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사형제 논란, 대체 형벌은? ②] 절대적 종신형 vs 상대적 종신형 '팽팽'

안덕관 기자 (adk@dailian.co.kr)

입력 2021.06.04 04:27  수정 2021.06.0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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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2명 잔혹 살해 최신종 재판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무기징역제 조속히 입법해주길" 요청

법원 양형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괴리 커지면 사법부 불신 확산…법적 안정성 저해

학계 "헌법에 어긋나고 사형과 다름없는 존엄성 침해…'수형자의 재사회화' 형벌 제도 취지 위배"

"가석방 재범 위험성 거의 없다", 낮은 가석방률, 가석방 금지기간 25년 등 내세워 '상대적 종신형' 제안

감옥ⓒ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자리 잡으면서 학계와 사회운동계를 중심으로 사형 대체 형벌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과반수는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절대적 종신형'이 사형의 대체 형벌로 적합하다고 보고있는 반면, 학계는 인간의 존엄을 최소한 보장하는 '상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석방 가능성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은 사형과 가장 유사한 형벌로 평가된다. 사형수의 생명을 박탈하지만 않을 뿐 사회적으로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범좌자들의 사회 복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만큼, 사회 방위 차원에서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여성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최신종의 2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입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형태의 무기징역 제도를 조속히 입법해 국민들이 흉악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지기를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흉악범들의 강도 높은 처벌을 원하는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 2018년 국가인권위회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8.9%는 사형제의 대체 형벌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는 데 동의했다. 반면 가석방 가능성을 열어둔 상대적 종신형이 사형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은 38%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는 절대적 종신형도 근본적으로 사형과 별반 차이가 없는 위헌적인 형벌이라고 지적한다. 헌법 제12조에 의해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고,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의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점 등에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사회 복귀가 불가능한 점이 오히려 '수형자의 재사회화'라는 형벌 제도의 취지를 위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체제에서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 나아지는 것은 오판 사형 위험이 제거되는 것 말고는 없다"며 "생명을 침해하는 사형과 희망없이 감옥에서 평생 구금하는 절대적 종신형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이런 이유로 학계 전문가들은 가석방 가능성을 열어두되 가석방 조건 및 최소 복역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상대적 종신형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종신형 수형자도 다시금 사회로 복귀하고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에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는 법치국가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상대적 종신형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석방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이 국민적 우려와 달리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1998년 이후 가석방으로 풀려난 무기수는 19명이며 이들이 다시 범죄를 저질러 구금된 사례는 없다.


또한 가석방은 엄격한 검증을 거쳐 사회에 복귀해도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일부 수형자들에게만 허가된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가석방률은 28.5%로, 일본(57%)이나 캐나다(37%) 등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도 상대적 종신형 도입을 찬성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다만 피해자를 우선하는 엄벌주의와 중범죄자에게 강도 높은 처벌을 바라는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은 여전히 학계의 숙고 대상이다. 법원의 양형과 국민의 법 감정 사이의 괴리가 커진다면 사법부 불신이 확대돼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수결로 한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도 되느냐 안 되느냐를 논의하는 것은 굉장히 야만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체 형벌을 검토하는 데 일체의 감정 개입을 배제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김준우 변호사는 "결국 대체 형벌의 조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가석방 금지 기간을 25년 이상으로 설정하면 상대적 종신형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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