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입은 공연②] “나를 위한 투자”…경험소비 시대, 팬덤 경제의 진화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7.29 14:26  수정 2025.07.29 14:27

"'소유'보다 '경험'...MZ세대 자기표현 수단이 된 소비"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 VIP 마케팅 이끄는 동력

ⓒ데일리안 AI 이미지



“MZ세대에게 소비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자기표현’의 수단입니다. 특히 문화 콘텐츠 소비에 있어서는 ‘내가 이만큼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얻는 만족감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죠. 이는 ‘소유’의 시대를 지나 ‘경험’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징후입니다.”


공연계 VIP 마케팅의 폭발적인 성장은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소유’보다 ‘경험’을, ‘가성비’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그 중심에 있다. 특히 공연의 주요 타깃이 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소비 트렌드는 더욱 부각된다.


롯데멤버스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비로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가치소비’를 해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MZ세대가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보고된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콜린슨 인터내셔널은 이달 아시아태평양 8개국 소비자 4000여명(한국 500명 포함)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담은 ‘2025 아시아태평양 소비자 행복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선 많은 소비자가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 응답자의 81%, 국내 소비자의 76%가 브랜드 리워드를 통해 콘서트 선예매, 고급 호텔 숙박 등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경험을 누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86%)와 Z세대(78%)가 이러한 경험 중심의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었다. 경험에 만족한 소비자들은 같은 브랜드 제품을 반복 구매(48%)하거나, 신제품 체험(41%), 브랜드 추천(40%)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리워드 유형으로는 국내 소비자들이 ‘개인 프리미엄 혜택’(24%)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가족 및 친구를 위한 혜택’(22%), ‘건강 및 웰빙 관련 혜택’(16%)이 뒤를 이었다. 세대별로는 Z세대가 자기만족(56%)을, 베이비붐 세대는 관계와 연결(61%)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사회에서 여가 활동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제한된 여가 시간을 더 의미 있고 만족스럽게 보내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럽게 공연 관람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특별한 경험을 누리고자 하는 심리가 VIP 패키지 구매로 이어지는 셈이다.


또한, 최근 확산하고 있는 명품 소비 트렌드도 공연 시장의 고가 상품 소비와 연관된다. 명품이 단순한 제품이 아닌, 희소성과 차별화된 가치를 상징하는 것처럼, 공연 VIP 패지키 상품 역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자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공연 VIP 마케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아티스트에 대한 충성도와 애정도 공연계의 VIP 마케팅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 중 하나다. 케이팝(K-POP)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팬덤 문화는 단순히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팬들에게 아티스트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는 대상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이 같은 강력한 팬덤은 프리미엄 티켓 상품 구매로 직결된다. 팬들은 아티스트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을 열망,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한정판 굿즈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팬심을 과시하고 싶은 욕구로 상품을 구매한다. 실제로 팬덤이 강한 아이돌 그룹의 VIP 패키지 상품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암표 시장에서 높은 웃돈을 얹은 채 거래되기도 한다.


VIP 마케팅을 부추기는 또 다른 중요한 사회경제적 현상은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소셜 미디어는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사진이나 영상, 특별한 굿즈 인증샷, 아티스트와 가까이서 소통한 경험 등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며 자신만의 특별함을 과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VIP 경험에 대한 선망을 불러일으키고, 잠재적인 VIP 소비를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소셜 미디어는 VIP 마케팅의 구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특별한 경험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며, VIP 상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한다.


한 공연 평론가는 “공연계 VIP 마케팅의 열풍은 경험을 자산으로 여기는 MZ세대의 가치관 변화, 아티스트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투자하는 팬덤의 심리, 소비의 고급화와 이를 전시하고 공유하는 SNS 문화라는 세 가지 거대한 사회적 흐름이 맞물려 만들어낸 필연적인 현상”이라며 “이는 앞으로 문화 콘텐츠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디로 향할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바로미터”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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