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총리에 "WTO 개혁 최적임자" 지지 호소
靑 "이번주만 WTO 선거 관련 정상 통화 5차례 예정"
文, 盧 지원 노하우 반영한 듯…"친서외교로도 지원"
문재인 대통령이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당선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상 통화를 통해서다. 문 대통령의 그간 정상 통화가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최근에는 유 본부장에 대한 지원 요청으로 무게추가 옮겨진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무히딘 빈 모하마드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와 통화를 하고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유 본부장은 통상 분야 전문성뿐 아니라 현직 통상장관으로 구축한 네트워크와 정치적 리더십 등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WTO 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무딘 총리는 "차기 WTO 사무총장은 비전과 리더십이 필요한데, 유 본부장은 매우 인상적인 경험과 경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유 본부장의 능력을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유 후보자가 WTO 사무총장이 되면 여러 가지 기대에 잘 부합할 것이라 믿는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유 본부장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최근 러시아·독일·브라질 정상과의 통화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후 가진 환담에서도 유 본부장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유 본부장 지원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남은 기간 친서 외교, 정상 통화 등을 통해 최대한 유 본부장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총력 지원은 이번 주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무히딘 총리를 포함해 5차례 정상 통화가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제2의 반기문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 등을 주요 요인으로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당선됐다고 분석돼 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에서 반 전 총장의 당선 과정에 대해 "참여 정부는 (반 전 외교관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가 된) 그때부터 '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이 한 번도 가지 않은 15개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주요국에 특사를 보내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 당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외교 지원'은 이러한 노 전 대통령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에도 외교적 지원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정 총리도 이날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통화했고, 지난주에는 27개국에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