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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사생활로 돈벌이하는 작가들…무너진 문단의 윤리


입력 2021.04.30 08:03 수정 2021.04.30 08: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김세희 작가도 아우팅 논란, 명예훼손 법적대응 시사

출판사 안일한 대응이 논란 키워

ⓒ민음사, 트위터 ⓒ민음사, 트위터

김세희 작가의 소설 두 편이 사생활 침해와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적 지향 또는 정체성이 공개되는 행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김봉곤 작가의 소설에 지인과의 사적 대화 무단 인용, 아우팅 파문이 인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발단은 지난 23일 “김세희 작가로 인해 아우팅을 포함한 3가지 피해를 겪었다”고 폭로한 A씨의 SNS 글이었다. A씨는 김 작가와 18년간 친구였다면서 자신을 ‘항구의 사랑’(2019) 등장인물 ‘인희’이자 ‘H’, 김 작가의 또 다른 단편 소설 ‘대답을 듣고 싶어’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소개했다.


“(‘항구의 사랑’에서) 필요에 따라 주요 캐릭터이자 주변 캐릭터로 부분부분 토막 내어져 알뜰하게 사용됐다” “실제 인물의 외형적 특징과 에피소드를 동의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고도 했다. 이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김 작가는 피해를 호소하는 A씨의 주장에 “네가 아니라고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2020년 6월 (김 작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항구의 사랑’ 출판사인 민음사는 “A씨와 작가 사이에 입장 차이가 확연함을 확인했다”며 “피해 사실에 대한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피해에 대한 내용증명을 받은 후 법률 위반 여부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과 설명을 요청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김세희 작가는 이를 반박하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명예훼손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도 시사했다.


지난해 문학계에서 불거진 사생활 노출, 아우팅 논란으로 한 차례 ‘문단 윤리’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김봉곤 작가의 소설 ‘그런 생활’ ‘여름, 스피드’에 지인과의 사적 대화가 무단으로 인용되면서다. 당시 김봉곤 작가의 소설은 판매가 중단됐고, 작가는 공식 사과했다. ‘그런 생활’로 받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도 반납했다. 논란에는 작가의 윤리 문제 외에도 출판사의 안일한 대응도 일조했다.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한 수정을 요구한 피해자의 호소에도 이를 묵살하고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판매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건 피해자가 소설로부터 비롯된 피해를 직접 증명해야 하는데, 입증이 쉽지 않아 법적 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를 법적으로 소명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신원이 노출될 위험도 존재한다. 일각에선 이런 허점을 이용해 일부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 ‘오토픽션’(자전적 소설)을 무기로 돈 벌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김 작가의 논란 당시 김초엽 작가는 “소설의 가치가 한 사람의 삶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계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소설을 싣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시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이현석 작가도 창비에서 발간하는 ‘창작과비평’ ‘문학3’ 보이콧에 이어 “제대로 된 사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두 회사(문학동네·창비)와 맺은 출판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문단의 창작윤리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는 “출판사도, 문단의 관계자들도 창작윤리가 무엇이며 자정 작용이 어떤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타인의 인격을 모욕하고 사생활을 침해할 권리는 그 누구도 갖지 못하며, 이것은 기본적인 창작윤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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