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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뛴다-35] 삼성생명, 제로금리 시대 돌파구 뚫는다


입력 2020.10.28 06:00 수정 2020.10.27 17:43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10년 안에 투자 손익 비중 두 배 확대 청사진

'자산운용 전문가' 전영묵 사장 구원등판 눈길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효율 강화에 나서며 저금리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효율 강화에 나서며 저금리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한 해법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제로금리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돌파구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화 기조로 접어들고 있는 저성장·저금리 속에서 결국 미래의 해법은 효율적인 자산운용에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에 일가견이 있는 전영묵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삼성생명의 체질 개선에는 더욱 속도가 나는 모습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하반기 발표한 미래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자산운용의 손익 비중을 32%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 삼성생명의 손익 포트폴리오에서 자산운용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수준이다. 즉, 앞으로 10년 안에 전체 실적에서 자산운용이 점유하는 파이를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기준금리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빠르게 추락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투자 효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잘 굴려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보험사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더욱이 저출산과 고령화로 본업인 보험 영업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산운용 수익률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면, 향후 경영에 위기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은행은 본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국내 경제의 침체가 심화하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모양새다. 한은은 지난해 7월 1.75%였던 기준금리를 1.50%로 내려 잡았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은 2017년 11월 금리인상 이후 20개월 만에 다시 금리인하 쪽으로 바뀌게 됐다. 이어 한은은 같은 해 10월에도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리면서 조정을 가속화했다.


이 정도가 바닥일 줄 알았던 한은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한 번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삼성생명은 투자 수익률을 방어해 내는데 성공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자산운용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53%로 지난해 말(3.49%)보다 다소(0.0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국내 생보사 전체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3.35%에서 3.30%로 0.05%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올해 이뤄진 전 사장의 영입은 이 같은 투자 역량 강화에 삼성생명이 사활을 걸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올해 3월 공식적으로 삼성생명의 새 수장이 된 전 사장은 그 직전까지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내 자산운용 전문가로 인정을 받아 왔다. 아울러 전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 운용팀장과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을 거친 바 있다. 전 사장으로서는 친정으로 복귀해 그 동안 투자 부분에서 갈고 닦았던 자신의 능력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올해 초 크게 악화됐던 회사 실적도 전 사장이 지휘봉을 잡은 시점을 기준으로 반등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96억원)보다 45.4%(2130억원) 급감하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7264억원으로 전년 동기(7940억원) 대비 8.5%(676억원) 줄어드는데 그치며 감소폭이 크게 축소됐다.


그렇다고 전 사장이 자산운용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의 근간인 영업력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전 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영업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며 전환점 마련에 나섰다. 국내 최대 보험사로서 누구보다 탄탄한 보험설계사 조직을 갖춘 삼성생명의 과감한 움직임에 다른 보험사들의 시선도 쏠리고 있다.


전 사장은 취임과 함께 신인 보험설계사 리크루팅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 맞는 젊은 설계사 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신인 설계사에 지급하는 영업 수수료를 50% 늘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또 35세에서 49세의 젊은 설계사를 대거 확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도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를 이겨내기 위한 자산운용 수익성 향상과 포화 상태에 빠진 시장에서도 영업력을 유지해야한다는 과제는 현재 모든 보험사가 안고 있는 걱정거리"라며 "국내 부동의 선두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업계 모두가 주목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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