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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권, 재보선 회초리에도 변한 것이 없다


입력 2021.05.15 05:32 수정 2021.05.15 05:31        데스크 (desk@dailian.co.kr)

‘죽비’는 반성 의미보다 ‘정진하라’는 독려 의미

잘못된 국정기조 바꾸기보다 ‘마이 웨이’ 선택

마땅한 책임 지우는 것 ‘정의’와 ‘미래’ 위해 바람직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했다. ‘특별연설’이란 표현도 생소했지만 내용은 더 실망스러웠다. 기대와 달리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 메시지를 낼 때 ‘기자회견’이나 ‘담화’란 표현을 많이 쓴다. ‘기자회견’은 질문을 받는 쌍방향 소통인데 비해, ‘담화’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질문은 받지 않는 외방향 소통이다. 과거 군사독재시대의 대통령은 담화를 선호했지만, 민주화 이후는 탈권위적인 기자회견이 주를 이루었다. 지도자는 권력이 강해질수록, 시달리는 기자회견보다는 담화에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특별연설’은 기자회견과 담화 둘 간의 하이브리드 형식이다. 문 대통령은 담화의 형식을 원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라는 핑계도 있으니 얼마나 그럴듯한가. 지난 해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세 가지만 받고 끝낸 것도 코로나 사태 핑계가 컸다. 이번에는 재보선 참패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내성적인 문재인 대통령이 대중 앞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것은 조리돌림을 당하는 것만큼 고통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끓어오른 민심을 방치할 수도 없으니 하이브리드 형식이 채택된 것이리라. 질의응답을 통해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되, 재 질문을 받으며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절묘한 형식이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중에 이번 재보선 결과를 보고 ‘죽비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은 ‘회초리’라고 하는데, 그는 ‘죽비’라고 표현했다. 회초리와 죽비는 본질적인 용도의 차이가 있다. 회초리를 잘못에 대한 반성을 종용하는 것이고, 죽비는 반성의 의미보다는 ‘정진하라’는 독려의 의미가 더 강하다. ‘더욱 정진하라’는 요구였으니, 반성은 부차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 반성과 사과를 바라는데, 그는 여전히 엉뚱한 변명을 대며 고집을 부리고 있는 이유다. ‘죽비’는 문 대통령이 잘못된 국정기조를 바꾸기보다 ‘마이 웨이’를 선택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표현인 것이다.


이제 확인을 했으니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 정치경제 뿐 아니라 국제적인 위기는 계속 엄중해 지고 있다. 이대로 1년을 더 끌면 민생이 거덜 나고, 우리나라는 국제적 미아가 될 수도 있다. 다음 정권은 자신이 제시한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겨를 없이, 지금 정권의 뒤치다꺼리 하며 임기를 다 소진할 수도 있다. 그래도 회복이 되면 다행인데, 회복 불능 가능성도 없지 않다. ‘회초리’가 먹히지 않으니, 이제 국민이 ‘몽둥이’를 들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내야 한다. 임기만 마치면 그만인 문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여당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여당과 국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청와대는 고립되고 정부도 말을 안 들을 것이니 최소한 더 악화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야당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들을 것이고 이에 대한 대답은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아니었으면 걸식을 할 수 없었듯이, 현 정권에 대한 사후대처는 야당의 가장 중요한 대선 전략이 될 것이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된다.


지난 대선을 상기해 보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탄핵’과 ‘질서 있는 퇴진’ 간의 노선 차이가 있었고 그 여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자의 전략을 주장했던 ‘복당파’와 후자를 선호했던 ‘잔류파’간의 대결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도 그 연장선상이다. 더 큰 노선 차이는 현 여권에 있었다. 여권 내 ‘문재인 대 안희정’ 구도에서 안희정 후보가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자, 문재인 후보는 ‘분노가 빠졌다’며 성토했다. 지금도 논란이 되는 ‘문빠’들이 그때 전투력을 증명해 보였다. 결국 비타협적 강경 대응을 주장했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됐고, 이후 4년여 동안 ‘적폐 청산’이란 정적 숙청작업은 간단없이 계속됐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산산이 흩어졌고 ‘국민통합’이란 말은 화석이 되어 버렸다.


다음 정권도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아봤다. 공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어떤 이가 공자에게 여쭸다. “덕으로서 원한을 갚는 것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씀하셨다. “그럼 덕은 무엇으로 갚으려 하는가? 직(直)으로 원수에 보답하고 은덕으로 은덕에 보답하는 것이다.”


이 글의 ‘혹자’는 노자에 나오는 “報怨以德(보원이덕)”(은덕으로 원수를 갚는다『老子(노자) 63』)이라는 말에 대하여 물은 것이란다.


노자와 공자의 가르침 중에 공자의 그것에 더 수긍할 수 있는 많지 않은 말씀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서 직(直)은 ‘법과 원칙’이다. 사심(私心)이 아니라 객관적 기준에 입각한 대응이고 처리다. 만약 덕으로 원한을 보답하면 국민의 불만과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국정에 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일종의 ‘먹튀’다. 임기만 마치면 책임이 면해지는 상황은 다음 사람들에게 경계가 되지 않는다. 게으르거나 사악하게 만든다. 그러나 마땅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정의’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과해서도 안 된다. 사심이 들어가서 ‘한을 갚겠다’고 달려들면 처벌이 과하게 마련이다. 현 정권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원한을 갚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과하게 괴롭히고 있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이럴 때 공자님의 가르침이 해답을 준다. 정권은 ‘법과 원칙’에 충실하고, 검찰과 같은 사정기관과 법치를 관장하는 법원에 단죄의 임무를 양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정기관과 법원의 복원은 필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새로운 정권이 사정기관과 법원의 기능을 바로 잡아 원상회복하고 전적인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차기 정권은 1년 안에 이를 완수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안보와 경제가 정권의 본연의 임무다. 그리고 대선전에 이를 국민께 약속해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제 곧 야권에서 대선후보 결정전이 벌어진다. ‘백가쟁명’이 있을 것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쟁점은 없을 것이다. 그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다음 공약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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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onard 2021.05.15  10:10
     以直報怨, 以德報德.논어 헌문편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정의나 법.원칙으로 원수를 대하며, 은덕은 은덕으로 갚아야 한다. 유교는 하느님(天),神明을 숭배하고, 인의예지를 가르치는데, 이에 어긋나는 원수가 생기면 정의로운 징벌을 할수도 있습니다.기독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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