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혁, '조제' 일본 원작 안찾아봐
한지민과 '눈이 부시게' 이후 또 한 번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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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얼굴을 한 남주혁이, 이번에는 '청춘의 눈부심'이 아닌 불안하고 고독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조제'에서 남주혁은 평범한 20대 영석 역을 맡아 하반신이 마비된 조제와 불완전한 사랑을 나눈다. 그는 삶을 통과하며 자신이 느끼는 쓸쓸함과 불안함을 영석에게 투영시켰다. 자신의 마음 속 한 구석을 영석에게 입힌 만큼, '조제'에 대한 애정도 컸다.
남주혁이 '조제' 시나리오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부담감과 기대감이었다. 부담감은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 혹은 소설로 꼽히는 원작 때문이고, 기대감은 김종관 감독과의 작업이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감독님만의 '조제'가 궁금했어요. 너무 좋은 작품이고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커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어요."
스물 여섯, 20대의 한가운데 서 있는 남주혁은,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싶은 바람을 연기로 풀어내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 자신만의 감성과 시선으로 영석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은 원작도 찾아보지 않았다. 대본과 김종관 감독과의 대화에 의지했다.
"출연을 결정했을 때, 저는 영석이란 인물을 평범하게 만들어내고 싶단 개인적인 욕심이 생겼습니다. 최대한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저만의 영석을 추구했언 것 같아요. 제가 만약 이 작품을 찍을 때 원작을 봤다면 츠네오의 감정을 따라가게 돼 저만의 영석을 보여드리지 못할 것 같았어요. 원작보다는 대본 속에 존재하는 영석이란 인물을 조금 더 다양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츠네오와 영석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으실 겁니다."
촬영을 끝낸 후에야 원작을 찾아보며 다르게 해석된 '조제'와 비교하는 재미에 푹 빠지기도 했다.
"원작과 큰 틀은 같지만 만들어내고 연기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너무도 다르게 느껴졌어요. 단순히 따라하려고 한 작품이 아닌, '조제'란 작품이 새롭게 탄생됐다라는 걸 작품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관객들이 보고 생각하는게 더 다양한 감정으로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주혁은 '조제'를 통해 JTBC '눈이 부시게'에서 호흡을 맞췄던 한지민과 재회했다. '눈이 부시게' 속에는 여러 인물들이 얽혀있었다면 '조제'는 한지민과 남주혁 딱 두 배우가 끌어간다. 이에 남주혁은 한지민과 전작보다 조금 더 깊고 진한 감정을 내보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졌다.
"전작도 함께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맞춰나가야 할 것들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었죠. 지민 선배님은 현장에서 조제 그 자체였어요. 저는 연기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 지민 선배님의 모든 걸 다 배우고 싶어요. 이번에 또 한 번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상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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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은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지만 분위기로 조제와 영석의 애틋한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던 유원지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공간마저도 인물을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아요. 조제와 영석이가. 관람차 안에서 내리고 싶지 않은 조제의 마음, 둘만 있고 싶은 영석의 모습들이 굉장히 잘 담겨져 있죠."
조제와 영석이 이별하는 신도 빼놓을 수 없다. 수족관 앞에서 담담하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조제, 그리고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영석의 모습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다른 자세를 보여준다. 남주혁은 이별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고 임했을까.
"영석의 입장에서 쉽게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마음 한 구석에 있던 감정들을 조제가 말함으로 쿡 찔린 느낌이었어요. 영석의 눈물은 미안한 감정도 있지만 자신에 대한 창피함, 죄책감이었던 것 같아요."
'조제' 속 영석은 지금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또 영석에게 '조제'는 어떤 의미로 남겨졌을지 남주혁의 생각을 들어봤다.
"어느 하루는 좋았던 추억으로, 다른 날은 가슴 아팠던 순간으로 남지 남아있을 것 같아요. 물론 좋은 날만 있지는 않았지만, 그걸 나쁜 기억이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아요. 멋진 추억과 순간들이었다고 생각하며 현재를 살아갈 것 같네요."
올해 남주혁은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tvN '스타트업' 그리고 영화 '조제'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대중과 만났다. 남주혁은 배우로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 순간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이뤄가겠다고 약속했다.
"올 한해는 운이 좋게도 다양한 창구로 대중에게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요즘은 이동하면서도 쉽게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 시대잖아요. 그런 시대에 제가 일했던 작품들이 대중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그거 하나만으로 2020년을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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