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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백스테이지] 요절한 천재 조나단 라슨과 뮤지컬 '렌트'


입력 2020.06.19 13:13 수정 2020.06.19 13:13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에 자신의 삶 투영

·동성애·에이즈·마약 다루며 사랑의 메시지 전해

뮤지컬 '렌트' 공연 사진. ⓒ 신시컴퍼니 뮤지컬 '렌트' 공연 사진. ⓒ 신시컴퍼니

1840년대 풍자 잡지인 '르 코르세르-사탕(Le Corsiare-Satan)에 연재된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은 19세기 초 파리를 배경으로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보헤미안들의 방랑과 사랑,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이후 위대한 작곡가 푸치니에 의해 오페라 '라보엠'으로 재탄생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선보인 작품이 바로 뮤지컬 '렌트'다. 오페라 '라보엠'이 '나비부인'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의 3대 걸작으로 일컬어지며 100년이 넘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렌트' 또한 한 세대를 거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 16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렌트'는 '나비부인'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미스 사이공'처럼 '라보엠'의 이야기 뼈대를 고스란히 이식했다.


'보헤미안들의 생활 정경'과 '라보엠', '렌트'의 공통점이라면 작품의 배경이 크라스마스이브라는 점인데,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렌트'는 장소를 뉴욕 이스트 빌리지로 옮기고 90년대 예술가들이 겪는 고민과 환경적 갈등 요소들을 배치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했다.


특히 브로드웨이 천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작품 곳곳에 심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조나단 라슨은 자신과 친구들의 삶 속에 늘 존재했지만, 사회적으로 터부시되었던 동성애, 에이즈, 마약 등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록, R&B, 탱고, 발라드, 가스펠 등 다양한 형태의 음악은 민감한 소재를 더욱 극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었다.


조나단 라슨이 뮤지컬 '렌트'를 구상하기 시작한 건 1989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극본·작곡을 맡으며 자신의 진짜 사는 이야기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 실제로 공연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안정된 삶을 버리고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뮤지컬 '렌트' 공연 사진. ⓒ 신시컴퍼니 뮤지컬 '렌트' 공연 사진. ⓒ 신시컴퍼니

'렌트'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는 곧 조나단 라슨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렌트'의 또 다른 주인공 마크처럼 자신의 여자친구를 다른 여자에게 빼앗겼으며, 공연 중 에이즈 환자들을 위한 'Life Support' 모임과 같이 현실 속 'Friends in Deed'라는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연 중에 나오는 에이즈 환자 고든, 알리, 팸, 수는 모두 라슨의 진짜 친구들로 모두 에이즈로 사망했다.


1994년 연출가 마이클 그리프(Michael Greif)와의 만남은 '렌트'가 상업 뮤지컬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나단 라슨의 희망과 따듯한 마음 그리고 관대함과 동시에 마이클의 현실감과 복합성으로 환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조나단 라슨은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장에서 '렌트'가 개막하기 하루 전 대동맥 박리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는 '렌트'가 대중들에게 더 강렬하게 각인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비극적인 삶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공연이 이 시대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시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해법을 제시해준다는 점이다.


이번 공연에 참여한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협력 연출 앤디 세뇨르 주니어는 "'렌트'는 바이러스가 퍼져있을 때 살고 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라며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지금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기가 사랑과 진실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조나단 라슨의 말을 소개했다. 그의 말은 "우리에게는 오직 오늘 뿐(No Day But Today)"이라는 '렌트'의 영원한 테마와 함께 귓가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이렇게 위험한 시대에, 세상의 경계가 다 찢겨나가는 것 같은 시대에, 매일매일 죽음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볼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연대하고 삶의 공포 때문에 숨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목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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