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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만을 징벌(懲罰)하여야 하는가?


입력 2020.10.22 07:00 수정 2020.10.20 16:57        데스크 (desk@dailian.co.kr)

법무부, 한국 기업 고통은 외면하고 연속 메가톤급 펀치 가해

상인과 기업, 이 나라의 악의적 불법행위나 저지르는 집단으로 인식

문정권, 기업을 때려야 표가 된다는 표(票)풀리즘에 빠져 있어

지난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쏟아지는 규제 입법, 포스트 코로나 기업경제 활로를 찾아서'를 주제로 데일리안 창간 16주년 '문재인정부 3년, 한국경제 출구 전략 모색' 2020 경제산업비전 포럼이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9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CCMM빌딩 컨벤션홀에서 '쏟아지는 규제 입법, 포스트 코로나 기업경제 활로를 찾아서'를 주제로 데일리안 창간 16주년 '문재인정부 3년, 한국경제 출구 전략 모색' 2020 경제산업비전 포럼이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무부가 지난 6월 11일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기업계에 큰 충격을 안기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9월 28일 또다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상법개정안과 집단소송법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COVID-19로 궁지에 몰린 한국 기업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연속 메가톤급 펀치를 날린다.


‘공정’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전혀 공정하지 않은 것은 소위 공정경제법안에서도 똑같다. 상법을 개정해 펀드들이 주식 취득 3일 만에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 감사위원을 분리선임해 펀드 대표가 이사회에 버젓이 참여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이사회가, 또 기업이 잘도 굴러갈 것으로 본다면 현실을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다. 하긴 이런 것을 법이라고 만든 사람들이 언제 기업을 해 보고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줘 봤어야 무엇을 알 것 아닌가.


사회적 약자를 돌본다는 최저임금제나 주 52시간 근로가 실은 취약계층에 더 타격이 컸듯이 재벌 개혁한다는 경제민주화법률이 실은 재벌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타격한다. 정부가 순환출자를 버리고 지주회사체제를 만들라고 그렇게 윽박지르더니, 펀드가 지주회사를 공격하면 계열사 모두가 흔들린다. 사모펀드 KCGI가 반도건설과 연대해 공격하고 있는 ㈜한진칼 사태에서 이미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펀드와 건설사가 물류회사를 공격해 무엇을 얻으려는가.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누구든 고발하면 검찰이 기업을 바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별건수사도 가능하다. 경성담합을 수사한다면서 전혀 다른 혐의까지 잡아 수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긴 범죄를 인지하고서도 수사하지 않고 덮는다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기업은 별건수사가 두려워 노심초사 정권과 검찰의 눈치를 살펴야 할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기업을 할 것인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판례법 국가인 미국식 손해배상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명예훼손, 사기, 미성년자ㆍ부녀 유괴, 악의적 기소, 상해ㆍ폭행 등 신체와 재산에 대한 고의적 불법침해, 생활방해(nuisance), 부동산 횡령(conversion), 계속적인 불법행위, 아주 위험한 운전 등 주로 악의적 불법행위(malice torts)에 적용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를 상법에 규정해 상인과 기업만 콕 집어서 징벌하겠다고 한다. 상인과 기업이 진정 이 나라의 악의적 불법행위나 저지르는 집단이라는 말인가. 악의(惡意)는 내심의 의사일 뿐이고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데 이것을 어떻게 가려낸다는 말인가. 이미 한국에서도 하도급법ㆍ제조물책임법 등 적어도 17개의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돼 있다. 이를 언론기업을 포함해 전체 기업에 일반화 하는 것은 기업을 적대시하는 과잉입법이다. 의사, 변호사, 교사, 화가, 작가, 삯바느질 하는 사람은 상인이 아니다. 유투버들, 적어도 광고도 붙이지 않는 유투버는 상인이 아니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가해자도 될 수 없다는 점을 이 기회에 분명히 하자.


집단소송제도는 대한민국을 소송공화국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 집단소송법은 50인 이상이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동일하게 배상받도록 돼 있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외국 소재 소비자들에게까지 배상해야 한다. 각자가 받는 배상금은 푼돈일 뿐인데, 세계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하루아침에 거덜 나기 쉽게 되어 있다. 국민참여재판제도를 적용한다니 여론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은 법률비용이 증가하고 이 비용은 원가에 반영되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어리석은 법률이나 만드는 국회의원, 과잉입법에 몰두하는 법무부, 다들 기업을 때려야 표가 된다는 표(票)풀리즘에 빠졌다. 이미 30년간 때렸다. 한 20년 더 때려 50년을 채워보라. 1896년 귀스타프 르 봉은 말했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사회가 파괴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깨닫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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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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