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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연예인의 ‘이혼’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


입력 2021.01.13 05:00 수정 2021.01.13 01:5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우리 이혼했어요', 시청률 9%로 높은 화제성 입증

"연예인 이혼 이슈, 자극적인 내용보다 진정성 담아야"

ⓒTV조선 ⓒTV조선

팬 비즈니스가 불가피한 연예계에서 사생활, 특히 남녀 사이의 이슈는 극도로 민감한 일이다. 그래서 ‘이혼’이 사실상 금기시 되어 온 측면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연예계에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시작됐다. 가상 연애를 시작으로, 실제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이젠 ‘이혼’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전에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연예인의 이혼은 조심스럽게 다뤄져 왔다. SBS ‘불타는 청춘’에서 왕년의 스타들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혼 경험을 털어놓고, KBS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에서 노년 여성 스타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혼 에피소드를 다루는 정도다.


기껏해야 수십 년 전의 이혼 사실을 어렵게 꺼내는 것이 전부였던 기존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이혼’을 전면에 내세운 건 불과 몇 년 사이의 변화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가 본격적으로 이혼을 경험한 연예인의 가상 연애를 그리면서 시작된 이 변화는 최근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를 통해 금기의 영역까지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콘텐츠화 됐다.


이런 변화엔 사회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4.7건으로 1970년 통계작성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혼 건수는 11만800건으로 전년에 비해 2.0% 증가했다. 특히 황혼 부부의 이혼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여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8400건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이는 이혼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도 한 몫을 했다. 지난해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 이혼에 대해 여성은 ‘안 하는 게 좋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해도 문제는 없다(47.3%)’고 생각한다. ‘굳이 안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어떤 이유에서든 해도 문제없다(18%)’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다만 남성은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다(37.3%)’나 ‘결혼생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을 때만 해야 한다(32%)’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데일리안DB ⓒ데일리안DB

사회적으로 이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우리 이혼했어요’는 높은 화제성을 보이면서 9%라는 시청률을 보이기도 했다.


또 연예인 개개인의 이혼 후 예능 복귀와 관련한 발언도 이전에 비해 매우 과감하고, 빨라졌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은 2018년 10월 이혼 소송에 들어갔고, 지난해 9월 이혼 판결을 받은 이후 3개월여 만에 MBC ‘라디오스타’,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채널A ‘애로부부’ 등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결혼 과정과 이혼을 하게 된 이유, 이혼 소송 뒷이야기를 가감없이 밝혔다.


배우 조윤희도 2017년 이동건과 결혼하고 3년 만인 지난해 5월 이혼 소식을 전했고, 7개월여 이후 SBS ‘어쩌다 마주친 그 개’에서 이동건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언급하기도 했다. 배우 구혜선 역시 지난해 7월 배우 안재현과의 이혼 조정에 합의하면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이후 4개월 만인 같은해 11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다시 혼자가 된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또 최근에는 결혼과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 때는 연예인이 ‘이혼’을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고, 조심스러운 상처로 다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흔한 일이고, 더 이상 흠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우려가 되는 지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적 영역을 침범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을 다루는 방송들 역시 ‘이혼한 연예인’이라는 자극적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혼의 상처를 극복하고 방송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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