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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김종인의 노이즈 마케팅


입력 2021.04.19 05:00 수정 2021.04.19 15:02        데스크 (desk@dailian.co.kr)

노욕 아닌 나라 위한 충정이겠지만 복선 독설은 지나치다

국민의힘, 이제 김종인으로부터 확실히 분가해 독립하라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퇴임하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은 자기가 무대에서 내려 갈 때임을 모르지 않는 사람이다.


3개월 뒤면 만 81세가 되는 노인으로서, 자신이 직접 나서서 뭘 하겠다는 정치적 야망도 없고, 누구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야망을 이루려고 하는 간절한 의지도 없는 사람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오직 있다면, 가장 좋게 말해서, 나라를 위한 충정이라고 해야 정답에 가까울 것이라고 본다.


그런 사람에게 ‘마케팅’이란 말을 붙이면 기분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이 분 특유의 말버릇대로 “누가 뭐라 하든 그런 거 신경 안 쓴다”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김종인에게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 고의적 구설수를 이용하여 인지도를 높이는 마케팅 기법)을 한다고 제목을 단 이유는 그가 퍼붓는 독설이 너무 지나치고, 개인적 야망과는 거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어떤 복선(伏線)은 있는 것으로 보아서다.


그 복선이란 자신이 의도한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도록 하기 위해서거나, 반대로 그렇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불만 표출로 해석이 된다. 그는 4.7 보선 압승 직후 약속대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지 10여일 동안 3~4차례 주요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아사리판’이란 시정잡배 용어를 쓰며 자신이 이끌어 온 당을 저주했다.


국민의힘(그가 떠나고 남은, 그 자신의 작명 작품인 이 어색한 당명이 외롭게 느껴진다)이 물론 이상적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보수우파와 중도우파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생각과 언행을 하는 정당은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치인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백가쟁명하고 사분오열도 하고 자중지란도 벌이다 때가 되면 일사분란까지는 안 되더라도 대동단결해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당선, 대선 승리를 위해 하나가 되는 것이다.


이 중요 과정에서 본인이나 계파 이익만을 위해 다수 보수 지지자들의 여망은 외면한 채 나라와 당에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때는 김종인 아니라 국민이 야단을 치고 심판을 하게 될 것이다. 김종인은 이런 중차대한 국면이 아닌, 자신이 떠난 리더십 자리를 메우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기에 느닷없이 친정(?) 사람들을 깎아내리는 말을 많이 해 그의 순수성을 의심 받고 있다.


그는 홍준표가 깎아내린 대로(두 사람은 앙숙이지만 성격이 비슷한 데가 많다) 운장(運將) 또는 복장(福將)에 가깝다. 자신의 지도력보다는 운 좋고 복 받아서 선거에 이긴 장군이라는 뜻이다. 그는 집권 세력이 잘못한 덕에 서울과 부산 보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막말을 하자면, 김종인이 비대위원장을 하지 않고 막대기가 했어도 이기게 돼 있었던 선거였던 것이다.


김종인은 그럼 국민의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혹자들은 그의 광주 무릎 사과, 이명박 박근혜 관련 반성, 기본소득 등 진보적 태도 표명과 정책 채택을 국민이 보수 야당을 달리 보게 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그것들을 1000원짜리로 깎아내리고 싶진 않다. 그러나 그렇게 큰 의미를 둘만한 업적이라고까지는 보지 않는다.


일반 국민들은 김종인이 그런 변화를 꾀하기 전과 후에 정통 보수 야당에 대한 지지를 크게 달리 보내지 않았다. 언제나 20% 안팎으로 집권 민주당에 한참 처져 있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민주당과 대등해지거나 역전하게 된 시점은 추미애와 부동산 등의 문제가 여론 쓰나미를 형성하기 시작한 때이다.


광주 무릎 사과도, 냉정히 말하면, 김종인 개인 차원의 참회 행위였다고 해야 정확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는 그 숙제를 (여야를 넘나든 자신의 정치 역정을 마감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본다. 국민의힘 이미지 바꾸기가 그의 진정한 의도였을까? 그가 독설을 퍼붓는 지금 시점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해 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김종인의 눈에 괜찮은 사람은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다 한심하고 형편없는 정치인들이다. 안철수는 그의 눈 밖에 나 좋은 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는 안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을 먼저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그런 쓸데없는 거 뭐 하러 하냐고 대답했다고 해서 무시하게 됐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 이 일 말고도 다른 구원(舊怨)을 살 일들이 많았겠지만, 자신의 조언이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그의 태도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가 국민의힘에서 비대위원장 몫을 가장 크게 한 일은 중심을 잡아 준 것이다. 김종인 아니었으면 이 당에 바람 잘 날이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그의 장신(長身)에서 우러나오는 카리스마, 학식, 경험, 그리고 단칼에 자르는 무자비한 화법이 당을 조용하게 하고 한 방향으로 매진하게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민의힘은 그러므로 김종인 같은 지도자로부터 분가해 홀로 설 수 있는 정당임을 이번 기회에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카메라 앞에서 큰절이나 하고 천막이나 치는 쇼 제발 하지 말고 진정한 자세와 능력으로 수권 정당 모습을 갖춰야만 한다. 이번 당 리더십 개편에서 초선 의원들의 부상(浮上)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김종인이 막말하는 중진들은 그 막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니 신인들에게 역할을 양보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이제 나라는, 천만다행으로, 김종인 없어도 사필귀정(事必歸正)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실정을 너무 많이 했고, 그것을 과감히 고쳐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도록 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보선 후에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러니 김종인은 이쯤 해서 아름다운 은퇴 준비를 하기를 고언한다.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며 보수 정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불편하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노이즈 마케팅일랑 그만하고 말이다.


현재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을 대통령 만드는 일이 아마 김종인에게 마지막 남은 정치 과업(마케팅)이었을지 모르겠는데(그의 요즘 발언으로 보건대 현재나 미래형보다는 과거 시제가 더 맞을 것 같다), 그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노인은 심기 분출을 자주, 함부로 하는 사람이 됐을 때 노인이란 말밖에 들을 칭호가 달리 없다. 김종인은 물러갈 때가 된 노인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q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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