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7500억 달러 에너지 구매…미국에 6000억 달러 투자
車 25→15%, 철강 50% 유지…항공기 등 전략품목 상호 무관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7일(현지시간) EU산 상품에 15%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타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고한 고율관세 시행시한(8월1일)을 앞두고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던 미·EU 간 관세전쟁은 일단 피하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 소재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EU와 합의에 도달했다”며 “EU산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품목에 일괄 1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는 7500억 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으며, EU가 현재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보다 앞으로 6000억 달러를 더 투자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체결한 모든 거래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이번 합의는 안정성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협상의 출발점은 불균형이었다. 우리(EU) 쪽은 흑자였고 미국 쪽은 적자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정확히 원하는 균형을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양측 간 무역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8월1일부터 대부분의 EU 수입품에 대해 기존 10% 수준의 관세를 30%까지 인상하겠다”고 경고한지 2주일여 만이다. 미국과 EU는 당초 9일까지(1차 시한)였던 관세 합의를 하려 했으나 자동차와 농업 부문의 입장차가 커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의약품과 철강·알루미늄은 15%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미 50%의 관세율을 적용 중인 철강·알루미늄에 더해 의약품과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양측은 이날 ‘전략적 품목’에 대해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모든 항공기 및 관련 부품과 특정 화학 제품, 특정 복제약, 반도체 장비, 특정 농산물 및 천연자원과 핵심 원자재가 (상호 무관세) 적용 대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적자 축소를 명분으로 고율관세를 예고하며 압박해왔다. 이번 미·EU 합의는 1조 70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양측 교역을 둘러싼 관세전쟁 위험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하지만 EU 수출품 대부분은 이전보다 높은 세율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게 됐다.
일본에 이어 EU도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합의하면서 막바지 협상 중인 한국 정부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최종적인 협상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 부과 예정일을 딱 하루 앞둔 시점이다. 두 사람은 당초 25일 양국 통상 분야 수장과 함께 ‘2+2 고위급 무역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베선트 장관이 갑작스런 ‘일정 충돌’을 이유로 회담을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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