윤석열)계로 지목하고 있다. 또 '김문수-한덕수 강제 단일화 사태'로 혼란을 빚었던 '쌍권'(권영세·권성동 의원)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도 적잖은 상황이다.
다만 당 안팎에선 지금처럼 당대표 후보들이 각자의 소신에만 집중해 상호 비난을 거듭하는 구도가 지속될 경우, 당 전체가 침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갈등이 극심해질수록 국민의힘이 결국 맞이할 것은 '정당 해산'뿐이란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황우여 지도부가 이끌었던 2014년 지방선거의 성공 경험이 주목된다. 황우여 위원장은 이른바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8단)으로 불리는데, 이는 조율 능력과 유연한 리더십으로 계파 간 갈등을 녹여낸 경력으로 얻게 된 별명이다.
황 위원장은 2013년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돼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이자 당의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된 사건이 발생한 2014년까지 당을 이끌었으며 혼란 속에서도 당내 안정에 주력한 바 있다. 그 결과 지방선거에서 인천·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제주 등 8개 시·도지사를 확보하고,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117석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 대선을 앞둔 시기 친이(이명박)-친박(박근혜) 간 극심했던 갈등 국면에서도 황 위원장이 나서 조율에 힘을 쏟으며 결과적으로 대선 승리를 이끈 사례도 있다. 당시 '계파가 무엇이든 내부 사람을 배척하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분열의 정치'가 아닌 '포용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면을 전환 시킨 전례들이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 속에서도, 누군가 전면에 나서 화합의 물꼬를 터주길 기대하는 시선이 당 안에서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록 결국 난파선처럼 흘러 갈 수밖에 없다"며 "함께 힘을 모을 수만 있다면 지방선거는 비관적인 예측과 달리 결과가 우려보다는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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