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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서치 흔들①] 코로나19 뚫은 상장사 깜짝 실적 ‘깜깜이’...예견된 추락


입력 2020.07.28 05:00 수정 2020.07.28 01:08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잠정치 발표 40곳, 증권사 추정치 괴리율 영업익 17.3%, 순이익 -49.8% 격차↑

IB중심 구조적 변화 및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로 내부자 거래 줄면서 소외 커져

한때 증권사의 꽃으로 불렸던 리서치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증권사가 IB중심의 개편을 가속화하면서 리서치센터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방문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시장 전망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의 선행지표로 삼고 있는 리서치센터 보고서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기업 모니터링 기능이 급속도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리서치센터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본연의 시장 분석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40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6조5509억원인데 이는 증권사들이 앞서 추정한 전망치(14조1145억원) 보다 17.3%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순이익에 대한 추정치 괴리율도 -49.8%에 달한다.ⓒ데일리안 DB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40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6조5509억원인데 이는 증권사들이 앞서 추정한 전망치(14조1145억원) 보다 17.3%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순이익에 대한 추정치 괴리율도 -49.8%에 달한다.ⓒ데일리안 DB

삼성전자를 필두로 시작된 올해 2분기 어닝시즌이 중반부에 돌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추정치를 훨씬 웃도는 깜짝 실적을 내놨다. 하지만 실적 발표에 앞서 추정치를 내놓는 리서치센터의 실적 보고서는 잠정치에 근접하는 실적 전망이 거의 전무했다. 이어 발표한 대형 상장사들의 실제 실적 수치는 리서치센터의 전망치와 큰 차이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리서치센터가 전망치를 잇따라 수정하면서 투자자들의 혼선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익 깜짝 실적 맞춘 곳 전무...실적전망치 괴리율 높아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중에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잠정치를 크게 어긋나는 기업들이 속출했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40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6조5509억원인데 이는 증권사들이 앞서 추정한 전망치(14조1145억원) 보다 17.3%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순이익에 대한 추정치 괴리율도 -49.8%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가 2분기 영업이익으로 8조1000억원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앞서 8조원대의 실적을 추정한 곳이 전무했다.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에 대해 추정한 평균치는 6조5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컨센서스 대비 실제 잠정치가 무려 1.5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을 앞두고 컨센서스를 잇따라 상향조정했지만 직전까지 영업이익 전망 최대치인 7조600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삼성전자 실적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가 실적 발표 직전 추정치를 올렸음에도 영업이익은 오히려 8조를 넘겨 증권사들의 수정 전망치가 무색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 1조9467억원을 기록하며 기존 전망치 평균(1조7398억원) 보다 13%나 웃돌았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은 8조6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1조2643억원으로 135.4%나 늘어난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전에 예상한 전망치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어 발표한 KB금융도 잠정치 영업이익이 1조3905억원인데 2분기 추정치(1조1730억원)보다 18.5%나 더 좋은 실적을 발표했다. 하나금융지주도 2분기 잠정치는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8233억원)보다 높은 9374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도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놨다.


심지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52%, 73% 급감한 5903억원, 145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지만 증권사들의 기대치는 이보다 각각 86%, 46%나 낮은 추정치를 제시했다. 이처럼 실제 잠정치보다 추정치가 훨씬 못미친 배경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실사를 나가지 못한 증권사들이 더욱 보수적인 관점에서 실적을 진단해 실제 잠정치와 격차가 벌어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을 직접 실사하는 설명회가 예년보다 급격히 줄었고 코로나19 여파로 그나마 있던 설명회들 조차 상반기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실적 추정을 더욱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이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 ⓒ에프앤가이드
IB중심 변화로 약화된 리서치 기능, 코로나19사태 이후 직격탄


증권사들이 최근 몇 년 전부터 IB를 중심으로 수익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리서치 기능이 급속도로 약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몇 년간 주식거래가 꾸준히 줄면서 중개수익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하기 힘들어진 증권사들이 IB를 주축으로 한 조직 구성에 나서면서다. 자연스럽게 시장 전망을 담당하던 애널리스트 기능 축소로 이어지면서 기업 모니터링도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크게 움직일때 마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코스피 밴드 역시 신뢰를 잃어 버린지 오래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코스피 밴드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컸던 지난 2분기에 증권사들이 제시한 코스피 밴드의 최저 수준과 최고수준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졌다. 증권사들이 주로 약세장을 점쳤던 지난 5월 증권사들이 제시한 밴드의 갭 차이는 300포인트에 육박했다. 당시 신한금융투자의 코스피 밴드는 1700~2050포인트였고, 삼성증권(1750~2000), KB증권(1780~2030), 한국투자증권(1780~2000), 키움증권(1800~2000) 등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이처럼 밴드의 상하단 갭이 크게 벌어지면서 일부 증권사에서는 저럼한 비용에 훌륭한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딥서치(Deep Search)와 같은 ICT 기반의 리서치 플랫폼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정책과 관련된 세미나에 동원되느라 요즘엔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과의 유기적인 소통 창구 역할을 해온 리서치센터가 오히려 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리서치센터에서 오랜 관행처럼 이어졌던 이슈들이 최근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더욱 부각되면서 리서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과거에 애널리스트들이 기업 IR담당자와 유착이 심했는데 2차 정보수령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처벌이 강화되고 내부자 정보가 줄어든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대형증권사들이 ELS나 채무보증 규제 강화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로 리서치 투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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