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데일리안 인터뷰
'소신'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치…우군 확보 청신호
8·22 전당대회, '개혁 대 反개혁' 싸움으로 규정
전당대회 민심 100% 반영 공감 "변경 가능성 있어"
"나는 대선 패배 직후 당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제시한 '국민의힘 8대 과오'에서 어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유일한 후보다."
국민의힘의 대표적인 소신파 안철수 당대표 후보에게 '반탄(탄핵반대)파' 인사만 결선에 오를 가능성은 없는 지를 묻자 단호한 목소리로 이 같이 답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반대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 표결 당시 홀로 찬성표를 행사한, 대선 참패가 확실시된 상황 속에서 당 상황실을 끝까지 지킨 안 의원은 혼란스러운 특검 정국 속에서도 당내에서 유일하게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 역시 그의 소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그는 지도부가 혁신 의지가 없다는 판단이 서자 곧바로 자리를 내려놓고 출마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대선 패배 직후 누구 하나 감사 인사도, 책임지는 모습도 없는 상황에 회의감을 느끼며 곧바로 지역을 돌며 현장 민심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당 혁신의 절실함을 절감했지만 정작 지도부에서부터 그 변화가 가로 막히고 있었다.
안 후보는 "당시 송언석 원내대표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려고 분당으로 날 찾아왔다. 그래서 내가 제안을 했다. (현장을) 이렇게 다녀보니 정말 중요한 것은 '혁신'을 하는 거였다"라며 "지금 반밖에 안 되는 의원 가지고 원내 교섭도 어려운데 원내대표가 이 일을 하기는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니까 혁신위원회를 만들면 어떠냐고 그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비상대책위원장이 그 (혁신위 구성) 기치를 내걸고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고, 당선된 후 나에게 혁신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하니 거절하기 난감했다"면서 "혁신위는 안만 만들고 이걸 승인하고 통과시켜 실행하는 것은 비상대책위원회 내지 최고위원회다. 그렇기에 위원장을 맡겠다고 하면서 내 혁신안을 미리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송 비대위원장에게) 사실은 미리 (함께) 물밑 협상을 하고 내가 발표를 하고 (지도부에서) 통과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 (했다). 그래야 성공한 혁신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런저런 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하니 굉장히 난감해 했다"며 "혁신위라는 게 반대도 많고 시끄럽고 난감해야 잘하는 것인데, 모두가 찬성하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다. (이를 거절하면) 내가 혁신위원장 맡기 곤란하다고까지 통보를 했는데도 끝까지 통과시키기 힘들다 하니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혁신위가 돼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그간 자신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이른바 '계파'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계파 정치'는 최근 당내 최대 리스크로 꼽히지만, 실질적 승리를 위해선 결국 '자기 사람'이 필요하다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그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후 쇄신에 열망을 갖고 있는 인사들의 결집과 안 후보와 접점을 늘려가는 의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단 것이다.
안 후보는 "윤석열 정권 당시 혁신 그룹을 만들려고 도전했으나 결국 용산이 불법적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하면서 결국 김기현 대표 체제가 되게 만들었다"며 "그 사건 후 내가 다른 의원들과 모여 (무언가를) 만들려고 하면 (다들) 대통령 눈치가 보여 굉장히 난감해 하더라"라고 토로했다.
또 "마음은 같이 하고 싶은데 결국 대통령 눈치를 안 볼 수 없었지 않겠느냐"라며 "어떻게 보면 참 아이러니하게, 윤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사라지고나니 오히려 내가 그 다음부터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해졌다. 오히려 야당이 되고 당이 어려워졌는데도 말이다. 당에도 좋은 자원들이 많아 1대1로 만나 교류하고 의논하고, 이런 의원들이 많아졌다. 이번 전대에서도 돕겠다는 의원들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실은 윤 전 대통령이 없는 상태가 되다 보니 (친윤계가) 분화되고 있다"며 "내게 와서 '인적쇄신'을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계파 없이 당을 원팀으로 만드는) 그 문제는 정리가 될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번 전대는 크게 개혁 대 반(反)개혁의 구도로 규정했다. 최근 전한길 씨 입당과 전 씨를 옹호한 김문수 후보 등을 두고 안 후보는 "우리 당을 계엄 옹호당으로 만드려는 수구적 흐름이 있다"며 "(김 후보는) 유세장마다 맨 먼저 큰절을 했고, 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를 했다. 결국 본인도 처음 계엄은 몰라도 탄핵에 대해서 반대하다 결국 찬탄(탄핵찬성)파로 선거를 치렀다. 그러니 그나마 (대선에서) 40% 넘게 (지지율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어 "나는 전날 조금 충격적이었던게 (김 후보가) 더 반대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윤 어게인까지도 전부 다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완전 회귀해버리는 바람에 반(反)개혁파로 그냥 포지셔닝을 하더라"라며 "나는 그러실 줄 몰랐다. 진짜로"라며 허탈하게 웃었다.
