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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의 빨간맛] 통일부 장관을 위한 변명


입력 2020.06.16 07:00 수정 2020.06.16 04:38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여권, "일한 게 없다"며 통일장관 책임론 제기

취임 후 국내외 여건상 '희생양' 삼는 건 과도해

정작 책임져야 할 곳은 따로 있지 않나

김연철 통일부 장관(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외교‧안보 라인이 바뀌긴 바뀔 모양이다. 지난 5월초 불거진 개각설 불씨가 꺼질 듯 꺼지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해온 이들이 피로를 호소한다니 더 붙잡을 명분도 없지 싶다. 탁현민 의전비서관도 행정관 시절 '할 만 큼 했다'며 청와대를 떠난 적이 있다.


한데 교체설이 돈다는 인물 중 고개가 갸웃해지는 이름이 있다. 이제 갓 취임 1년을 넘긴 김연철 통일부 장관 얘기다.


돌이켜보면 남북 관계는 2주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김 장관이 주무 부처 장관이니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 김 장관에게 모든 화살을 꽂기엔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여권은 김 장관이 취임 후 '한 일이 없다'는 분위기다. 장외에서 정부 대북정책 스피커 역할을 해온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가 일이 없고 존재감이 없다"며 "통일부가 이럴 때가 아니다. 일을 저질러야 한다"고까지 했다.


김 장관이 한동안 일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몇 달간 통일부가 매주 배포하는 주간보도 계획상 장차관 일정은 '공란'으로 남겨진 경우가 수두룩했다. 간단히 말해 일거리가 없었다는 얘기다.


김 장관이 정말 일을 안 했을 수도 있다. 다만 김 장관이 일 못할 사정도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를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김 장관은 지난해 4월 8일 취임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인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취임 두 달여 뒤인 6월 30일엔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후 실무회담을 위한 북미 물밑 교섭이 이어졌고 마침내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북미가 머리를 맞댔다.


알려진 대로 실무회담은 최종 결렬됐다. 하지만 북미 교섭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무슨 수로 대북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을까.


북미 실무회담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8월 이후 국내 상황 역시 잊어선 안 된다. 이제는 가물해졌지만, 작년 하반기는 '조국의 시간'이었다. 나라가 두 동강 난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개별관광 추진을 선언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모르겠다.


나라를 분열로 이끈 청와대가 대북정책까지 틀어쥐고 있어 김 장관이 좀처럼 운신 폭을 넓히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등과 관련해 윗선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는 동문서답만 반복했다.


나는 김 장관이 추진하는 대북정책에 반대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개별관광 추진은 동의할 수 없다. 동해북부선이 '한반도 뉴딜'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믿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본권을 제약하는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생각한다. 하나 대북 교착의 책임을 김 장관에게 떠넘기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통일부 장관을 희생양 삼나. 책임질 곳은 저기 다른 곳 아닌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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