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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전제되지 않은 다수결이 바로 입법 독재다


입력 2020.08.03 09:00 수정 2020.08.03 07:17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말본새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정부는 정말 대단하다. 누가 뭐라 하건 개의치 않는다. “권력은 우리 손에 있어, 떠들고 반대한다고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 이런 태도다. 이제 국회선진화법도 여당의 독주를 막는 장치로서는 무용지물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석을 176석이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수결 원리’를 전가보처럼 꺼내든다.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부겸 민주당 전 의원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그는 31일 페이스북에 “누가 누구더러 독재라고 눈을 부라리나. 발목잡기와 무조건 반대만 하다 21대 총선에서 이미 심판 받지 않았나”라고 통합당을 공격했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말본새


4선 의원에다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독재’에 대한 인식이 한심하다. “통합당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라는 것은 반론이 될 수 없다. 독재는 그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다. “토론의지가 없는 야당을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것도 주관적 판단일 뿐이다. 진정한 토론의 의지를 민주당이 가진 적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총선 결과가 ‘통합당의 발목잡기 무조건 반대’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도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미래통합당을 지지한 국민도 많았다는 것을 망각한 언사 아닌가.


그는 “미통당이 민주주의 기본 작동 원리부터 다시 생각할 때”라고 충고했다. 그 작동 원리라는 것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의회주의는 국민의 대의원들이 진지한 논의를 거쳐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존중하고 지키는 것을 가리킨다. 협치가 전제되지 않는 다수결이 바로 입법독재다. 같은 당의 4선 노웅래 의원이 말하지 않았는가.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고(하루만엔가 거둬들이긴 했지만).


더 한심한 것은 김 전 의원의 말본새다. 경쟁정당을 향해 ‘물귀신처럼’ ‘눈을 부라리나’ 등의 표현을 어떻게 쓴다는 것인가. 이건 다분히 경멸적인 언사다. ‘심판’이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설령 심판 받았다 하더라도 그건 상대적인 선택의 결과일 뿐 통합당을 의회정치에서 배제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미래통합당이 약칭을 ‘통합당’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굳이 ‘미통당’이라는 까닭은 또 뭔가.


아마 당원들, 특히 집요하고 거칠게 대응하는 친문세력을 염두에 둔 립서비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죽하면 저렇게 충성서약을 해야 할까 해서 안쓰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중진이고, 당권을 장악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자신의 인간적 가치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시류에 너무 아부하면 자아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


하긴 험구 악구는 민주당의 전통적인 언어습관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잦다. 그 중에서도 이해찬 대표가 발군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빈소에서 만난 기자가 성추행 문제에 대한 당의 대책을 묻자 “후레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호통을 쳤다. 지난달 24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서울을 ‘천박한 도시’로 규정했다. 총선 때 부산에 가서는 ‘초라한 도시’로 명명했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이런 정도의 언어구사력을 가진 사람이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7선 의원을 지냈다는 게 더 한심하다. 특히 이 대표는 유난히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곤 한다. 말투도 그렇다. 이러니 한국의 정치가 질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겠는가.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이 점에서는 뒤질 생각이 없는 듯하다. 지난달 30일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임대차보호법의 문제점을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호소력 있게 짚어냈다. 윤 의원은 일약 스타가 됐다.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박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하는 건 그 쪽에서 귀한 사례”라고 이죽거리는 글을 올렸다. 누구나 이 말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이 사람이 판사와 청와대 비서관, 그리고 국회의원 3선에 이른 민주당 중진급 인사다.


“(윤 의원이) 임차인임을 강조했는데, 소위 ‘오리지널’은 아니다. 국회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이고 현재도 1주택 소유하면서 임대인이다.”


망신주기 폭로를 한 셈인데, 그 자신은 현재도 2주택 1상가를 소유하고 있다. 이런 것이 민주당스러운 언어습관이고 정치하는 방식인가.


민주당 대표를 지내고 지금 법무부 장관으로서 윤석열 검찰총장 무력화·밀어내기와 검찰 직접 통솔을 위해 맹활약을 하는 추미애 장관의 험구 악구 구사 실력과 습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할 정도다. 이런 언사 어투들이 문재인 정권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권의 실력자라는 사람들까지 불쾌지수 올리기에 한몫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이하랴.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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