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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말고, 차점자 승계로 하자


입력 2020.08.14 08:00 수정 2020.08.13 07:18        데스크 (desk@dailian.co.kr)

선거와 비용 줄고 행정 낭비 줄고 투표 부담 덜고

차점자 자동 승계하면, 선출직 공직자들 더 책임감 느낄 것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838억원. 내년 4월로 예정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추정비용이다. 이 비용은 국고가 아니라 서울시민이 571억, 부산시민이 267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된 비용은 국고에서 지출되지만 지방선거는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게 돼 있다.


국고든 지방비든 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지만, 서울시민. 부산시민의 입맛은 쓰다. 수해 현장을 다니다가 사망한 것도 아니고, 시민 누구 하나 원하지도 않은 짓들을 한 시장들 때문에 이 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아주 아까운 생각이 든다.


돈도 돈이지만, 그 과정에 여야(與野)의 악다구니와 거짓말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사실 더 걱정된다.


민주당은 당헌(黨憲) 제96조(재.보궐선거에 대한 특례) ②항에서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라고 해 놨다.


헌법(憲法)도 고치자고 나서는 기세등등하고 뻔뻔한 민주당이 이까짓 당헌에 제약을 받겠는가. 이 당헌을 정할 때 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었는데, 변호사라니까, 잘 해석해서 적용하리라고 믿는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민의(民意)의 축제’라고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고려해, 재.보궐 선거 대신에 차점자(次點者)가 자동으로 그 직(職)을 이어 받도록 하면 어떨까 한다.


그러면 재.보궐 선거와 비용도 줄어들고 또 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의 공석(空席)으로 인한 행정 낭비도 줄고 국민들은 투표 부담에서도 벗어나고 여러 이점이 있어 보인다. 한번 살펴보자.


우선 대통령 선거. 1987년 직선제 이후 당선자와 차점자를 보면 1987년(13대) 노태우-김영삼, 1992년(14대) 김영삼-김대중, 1997년(15대) 김대중-이회창, 2002년(16대) 노무현-이회창, 2007년(17대) 이명박-정동영, 2012년(18대) 박근혜-문재인, 2017년(19대) 문재인-홍준표.


다음 서울시장.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의 기록을 보자. 1995년(30대) 조순-박찬종, 1998년(31대) 고건-최병렬, 2002년(32대) 이명박-김민석, 2006년(33대) 오세훈-강금실, 2010년(34대) 오세훈-한명숙, 2011년(35대) 박원순-나경원, 2014년(36대) 박원순-정몽준, 2018년(37대) 박원순-김문수. 여야(與野) 공히 좋은 자원들이 출전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가운데 2011년 선거가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실시된 보궐선거다. 만약 당시에 이런 규정이 있었다면 2010년 차점자인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가 이어받아 오 시장의 남은 임기만큼 시정(市政)을 펼쳤을 것이다. 2010년 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208만표, 한명숙 후보는 205만표를 얻었다. 올해 같으면 차점자인 김문수 후보가 자동으로 승계하겠다.


다음 부산시장. 제2의 도시이자 정치도시 부산 시민들도 만만찮다. 민선 이후 1995년(30대) 문정수-노무현, 1998년(31대) 안상영-하일만, 2002년(32대) 안상영-한이헌, 2004년(33대) 허남식-오거돈, 2006년(34대) 허남식-오거돈, 2010년(35대) 허남식-김정길, 2014년(36대) 서병수-오거돈, 2018년(37대) 오거돈-서병수.


이 가운데 2004년이 재.보궐 선거로 차점자는 한이헌 후보가 되고, 올해의 경우 서병수 후보가 차점자 승계에 해당한다.


재.보궐 선거 없이 차점자가 승계하는 제도는 이미 일본에서는 시행하고 있다. 중의원이나 참의원이 임기 중 의원직을 상실하면 유효투표의 6분의1 이상(17%)을 얻은 차점자가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도 각 주(州)마다 2명씩인 상원의원의 경우, 사망이나 사퇴 등으로 결원이 생기면 주 지사(知事)가 대리 의원을 임명해, 정기선거 때까지 그 역할을 맡도록 하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은 임기가 6년이지만 2년마다 3분의1씩 뽑도록 돼 있어서 매 2년마다 정기적으로 선거가 있는 셈이다. 그 정기선거 때 정식 상원의원을 뽑는다. 미국에서 상원의원이 얼마나 중요한가? 케네디나 오바마는 상원의원에서 바로 대통령으로 직행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장, 부산시장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자리가 1년 가까이 비어 있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기초단체장의 비리나 선거 부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재.보궐 선거를 초래한 원인 제공자와 그 소속정당에게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수도 있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 방안을 검토했지만, 의원들이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이런 방안을 채택할 리가 없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다. 당선자와 차점자는 대부분 소속 정당이 다르다. 자살, 비리, 성추행 등 여러 이유로 결원이 발생할 경우, 차점자가 자동으로 승계하도록 하면, 선출직 공직자들이 지금보다 더 책임감을 느낄 것이다.이들은 같은 지역에서 같은 문제를 놓고 준비하고 경쟁한 관계라 업무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

글/강성주 전 포항MBC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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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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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수 2020.08.14  05:25
    노무현 문재인을 보면 차점자로 하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냐 하는 생각이 저는 드네요 
    세금 아까우면 다음 선거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대로 된 사람들 뽑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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