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너의 얼굴은] 처절해서 더 값진, 김무열


입력 2020.06.09 14:02 수정 2020.06.09 14:03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영화 '침입자'서 서진 역 맡아

신경증 걸린 인물 섬세하게 연기

<배우의 얼굴은 변화무쌍합니다. 비슷한 캐릭터라도 작품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작품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색을 냅니다. 대중은 그 변화하는 얼굴에서 희로애락을 읽으며 감정을 이입합니다. 여기서는 최근 주목할 만하거나 화제가 된 배우들의 작품 속 얼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침입자' 김무열.ⓒ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침입자' 김무열.ⓒ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처절하고 또 처절하다. 4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 속 김무열 얘기다. 김무열은 극 중 아내를 잃고 홀로 딸을 키우는 서진 역을 맡았다.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실종됐다가 25년 만에 돌아온 여동생 유진(송지효 분)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인물이다.


서진은 아내를 교통사고로 잃은 후 신경증을 앓는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첫 장면을 장식하며 스크린을 가득 메운 김무열의 얼굴은 건조하면서 불안하다. 얼굴에 핏기 하나 없으며 눈빛은 흔들린다. 누군가에 쫓기는 듯한 얼굴을 한 그는 종종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깨어난다. 아내 사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도통 잠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여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유진이 등장하고, 서진의 일상은 송두리째 변한다. 까면 깔수록 유진의 정체가 의심스럽지만 가족들조차 유진의 편에 선다. 서진은 고군분투하며 유진을 까발리려 하지만 그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관객 입장에서는 갈수록 무력해지고 유진에게 휘둘리는 서진이 '고구마'답다. 답답함은 김무열의 얼굴을 통해 배가 된다. 불안함에 시달리는 표정, 갈피를 잡지 못하는 눈빛,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몸과 마음은 보기만 해도 안쓰러운 김무열의 표정으로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침입자' 김무열.ⓒ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침입자' 김무열.ⓒ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김무열은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감량했다. 마른 얼굴은 캐릭터의 예민함을 돋보이게 했고,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힘 없는 몸놀림은 서진에게 짊어진 삶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서진은 동생의 실종과 관련해 집안의 비밀을 떠안아야 했고, 장남으로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다. 아내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딸과 가족들을 보듬어야 했다. 책임감, 부담감, 죄책감으로 짓눌린 서진은 삶에 짓이겨진 얼굴로 관객들을 마주한다. 유진에게 당하기만 해 답답하지만, 서진을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힘든 그가 이 고난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리라.


지칠 대로 지친 서진은 단순히 유약한 캐릭터는 아니다. 공황장애 증상에 시달리고, 살인사건에 연루되면 범인으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아야 했다.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서다. 후반부 서진은 딸에 대한 부성애로 힘을 낸다. 김무열의 부성애 연기 역시 처절하기 그지없다. 얻어맞고 터지지만 딸을 되찾기 위한 일념 하나로 벼랑 끝까지 달려가는 얼굴에선 절박함이 엿보인다.


유진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극이 흔들리지만 이를 잡아준 건 김무열이다. 바닥을 찍고 서도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가 얼굴에 가득하다. 관객이 그를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상대 역 송지효조차 "김무열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고 할 정도로 영화를 보고 나면 극한 상황에 몰린 김무열의 사실적인 얼굴만이 남는다.


김무열은 트라우마 연기에 강하다. '기억의 밤', '인랑'에 이어 세 번째다. 서진을 연기하기 위해 김무열은 신경증 환자들의 증상을 이해하고자 심리학 관련된 서적을 찾아봤단다. '고생 전문배우'라고 불릴 만큼 넘어지고, 쓰러지고,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했다. '침입자'에서는 몸보다는 '마음 고생'을 혹독히 했다. 불안했던 표정은 비로소 엔딩에 다다라서 환한 미소로 바뀐다. 처절해서 더 값진, 김무열의 얼굴이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