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원 인선한 날 위원장의 전격 사퇴…안철수의 결단, 왜? [정국 기상대]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7.08 00:10  수정 2025.07.08 00:16

비대위 '혁신위원' 의결 직후…안철수 '사퇴'

'위원 인선'과 '인적 쇄신' 이견 '20분 혁신위'

기득권 놓지 않으려는 '친윤 구주류' 책임론

애초에 혁신위원장 수락이 섣불렀단 지적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퇴 후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인선을 마치고 출범하자마자 좌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혁신위원장이던 안철수 의원이 "날치기 혁신위를 거부한다"며 위원 인선 직후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다. 대신 안 의원은 "당대표가 돼 들러리 혁신에 종지부를 찍겠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혁신위원장이 위원회 출범 당일 직을 내려놓은 초유의 사태의 원인을 '인적쇄신안'에 대한 갈등과 '혁신위원 인선'에서 찾을 수 있는 만큼, 현재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윤 구주류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되지 않은 날치기 혁신위원회를 거부한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해 국민의힘 혁신 당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의원의 이 같은 '혁신위원장 사퇴'와 '당대표 출마' 선언이 당내에 충격파를 일으킨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번째는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 사퇴를 결심한 시점이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출범하기로 한 혁신위원 1차 인선을 발표한 직후였다는 점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에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직후인 9시 40분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형두 의원 △호준석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포함한 1차 혁신위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당시 발표에선 안 의원이 예정대로 혁신위원장을 맡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청천벽력 같은 안 의원의 사퇴 선언이 나온 건 같은 날 오전 10시였다. 당 비대위가 혁신위 구성을 의결한지 20여분만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분 혁신위'의 촌극이 벌어진 이유로 안 의원은 인선 과정에서의 잡음을 지목했다. 안 의원은 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대위가 발표한 혁신위원 구성) 자체가 합의된 안이 아니다. (지역·연령 등) 분류상으로도 맞지 않는다"며 "그(혁신위원) 중 최소 한 명에 대해선 합의한 바가 없다. 혁신위원 6명(에 대한 합의가) 전부 될 때까지 이 안건이 비대위로 올라갈 줄도 몰랐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혁신위원장이 지난 3일 의원회관에서 만나 당 혁신위 관련 대화를 하고 있다. ⓒ뉴시스

혁신위원 인선을 함께 논의했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안 의원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았던 혁신위원은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과 박은식 전 비상대책위원(광주 동남을 당협위원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 소속이고, 한동훈 비대위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바 있는 호남 출신의 박 전 위원 역시 당의 개혁 필요성을 주장해오고 있는 원외 인사다. 이에 친윤 구주류가 비윤 또는 반윤적인 색채를 지닌 두 혁신위원을 '비토'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재영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대위는 이번 혁신위에서 나와 박은식 위원장을 콕 찝어서 빼냈다. 가장 강하게 당을 비판해왔고, 쇄신을 요구해 왔던 우리만 쏙 빠진 의도는 명백하다"며 "친윤 중진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 역사에 죄를 짓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자신과 박 전 비대위원의 인선이 거절된 배경에 친윤 중진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목한 것이다.


두 번째는 안 의원이 제안한 '인적 쇄신론'이 비대위란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2명의 인적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여러 번 의견을 나눴지만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인적 청산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가 제안한 인적 쇄신의 대상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후보 강제 단일화의 총대를 멨던 당시 지도부 의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두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다가 비대위로부터 거절당하면서 일이 커졌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재차 "지금 국민의힘에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인적 쇄신이고, 안철수 혁신위는 그것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그런데 인적 쇄신도 거부하고, 혁신과 거리가 먼 사람을 위원으로 채워야 한다면, 혁신위에 무엇을 기대한 것이냐"라고 비대위를 직격하기도 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사태가 눈앞에서 벌어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엇갈린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안 의원이 애초에 혁신이 불가능한 토대에서 혁신위원장을 받은 것이 섣불렀단 의견을 개진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수락하기 전에 송언석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인적 청산에 대한 확답부터 받았어야 한다"며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실컷 즐긴 뒤 이제 와서 '친윤(친윤석열)이 인적 청산을 거부해 그만두고 당대표 나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대선 이후에도 당을 장악한 친윤 구주류의 정치적 셈법에 희생됐단 의견도 적지 않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친윤들이 자기 팔다리 자르는 인적 쇄신을 할 거라고 믿었단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안 의원이 소위 '친윤'이라 불리는 분들한테 패배하고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하라고 전권을 맡겨놓고 들어주지 못하겠다고 한 지도부도 큰 소리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선 이번 사태로 당의 혁신 동력 자체가 사라졌단 평가까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김용태 의원이 낸 5개 혁신안도 못 받는데 인적 쇄신안이 받아들여졌을리가 있겠느냐"라며 "(친윤들의) 자리를 위협할 당권주자가 올라오면 또 뭉쳐서 대응해서 반목해서 몰아내는 게 눈앞에 그려지는데, 어떤 국민이 이제 우리를 믿어주겠느냐"라고 우려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