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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의 배드토크] 샘 오취리의 사과, '인종차별 논란' 끝 아니다


입력 2020.08.09 07:00 수정 2020.08.08 21:4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의정부 고등학교 ⓒ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의정부 고등학교

샘 오취리가 한국 고등학생들의 흑인 분장을 인종 차별이라고 비판했지만, 오히려 역풍 여론이 거세지자 “경솔했다”며 사과했다. 인종 차별에 관한 논란이 샘 오취리 개인에게 옮겨가고 있다. 논의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면서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게재했다.


샘 오취리는 학생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가나의 한 장례식 영상을 패러디한 모습에 대해 “웃기지 않다.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아 달라. 문화를 따라하는 건 알겠는데 얼굴 색칠까지 해야 되냐.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또 영어로 “한국에서는 다른 문화를 조롱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무지가 계속 될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샘 오취리가 한국 교육을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또 해시태그로 덧붙인 ‘#Teakpop’도 문제 삼았다. ‘Teakpop’은 케이팝의 가십 등을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어 관짝소년단 사진을 올려 학생들의 초상권을 침해했다는 지적과 과거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했을 당시 동양인 비하를 뜻하는 눈찢기 동작까지, 샘 오취리를 비판하는 주장들이 줄줄이 제기됐다.


비난이 거세지자 샘 오취리는 “학생들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다.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 올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한국 교육 비하에 대해선 “해석하는 부분에 오해가 있다. 한국의 교육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충분히 오해가 생길 만한 글이었다”고 해명했고, 해시태그 ‘#Teakpop’에 대해선 “한국 케이팝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길 하는 줄 몰랐다. 알았으면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샘 오취리의 발언, 과거 행적으로 옮겨 붙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은 본질을 잃고 있다. 샘 오취리가 지적한 '블랙페이스'는 흑인들이 노예 생활을 하던 때, 백인들이 흑인들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할 때 하던 분장이다. 2017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홍현희가 흑인 추장을 했을 때도 비난을 받았고, 샘 오취리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종에 대한 비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모르고 했다"란 해명은 인권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만 드러낼 뿐 더 이상 방패막이 되어 줄 수 없다.


샘 오취리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에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발언은 반복되는 인종차별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에 사는 외국인의 바람이지 차별적인 의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샘 오취리의 동양인 비하 제스처는 비난에서 피해갈 수 없다. ‘Teakpop’ 해시태그 뜻 대해서 “몰랐다”고 발언한 점도 본인 역시 문화에 대해 무지했음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샘 오취리가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인정했다고 해서, 약자, 소수자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개인의 잘못과 사회적 의식의 변화는 다른 영역이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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