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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확보 총력전 나선 시중은행…저금리 압박 속 '새 암초'


입력 2020.06.29 06:00 수정 2020.06.28 21:09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 은행 외화 차입금, 올해 들어서만 4조6500억 급증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개선 박차…불어나는 비용 '숙제'

국내 4대 은행 외화 차입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외화 차입금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외부에서 빌려 온 외화가 올해 들어서만 4조5000억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자 서둘러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써야 하는 비용도 함께 불어나면서, 심화하는 저금리 기조 속 실적 압박에 직면한 은행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만드는 짐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개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 차입금 잔액은 총 328억7300만 달러로 지난해 말(290억 달러)보다 7.9%(38억7300만 달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증가 금액은 최근 환율을 기준으로 4조6500억여원에 이르는 액수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외화 차입금이 같은 기간 78억6500만 달러 93억8300만 달러로 19.3%(15억1800만 달러) 급증하며 최대를 유지했다. 우리은행의 외화 차입금 역시 72억달러에서 84억900만 달러로 16.8%(12억900만 달러)나 늘며 80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 하나은행도 69억9200만 달러에서 75억8900만 달러로, 신한은행은 69억4300만 달러에서 74억9200만 달러로 각각 8.5%(5억9700만 달러)와 7.9%(5억4900만 달러)씩 외화 차입금이 증가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올해 초 외화 차입에 적극 나선 것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대유행으로 접어든 후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해 미리 외화를 쌓아 둔 모습이다.


실제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난 3월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중반 대까지 급등했다. 지난해 말 환율이 115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00원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그 만큼 원화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가 귀해졌다는 의미다. 이후 환율은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 기미를 보이는 와중 다시 1200원을 넘어서며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로 비(非) 기축통화국의 외화 확보 수요가 커지고, 이에 따라 달러를 중심으로 외화의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며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에서 최근 은행들이 보여주는 유동성 제고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외화 차입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돈을 빌려오는 차입은 은행 입장에서 예·적금과 같은 수단에 비해 더 많은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자금 조달 경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조사 대상 은행들이 외화 차입금에 대해 지불한 금리는 평균 1.64%로 전체 자금 조달 금리(1.19%) 대비 0.45%포인트나 높았다. 숫자 자체로는 커 보이지 않는 격차일 수 있으나, 해당 은행들의 외화 자금 운용 크기를 감안하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추가 이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차이다.


아울러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으로 기준금리가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현실은 이런 차입금 확대에 따른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낮아진 금리로 인해 투자 효율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자금 조달 비용은 수익률을 더욱 갉아먹는 요소일 수밖에 없어서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지난 3월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했다. 우리 금융 시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맞이하는 제로금리 시대다. 그럼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한은은 지난 달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내린 0.50%로 결정했다.


이렇게 떨어진 금리는 자산운용뿐 아니라 은행의 수익성 전반을 약화시키는 악재로 평가된다. 시장 금리라 떨어질수록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 마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기준금리 내리막이 본격화한 지난해 이미 국내 19개 은행들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1.89%에서 1.71%로 0.18%포인트 하락했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아질수록 예대 마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외화 유동성 개선이 강조되는 시점이지만, 은행들이 너무 쉽게 차입금에 손을 대는 경향을 바람직하게 보기만은 힘들다"이라며 "장기적인 저금리 흐름 속 지나친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이어질 경우 건전성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는 만큼, 차입보다는 예수금 등을 통한 안정적인 외화 공급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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