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 VS '만약에 우리', 리메이크 난제와 기대 속 멜로 대결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2.03 14:16  수정 2025.12.03 14:16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오늘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해도’(이하 ‘오세이사’)과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한국 정서로 재해석한 ‘만약에 우리’가 약 일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개봉하며 극장가에 드문 리메이크 멜로 구도가 마련됐다.


ⓒ바이포엠 스튜디오·쇼박스

두 작품은 모두 해외 IP의 감정선을 한국 관객에게 맞게 다시 쓰는 방식이지만, 그간 동아시아 멜로 리메이크가 기대 대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경향을 고려하면 단순한 장르 경쟁을 넘어 리메이크 자체의 완성도를 시험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오세이사’는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여학생과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남학생의 풋풋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소녀와 곁에서 감정을 쌓아가는 소년의 관계를 중심으로, 일본식 멜로 특유의 정적이고 잔향이 남는 서정성을 지녔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일본 영화판은 2022년 한국에서 121만 관객을 모으며 이미 국내에서도 높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쌓았다. 이런 만큼 한국판 ‘오세이사’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감정의 결을 다시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 청춘 멜로는 말과 행동을 최소화하고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한국 관객은 감정의 흐름이 좀 더 선명하고 속도가 있는 전개에 익숙하다.


한국판은 이 차이를 고려해 원작이 지닌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한국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는 감정의 힘을 어떻게 담아낼지가 중요한 지점으로 보인다.


추영우와 신시아가 출연하는 한국판 ‘오세이사’는 크리스마스 이브 개봉을 앞두고 있어 멜로 장르와 잘 맞는 시기적 기대감을 얻고 있다. 두 배우가 원작의 섬세한 분위기를 한국적 톤으로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심을 모은다.


여기에 ‘오세이사’는 국내에서 뮤지컬로도 공연된 바 있어 원작의 감정선이 이미 여러 방식으로 소개된 상태다. 이번 영화가 그 위에 어떤 새로운 결을 더할지도 주목된다.


올해 마지막 날 개봉하는 ‘만약에 우리’는 2018년 중국 멜로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하는 두 인물의 흐름은 그대로 유지하되, 한국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와닿는 감정선에 맞춰 제목과 분위기를 새롭게 구성했다.


구교환과 문가영이 주연을 맡아 호흡을 맞췄으며 ‘만약에 우리’의 김도영 감독은 이번 작품을 “엉켜버린 이별을 다시 잘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시간이 지나 잊힌 듯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 멜로 리메이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흐름도 이번 두 작품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된다. 대만 원작을 바탕으로 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손익분기점인 80만 명을 가까스로 넘겼고,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리메이크가 16만 명, ‘소울메이트’가 호평에도 불구하고 25만 명에 그쳐 원작의 감정 리듬을 한국식 정서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작업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보여준다.


이는 원작의 감정 구조가 이미 완성돼 있어 손댈 수 있는 폭이 좁고, 한국 관객이 선호하는 감정의 속도와 호흡과도 쉽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데서 비롯된 간극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오세이사’와 ‘만약에 우리’가 반가운 이유는 오랜 기간 극장가에서 보기 어려웠던 멜로 장르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 그리고 두 작품 모두 기억·세월·상실·재회 같은 보편적인 감정 키워드를 지니고 있어 관객과의 접점이 넓다는 데 있다.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면 힘이 빠지고, 한국적 감정을 과하게 얹으면 원작의 섬세함이 흐려지는 리메이크 특유의 고민 속에서 두 작품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가 관객의 반응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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