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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기획┃부캐의 범람①] 유재석이 불 지핀 열풍에 숟가락 얹기?


입력 2020.06.24 13:50 수정 2020.06.25 10: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카피추-김다비-조지나 등 쏟아지는 부캐

배우들도 부캐 열풍, 극중 캐릭터로 만든 SNS 계정

ⓒMBC ⓒMBC

지금 연예계는 ‘부캐’(부캐릭터의 줄임말) 놀이에 한창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원래 이미지의 방송인이 ‘제2의 자아’를 만들어내면서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로 활동하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지칭할 때 쓰인 부캐는, 최근 예능계로 번지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예계 부캐 열풍에 불을 지핀 건 유재석이었다. 당초 릴레이카메라, 대한민국 라이브 등의 코너로 시작했던 MBC ‘놀면 뭐하니?’는 어느새 유재석의 부캐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태어난 유재석의 새로운 자아만 해도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유DJ 뽕디스파뤼, 닭터유, 유두래곤 등 총 일곱 개나 된다.


유재석이라는 한 사람이 본캐(본래 캐릭터)를 포함해 무려 여덟 개의 캐릭터로 ‘분화’(分化)하면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뽕포유’ 편에서 탄생한 캐릭터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소속사 사장 김태호 PD의 철저한 계획 하에 ‘합정역 5번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으로 성공을 맛봤고,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본캐인 유재석도 받지 못했던 상을 부캐가 대신 받은 셈이다.


유재석을 통해 부캐 열풍이 불었지만, 이보다 앞선 지난 2018년 이미 부캐 활동을 시작한 가수도 있었다. 엠넷 ‘쇼미더머니 777’에서 분홍색 복면을 뒤집어 쓴 채 등장한 래퍼 마미손(MOMMY SON)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그램 초반에 탈락했지만 화제성만큼은 우승자 부럽지 않은 결과를 안았다. 사실 첫 방송 이후부터 그의 정체가 매드클라운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두 캐릭터는 서로를 강하게 부인하며 지금까지도 각기 다른 인물로 천연덕스럽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BC, 비보웨이브 ⓒMBC, 비보웨이브

부캐 열풍’은 이제 방송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 열풍에 숟가락을 얹었다. 유병재가 기획해 만들어낸 ‘카피추’는 유행가와 동요 등 누구나 알만한 노래를 카피(copy)해 부른다. 카피추 캐릭터가 제대로 터지며 동명의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게 됐는데 하루만에 7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불혹이 넘어 제대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오랜 시간 무명생활을 이어왔던 본캐 추대엽 대신, 부캐인 카피추가 ‘대박’을 친 것이다.


MBC ‘나혼자 산다’의 박나래도 자신의 속에 있던 또 다른 자아를 꺼냈다.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이미 남다른 분장 실력으로 여러 캐릭터에 도전했던 박나래는 부캐도 뚝딱 만들어냈다. 특유의 농염한 말투와 과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능청맞은 성격으로 주로 영어를 구사하지만 사실 안동 조씨인 ‘조지나’가 그의 두 번째 자아다.


요즘 가장 ‘핫’한 캐릭터는 김신영의 부캐 둘째이모 김다비다.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에 데뷔곡 ‘주라주라’를 발매하고 직장인들의 애환을 노래하면서 새로운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새빨간 색상의 조끼와 허리춤에 둘러맨 가방, 곱고 정갈하게 말아 올린 머리, 날카로운 눈매를 돋보이게 하는 반뿔테 안경 등 의상 콘셉트도 확실하다. 무엇보다 그의 천역덕스러운 연기와 캐릭터에 부여한 성격 등 세계관이 매우 구체적이다.


빠른 45년생 김다비는 많을 다(多), 비 비(?)를 써 비가 많이 오는 날에 태어난 사연 많은 둘째이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특기는 킬 힐 신고 약초 캐기이며, 취미는 새벽수영·정오 에어로빅·심야 테니스다. 그리고 백반집·계곡 산장 오리백숙집 운영 경력이 있다는 설정까지 더하면서 완벽한 부캐를 만들어냈다.


예능가에서 주로 쓰이며 재미를 주던 부캐는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에게까지 옮겨갔다. 배우들은 극중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SNS 계정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부캐 열풍에 합류했다.


배우 유아인은 개봉을 앞둔 영화 ‘#살아있다’의 주인공 오준우란 이름으로 SNS를 개설했고, 배우 문가영도 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 속의 여하경 캐릭터로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했다. SBS ‘하이에나’의 정금자(김혜수 분)도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SNS 계정을 오픈하고 팬들과 소통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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