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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식국회 출범 ①] 국회 파행까지 감수한 민주당의 법사위 욕심…무엇을 위해서?


입력 2020.06.30 00:15 수정 2020.06.30 08:16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2004년 이후 야당이 법사위 가져갔던 16년 관행 깨고 가져가

국회 파행까지 감수하며 사수 강행한 배경에 '공수처' 평가

통합당 몫 20대 법사위, 민주당 공수처 강행에 번번이 걸림돌

야당 비토권 무력화·현 정권 각종 비리 의혹 재수사 통한 되돌리기 우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하며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귀엣말을 하며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거대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할 전망이다. 1987년 민주화를 이뤄낸 이후 초유의 일이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 이후 16년 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만큼은 야당이 가져갔던 관행도 함께 묵살됐다. 국회 파행을 감수하면서까지 민주당이 법사위 사수를 강행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원구성 협상 시작 무렵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4·15 총선으로 민주당이 거대여당이 됐으니 상임위원장 18개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미래통합당이 강도 높게 반발하자 기존의 국회 관례대로 의석수에 따라 11대7로 상임위를 배분해주겠다고 태세를 바꾼 것이다.


통합당의 반발이 지속되자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정무위원회(정무위) 등 국회 18개 상임위 중 핵심으로 꼽히는 상임위까지 통합당에 넘겨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끝내 법사위만큼은 일체의 양보도 없었고, 상·하반기를 나눠서 가져가자는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의 마지막 절충안마저 거절했다.


민주당의 법사위 사수 의지는 역시 문재인 정부 최대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사위는 지난 20대 국회서 야당과의 합의 없이 공수처를 밀어붙이던 민주당에게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여상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20대 법사위에서 여상규 의원은 공수처법의 직권 상정을 저지해 본회의 통과를 늦췄으며, 결국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을 통해서야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결국 법사위 사수에 성공한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꺼낸 일성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출범과 검찰개혁을 방해하던 법사위는 이제 없다. 21대 국회 법사위는 공수처를 법률이 정한 대로 출범시킬 것"이었다.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된 가운데 2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여야의 원구성 협상이 최종 결렬된 가운데 29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의 법사위 사수를 막지 못한 통합당 내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작될 '공수처 설립 드라이브'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초대 공수처장 임명 국면에서 통합당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견제 방법으로 평가되는 야당 몫 공수처장 추천위원의 비토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위원은 총 7명으로 구성되며 법무장관·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4명은 여당에서 2명, 교섭단체로 한정된 야당에서 2명을 추천한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동의를 받아야 임명될 수 있는 구조로, 통합당 몫 추천위원 2명이 견제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야당이 해당 기한까지 자신들 몫의 위원을 추천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추천위원을 정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상황은 달라졌다. 거대 의석의 힘으로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킬 경우, 공수처 출범을 최대한 늦추며 국민을 향해 공수처의 부당함을 알리는 목소리를 낸다는 통합당의 계획이 무산될 공산이 크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요청'을 빙자한 명령, 이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됐던 백혜련 의원의 발의, 이미 본인들이 통과시킨 공수처법마저 다시 입맛에 맞게 고치겠다는 편의적 발상까지 '국민'은 없고 '법위에 대통령'을 두는 공수처 시나리오가 착착 전개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마치고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마치고 의장실을 나서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권에서는 공수처 출범과 함께 현 정부 인사들을 둘러싼 비리 의혹 사건을 모조리 재수사해 '되돌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조국 일가 비리 의혹·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황운하 선거개입 의혹·윤미향 사태 등 모든 여권 인사의 의혹들이 재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야권은 여권의 이 같은 의도를 공표하고 국민 여론과 함께 싸우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은 당분간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에 휘둘리지 않고 의정 활동을 보이콧하며 국민들에 부당함을 호소할 예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이후 입장문을 통해 "협치의 상징이자 견제 균형의 요체인 법사위원장은 처음부터 빼앗아갔다. 국회를 완전히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실상을 국민들에 알리고 민주당을 저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당의 독주, 폭주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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