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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료를 인상하겠다고?"


입력 2020.07.15 09:00 수정 2020.07.14 07:58        데스크 (desk@dailian.co.kr)

시청자, 공영방송의 공정성(公正性)과 독립성(獨立性) 말해

공영방송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돈과 권력에 아부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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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지상파 방송의 경영상 어려움과 관련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나온다. 공영(公營)인 한국방송(KBS)은 2019년에 이어 올 해도 적자가 예상된다며, 40년째 그대로인 시청료의 인상 불가피성을 홍보하고 있다. 얼핏 생각해도 수십 년 동안 요금이 그대로인 제품은 지구상에 흔치 않을 것 같다.


KBS의 시청료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월 2500원 그대로다. 과거 몇 차례 시청료 인상에 실패한 KBS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21대 국회가 시청료 인상에 호기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내에 ‘수신료현실화추진단’도 꾸려, 올 가을의 정기국회에서 소원 성취를 이룰 태세다. 평소에는 딴 목소리를 내는 KBS의 노동자단체나 직능단체들도 시청료 인상에 대해서는 일사불란(一絲不亂)하다.


문화방송(MBC)의 경영은 더 어렵다. 지난 2017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해 올 해도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 문화방송 측에서는 MBC도 법적으로 공영방송으로 분류해 시청료를 지원해 달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문화방송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70%, 정수(正修)장학회가 30%의 주식을 가진, 주주 2명 자본금 10억원의 주식회사이다. ‘주식회사 형태의 공영방송’이라는 모순되는 위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예 법적으로 공영방송에 편입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세상 모든 회사의 핵심 화두는 소비자다. 소비자가 소비를 해 주어야 회사가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외면하면 안 된다. 방송의 소비자는 ‘시청자(視聽者)’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들은 “방송만 잘하면 시청료가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40년째 2500원인 시청료가 정상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많지 않은 액수의 시청료도 아깝다고 말하는 시청자가 많다. 방법만 있다면 TV를 KBS에다 반납하고, 2500원에다 돈을 더 보태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 할아버지나 청소년 가장(家長) 돕기에 쓰고 싶다고 말한다.


시청자들은 ‘보람’을 원하고 있다. 방송을 제대로 하면 더 낼 마음도 있는데, 지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이 광고 걱정 말고, 집권자 눈치 보지 말고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의 공정성(公正性)과 독립성(獨立性)을 말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땅 부자들이 돈의 힘으로 나라를 좌지우지 못하도록 방지해 주고, 추한 정치 지도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 가지 못하도록 견제해 주기를 원하고 있다. 미약하지만 옳은 소리는 크게 키워서 온 국민들이 듣도록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시청자들은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을 편들어서 이들의 도구(道具)가 되는 공영방송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한다. 시청자의 도구가 돼 주기를 원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아침저녁으로 일일 연속극을 방영하면서 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하는 그런 공영방송을 바라지 않는다. 시청할 일일연속극이 없어서 시청자가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는 차고도 넘친다. 일류 문화국가 한국을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 주기를 바란다.공영방송의 카메라와 마이크가 돈과 권력에 아부하지 말고, 몸을 낮춰서 시청자들 가까이에 찾아오기를 원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일만 생기면 편을 갈라서 비난하고 싸우는 정치인이나 시민단체들의 말과 모습을 공영방송이 왜 매일 ‘뉴스’라는 이름으로 방송해 시청자들마저 편싸움을 시키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시중에서 하는 말을 빌리면‘개들이 하는 싸움’은 ‘소싸움’처럼 스포츠 뉴스에서 간단하게 취급하고, 사람 사는 모습이 뉴스에서 넘쳐나기를 원한다.


시청료의 뿌리는 깊다. 1927년 경성방송(JODK)의 라디오 청취료가 월 2원으로, 상당히 비쌌다. 개국 당시 등록된 라디오는 조선인 171대 일본인 584대였다. TV시청료는 1961년 말 KBS가 TV 방송을 시작하고 1963년 1월부터 받았다. 1961년 시청료는 월 100원으로 당시 쇠고기 1근 값이었다. 그 후 6번 올라 1980년 800원에서 81년 4월부터 2500원으로 크게 올랐다. 공영방송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1980년대 중반에는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도 있었다.


2013년 KBS는 시청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려고 자체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벽을 넘었다. 그러나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국회통과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지금은 판세가 수신료 인상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됐다. 자체 이사회는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의결(방송법 65조)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시(2013년 12월 10일) 민주당은 시청료 인상에 반대하면서 “공정방송의 회복,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 이행,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 없이 수신료를 인상하자는 것은 국민의 대대적 저항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세상 모든 회사의 문제는 소비자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소비자의 자발적인 동의가 중요하다. KBS는 “수신료의 가치, 감동으로 전합니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말은 맞다. 제대로 하고 잘 해서 감동을 느끼는 시청자가 많다면 수신료는 인상될 수도 있다. 그런데 KBS가 그 만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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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성주 전 포항MBC 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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