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마을→전통시장 '약자·민생'에 방점
"그늘지고 어려운데부터 풀어나가는게 필요"
"한덕수 양보 말라"에 웃음…이준석엔 손짓
"모든 분들이 단일화 같이 참여함이 바람직"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포천과 의정부를 찾으면서 대선 후보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자신이 직접 재정비를 마친 한센인 마을(장자마을)과 의정부의 전통시장을 첫 행선지로 정하면서 약자와 민생 챙기기 행보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후보는 4일 오후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장자마을을 찾아 한센병을 앓고 있는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장자마을은 지난 2006년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이후 개편된 한센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김 후보는 지난 2010년 이 마을에서 1박 2일 숙식을 함께 하며 한센인의 아픔을 어루만진 바 있다.
그때 당시를 기억하듯 장자마을 주민들은 김 후보를 열렬히 맞이했다. 심지어 한 주민은 15년 전인 지난 2010년 김 후보가 장자마을을 찾았을 때 했던 "대통령이 되면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이렇게 대통령 후보가 돼 와줘서 너무 고맙다. 장자마을을 찾은 첫번째 대통령 후보"라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 역시 해당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지 마을을 찾았을 때부터 감정에 북받친 모습이었다. 특히 와병 중인 한 남성이 뭉그러진 손으로 김 후보의 손을 잡고 "눈물 날 정도로 고맙다"고 했을 때부터 김 후보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최종국 장자마을 이장은 그런 김 후보를 향해 "일반인도 한센촌에 오는 걸 꺼리는데 2010년도에 지자체장이 온다는 것에 너무 놀랐고, 뿐만 아니라 여기서 숙식을 같이 하면서 애환을 들어준 건 크나큰 영광이었다"며 "15년 세월이 지났는데도 대통령 후보가 되자마자 한센촌에 온다길래 설마설마 했는데 약속을 지킨 것에 너무 감사하고 또 영광스럽다"고 환영의 말을 전했다.
김 후보는 눈시울을 붉히며 "이 마을에 왔을 때 여러분이 어떻게 염색공장을 하시고 단속이 나오면 잡혀가서 전과를 보태고 하는 절망의 삶을 사는 것을 봤다"며 "나는 여기 장자마을에서 행정이 가야 할 길이 뭔지를 배웠다. 가장 그늘지고 어려운 데부터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서 하나하나 바꾸는게 공무원들이 해야 할 기본 방향 아닌가 생각한다"며 " 가장 어려운 분들을 찾아뵙고 이분들에게 따뜻한 보살핌, 돌봄, 이런 것들을 하는 것이 행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기 포천·가평을 지역구로 둔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김 후보가 약자와 소외계층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며 "나는 그게 우리 보수정당이 나아갈 길이라 생각한다. 우리 김 후보가 보수개혁을 이루고 민주당의 여론몰이와 선동에 꿋꿋하게 잘 버텨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호응했다.
뒤이어 김 후보를 향한 구구절절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한 장자마을 주민이 울먹이며 낭독하자 좌중은 눈물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이 주민은 "당시 사람들은 우리를 괴물 취급하듯 핍박하고 돌을 던졌지만 김 후보는 우리와 함께 하룻밤을 새우고 함께 밥을 먹었다.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늘 지켜보고 안아주는 분"이라며 "이제 대통령 후보가 아니라 꼭 대통령이 돼 우리 마을을 찾아달라"고 읍소했다.
김 후보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이날 장자마을 주민들은 그를 향해 또 다른 요구를 꺼내기도 했다. 그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후보 자리를 양보하지 말아달라는 약속이었다.
이길용 한국한센총연합회장은 김 후보를 향해 "염려되는 것은 후보 단일화할 때 양보하실까 봐 걱정된다. 여기서 '양보 안 한다'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청에 김 후보는 웃음은 지었지만 명확한 답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김 후보는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일화를 폭넓게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한덕수 무소속 대선 후보 뿐만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까지 포함하는 '원샷 단일화'도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가급적이면 넓은 폭으로 모든 분들이 같이 참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포천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김 후보는 곧바로 의정부 제일시장을 찾아 민생 경제 행보를 이어 갔다. 이날 일정에는 경기 의정부갑 당협위원장인 전희경 전 의원이 동행했다.
황금 연휴 기간임에도 시장에는 이미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인파로 가득 차 있었고, 이들은 수시로 "김문수, 대통령"을 연호하며 김 후보의 승리를 응원했다. 중간 중간 태극기과 성조기를 같이 들고 있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김 후보는 시장에 약 20분간 머무르며 상인이 건네주는 알곤이찜과 계란말이를 시식하기도 하고, 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과 인사를 하는 등 친근한 면모를 유지했다. 이후 김 후보는 수많은 인파가 밀집한 골목 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염려해 일찍 자리를 뜨며 "다시 오겠다. 꼭 또 오겠다"고 약속했다.
의정부동에 거주하는 김모(60대·남성)씨는 "김문수가 경기지사 했을 때 기억이 있다. 그때 잘했는데 실수 하나 때문에 날아가지 않았느냐"라며 "그때 기억을 돌이켜보면 대통령을 해도 잘 해낼 것이다.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전날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5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를 꺾고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뒤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대선 일정에 돌입했다. 석가탄신인인 오는 5일엔 조계사와 광화문을 찾을 예정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