아울러 "그것은 우리 당이 망하는 길이다. 모든 사람을 다 받자? 듣기에는 좋다"면서 "그런데 극단적인 정치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이게 되면, 여기(극단)가 5%라고 하면, 20% 정도 합리적인 보수 세력이 떠난다. 오히려 당은 더 쪼그라드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 당대표는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인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독배'일 수도 있겠지만, '중도파'를 끌어안은 안 의원은 전선에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단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인적쇄신을 바탕으로 당 혁신을 성공시켜 2028년 23대 총선 승리까지 노리는 '3단계' 전략도 이미 구상해 놓은 상태다.
당대표가 되면 추진할 혁신안에도 독창적 발상이 담겨 있다. 안 후보는 맛배기(맛보기) 중 하나라며 '최고위원' 명칭을 '부대표'로 변경하는 구상을 웃으며 슬쩍 알렸다.
안 후보는 "가능하면 이번 주에 한 번 전체적으로 (당 혁신과 인적쇄신을 이끌 방안을) 발표할까 싶다. 윤희숙 혁신위원장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며 "가령 예를 들면 최고위 구성을 바꾸는건데, '최고위'라는 직함 자체가 너무 옛날 방식이고 현대인들에게 맞지 않는 권위주의적 이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고위를 부대표로 바꾸고, 당대표와 부대표가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하면 그건 최고위원회의가 아니라 대표단 회의가 되는 것"이라며 "이런 게 지금 현재 국민의 시선과 맞다. 그렇게 이름만 바꿔도 아마 자기가 '최고위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자기가 '부대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 눈높이에 맞추려고 한다는 일종의 신호도 주지 않을까 등 이런 것부터 해서 (안들이) 많다"는 뜻을 피력했다.
현재 전당대회 룰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선관위가 '당심 80%·민심 20%'의 비율을 유지하겠다고 하자 '일반국민 여론조사 100%'를 주장하는 윤희숙 혁신위원장과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선에서 이겼다면 현행 룰 유지가 타당하지만, 지지율이 반 토막 난 지금은 일반 국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기존 룰대로 한다면 일반 국민은 '나는 거기 유권자가 아니다'라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 많은 국민을 우리에게 관심을 갖게 하려면 사실은 '언제든 내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볼 수 있는, 나도 국민의힘 유권자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이 적용됨에 따라 '100%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당원을 등한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도 봤다.
안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이 있기 때문에 당원도 꽤 많이 포함될 수밖에는 없다"며 "그러니 역선택 방지 룰이 있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는 명시되진 않지만 당원들도 꽤 많이 들어간다. 그런 면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있는 일반 여론조사의 비율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룰 변경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는 "오늘 선관위원장이 이야기를 했다"며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안 후보는 "일주일 정도 후보 등록을 받을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아마 손을 볼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다.
윤곽이 잡힌 당권주자들 속에서 '안철수만의 강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안 후보는 결기찬 목소리로 답했다.
안 후보는 "(나는) 탄핵과 계엄으로부터 자유로운 후보"라며 "당의 소속, 어떤 조직이든 조직 구성원의 일원이 됐을 때 그 조직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는,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옛날부터 그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내 얼굴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더 많은 지방의원이라든지 지방자치단체의장을 당선시킬 수 있다"며 "내가 갖고 있는 중도 확장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서 우리가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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