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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니꺼냐”, 그 이후가 두렵다

  • [데일리안] 입력 2020.08.05 08:30
  • 수정 2020.08.05 08:06
  • 데스크 (desk@dailian.co.kr)

통합당 ‘반사이익’. 국민 야당지지 통해 여당 질책하고 있는 것

민주당 총선 민심을 곡해 ‘독주(獨走)’ 모자라 ‘폭주(暴走)’ 중

전체주의·왕정국가, 수령이나 왕은 ‘정의상’ 오류가 있을 수 없어

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지난 7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며 열린 조세 저항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요즘 매일매일 비가 온다. 최장 장마를 경신할 거란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다보니 에피소드가 꽤 생긴다. 얼마 전 선배들과 점심약속이 있었는데, 한 선배가 비에 옷이 홀딱 젖어 들어왔다. 그 형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비가 올 때, 인도 쪽 차선에서 30킬로미터 이상으로 운행하는 운전자는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해!”라고, 빗길에 우산을 쓰고 가다가, 차도를 통과하던 차가 고인 빗물을 지나며 뿌린 물벼락에 당했다고 설명했다. “제2의 ‘민식이법’을 만들어야 해”라고도 말했다.


빗물과 차도 웅덩이에서 튀는 물은 완전히 다른 기분이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그 상황과 심정에 동감했고, 창의적인 대안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내가 “법 만능주의는 안 돼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싸해졌다. ‘웃자고 던질 말을 죽기로 받아들였음’을 깨달았다. 멋쩍게 웃고 상황을 마무리했다.


식사 마치고 돌아오면서 생각해 봤다. 내가 주책없이 코미디를 다큐로 받아들인 이유가 뭘까? 우리 국회에서 벌어지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 때문일 것이다. 절대다수의 거대여당이 상상했던 모든 것을 현실화시킨다. ‘설마’ 하다가 곧 넋을 잃고 만다. 이들의 정신은 어린아이인데 어른의 힘을 가진 것 같이 위태롭기만 하다. 이로 인해 주변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며, 종국에는 스스로를 해칠 것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은 여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 개헌 빼고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의석을 몰아줬다. 총선 직후 여론 또한 여당의 압도적 지지였다. 야당은 경험해보지 못한 패배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됐다. 지금 총선을 끝난 지 4개월도 안됐다. 그런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여당의 여론지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야당인 통합당이 식물인간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지역 지지도에서 역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야당은 뾰족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당하고만 있다. 전형적인 ‘반사이익’이다. 국민이 야당지지를 통해 여당을 질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당은 숫자의 힘에 취해 여전히 폭주하고 있다. 내부의 자성이 간간히 나오지만, 곧 포기하는 분위기다. 브레이크는 없어 보인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국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지난해도 광화문은 뜨거웠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지난해 광화문 유세는 야당이 주도했다. 그전 2년여 동안 국민들이 매주 광화문을 점령했지만 뉴스거리가 안됐다. 이후 야당이 합류하자 기름에 불길이 닿은 듯 폭발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인파를 모였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선은 야당의 참패였다. ‘코로나19’ 탓도 있었지만 여전히 ‘여당에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총선 민심을 곡해한 여당은 ‘독주(獨走)’도 모자라 ‘폭주(暴走)’로 나가고 있다. 검찰총장에 이어 감사원장까지 몰아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이었다. 한쪽은 ‘우리총장님’이었고, 다른 쪽은 ‘미담제조기’였다. 그들은 ‘우리’가 아님을 뒤늦게 알았고, 스스로 ‘미담’의 반대편에 서있음을 깨달았다. 부끄러워할 법도 한데 ‘뭐 뀐 놈이 성내는 격’의 반응을 보인다. 법무부장관은 누구의 눈치도 안보고 막말과 전횡을 이어간다. 다시 검찰학살을 준비한단다. 부동산 정책, 탈원전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일갈했다. “민주당 사람들은 ‘정의상(by definition)’ 잘못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뭔가 잘못 됐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잘못을 한 겁니다. 그래서 바로 범인을 찾아 나섭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니 집값이 오른 것은 당연히 새누리당 탓이어야 하지요. 심지어 어느 의원은 나라가 전체주의를 닮아가는 것을 고릴라 탓으로 돌리더군요”라고 한심해 했다. 그가 말하듯 민주당은 ‘무오류 병’에 걸렸다. 이는 ‘주체사상’과도 닮았다. 대부분의 전체주의, 왕정국가에서 수령이나 왕은 ‘정의상’ 오류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국정에 잘못이 있으면 누군가 대신 처벌을 받는다. 처벌이 불가능한 현대에서는 ‘남탓’이 처벌을 대신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인내의 한계를 느낀 국민들이 또 거리로 나온 것이다. 총선 압승이후 4개월도 안되어 국민은 여당에 불만을 쏟아 놓고 있다. ‘나라가 니꺼냐’라며 원색적으로 그들을 질타한다. 그들은 ‘이게 나라냐’며 전 대통령을 몰아냈던 국민들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라’고 정권을 교체해 놨더니, 이 나라를 ‘가산(家産)제 국가’로 착각한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전횡하기 때문이다.


어떤 개인이나 정권도 힘이 생기면 쓰고 싶어진다. 전횡의 가능성은 항상 있다. 지도자나 그 그룹구성원의 개인적 인성이나 성숙한 민심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는 역시 ‘민주주의 제도’다. 선진 민주주의 국가가 ‘3권 분립’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견제와 균형’을 구현하는 이유다. ‘3권 분립’을 창시한 미국은 입법, 행정, 사법 모두 그 권한이 막강하다. ‘견제와 균형’은 모든 플레이어를 강하게 만든다. 엉뚱한 트럼프가 등장했지만 미국이 변함없이 강한 이유다. ‘리더의 의외성’을 ‘제도의 안정성’이 상쇄·중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입법, 행정, 사법이 분립되어있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입법부는 통법부가 되고, 사법부도 집권세력에 장악된다. 그러다 보니 모두 허약해진다. 권한이 고유하지 분명하지 않고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핵심기관이 역할을 못하는 나라살림이 나아질 수가 없다. 권력기관들 뿐 아니라 노조를 비롯한 사회단위들이 서로 발목을 잡고 몽니를 부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정치가 망가지니 경제도 망가진다. 경제가 망가지면 돈 없는 서민들이 첫번째 희생양이 된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민심이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증상이 분명한데 처방이 불가능하다. 어디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의 변화가 첫 처방이 될 텐데 그럴 기미가 없으니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견디다가 임계점에 이르면 파국인 올 것이다. ‘나라가 니꺼냐’ 뒤의 질타는 말만은 아닐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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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우석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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