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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임화영 "어느덧 데뷔 10년, 잘 견뎌낸 시간"


입력 2020.07.06 14:35 수정 2020.07.06 14:36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영화 '팡파레'서 제이 역 맡아 연기 변신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여우주연상

임화영ⓒ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임화영ⓒ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샛노란 염색 머리에 짧은 반바지, 화려한 메이크업. 영화 '팡파레' 속 주인공 제이(임화영 분)의 첫 등장은 강렬하다. 반전의 키를 쥔 그는 영화 속 네 명의 남자를 휘어잡으며 통쾌함을 준다. 제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임화영이 이 어려운 캐릭터를 말끔히 해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화영은 "신선한 이야기에 끌려 출연했다"며 "독특하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낸 제이가 매력적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팡파레'(7월 9일 개봉·감독 이돈구)는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 휘말린 다섯 빌런이 오직 살기 위해 벌이는 악몽보다도 더 끔찍하고 잔인한 하룻밤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임화영이 맡은 제이는 묘한 분위기를 내다 극 말미에 정체를 드러낸다. 이 감독은 제이를 통해 여성을 약자로 보는 편견을 뒤집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이가 이 영화의 주제이며, 축제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악장을 뜻하는 제목 '팡파레'도 곧 제이를 뜻한다. 특히 제이가 네 명의 남자들에게"왜 너희들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라는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이를 통해 드러나서 좋았어요. 인물들의 위치가 상황에 따라 전복되는 점도 재밌었고요. 누구나 가졌던 편견을 깨는 작품인데 후반부 장면에서 정말 통쾌했습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여성 캐릭터라서 놓치고 싶지 않았죠."


감독은 임화영에게 말도 안 되는 연기 주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물이나 특정 직업을 연상하거나 연기하지 말고, 하나의 현상을 떠올리며 연기하라고 했단다. 배우에게도 '하나의 현상'은 물음표였다.


"저도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라서 감독님께 물었는데, 제이가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영화 속에서 벌어진 사건을 당황하지 않고 무심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공간과 네 명의 악당이 주는 힘, 그리고 제이 캐릭터가 잘 어울릴 수 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에 미소를 지으면서 총을 드는 장면에서 제이의 감정이 비로소 폭발하는데 짜릿했죠."


임화영ⓒ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임화영ⓒ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제이 캐릭터를 위해 가발도 썼고, 메이크업, 의상도 '제이답게' 연출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자연인 '임화영'이었지만 현장에 가서는 바로 제이가 됐단다. 촬영 기간은 딱 1주일이었다.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인 터라 출연진, 스태프들이 한 공간에 모여 시간을 같이 보냈다. 공연을 올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임화영은 "현장이 정말 즐거웠다"며 "소규모 영화였는데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 음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지인들이 응원해줘서 힘이 났다. '팡파레'는 내게 좋은 기억만을 남겨준 소중한 영화"라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제이와 비슷한 점에 대해 '담대함'이라고 답한 그는 "제이의 전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제이가 하는 일에서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2010년 OCN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1'로 데뷔한 임화영은 '짝패', '용팔이' 등에 출연하다 2017년 '김과장' 속 뽀글머리 광숙이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트랩', '슬기로운 감빵생활' '어느 날'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이 됐다. 임화영은 "이만큼 잘 견뎠구나"라고 스스로 다독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늦게 데뷔해서 갈 길이 멀어요. 그래도 잘 견디고, 예전보다 성숙해졌다는 걸 느껴요. 연기를 꿈꿔도 중간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분들이 많거든요. 저 역시 여러 상황을 겪었지만 좋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요. 전 연기가 정말 재밌어요. 더 오래 연기하고 싶습니다."


연기의 즐거움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데에서 나온다. 배우 역시 내 안에 몰랐던 부분을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임화영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한편으로 재밌다"며 "앞으로 해야 할 캐릭터가 많은데 비중 상관없이 다채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 홍보 활동과 함께 8월 방송 예정인 tvN 새 드라마 '산후조리원' 촬영 중이다. 산후조리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새내기 산모 박윤지 역을 맡았다. 미혼인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다.


"연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연기하는 일이라 항상 조심스워요. 그래도 다른 인생을 사는 게 참 값지고 신납니다. 작품을 통해 저 자신을 깨부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이번 산모 역할이요? 엄마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됐어요(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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