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보험료 인상, 근본을 못 고치니 논란만 [기자수첩-금융]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5.11.13 07:04  수정 2025.11.13 07:04

보험료 동결 속 손해율 급등, 악순환 반복

물가 잡기 급급한 제도, 시장 왜곡만 키운다

정비·한방 요인 누적…소비자 부담만 커져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연말이면 어김없이 보험료 인상 소식이 들려온다.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국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두 보험이 매년 같은 이유로 논란을 일으킨다.


손해율은 치솟고, 보험사는 인상 필요성을 외치며, 정부는 물가를 의식해 제동을 건다. 결과적으로 ‘인상 논란’만 남는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실손보험이 있다. 의료비 상승과 비급여 진료 확대로 인한 손해율 악화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적자를 떠안고 있다.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은 이미 100%를 넘어섰다. 2023년 118.4%, 2024년 116.2%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119%까지 올랐다. 보험사들은 실손보험에서만 매년 1조~2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 규모는 2022년 1조5301억원, 2023년 1조9747억원, 지난해 1조6226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1조원 이상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20%에 가까운 수준으로 많아진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자동차보험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9월 기준 85.4%로 손익분기점(82%)을 넘어섰다.


여름철 장마, 겨울철 사고 증가 등과 같은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정비공임 인상과 한방 과잉진료 등 구조적 요인이 손해율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가 자극 우려를 이유로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산정 항목에 포함돼 있어 인상이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민 부담을 고려한 조치지만, 시장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 여기에 정비업계와 한의업계의 반발도 발목을 잡는다.


자동차보험 정비수가를 둘러싼 논의는 매년 갈등의 불씨다. 정비업계는 “임금 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보험사들은 손해율 악화를 우려해 맞서고 있다.


한의업계 역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 삭감이나 과잉청구 관리 강화에 반대하고 있다. 실손보험의 비급여 항목 축소나 한방치료 횟수 제한 같은 제도개편이 추진될 때마다 ‘서민 진료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제도 개선은 번번이 미뤄졌다.


이처럼 정부의 인상 억제 기조와 업계 간 이해충돌이 겹치면서 보험료 조정은 사실상 손을 대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문제는 그 대가를 결국 소비자가 치른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인상 억제가 물가 안정으로 비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왜곡이 자리 잡고 있다. 정비업계와 한방 과다청구, 비급여 관리 부실 같은 불필요한 인상 요인을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 그 비용은 선량한 가입자들이 나눠 떠안게 된다.


보험료 인상이 사실상 막힌 사이, 위험손해율은 더 높아지고 보험사는 적자에 시달리며 시장의 불균형은 심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부담은 형태만 바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보험료 인상 소식에 귀를 막기보다, 그 안에 숨은 구조적 낭비를 바로잡아야 한다. 보험료를 붙잡는 일보다, 불필요한 인상 요인을 걷어내는 일이 먼저다. 인상을 미루는 건 임시 처방일 뿐,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내년에도 같은 논쟁이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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