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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한도 확인하니 "대출 NO"…시중은행 언택트 '배짱 영업'


입력 2020.06.09 06:00 수정 2020.06.09 11:3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아무리 조회해도 불이익 없다더니…이자율 비교하다 '낭패'

코로나19 여파 속 불어나는 신용대출…고객 불편 확산 우려

은행들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 한도를 확인한 고객들의 대출을 거절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픽사베이 은행들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 한도를 확인한 고객들의 대출을 거절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픽사베이

은행들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 한도를 확인한 고객들의 대출을 거절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무리 한도 조회를 해도 대출을 받는 데 지장이 없다고 안내하면서도, 실제로는 다양한 금융사의 이자율을 비교해보려는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대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많은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금융 시대를 외치고 있는 은행들의 모순을 보여주는 현주소란 비판도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은 온라인에서 단기간 자신의 신용 정보를 수차례 조회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다. 짧은 기간 여러 금융사의 대출 한도를 알아보는 소비자는 금융사기에 연루돼 있거나 부실 고객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해 문제가 없음을 입증하면 대출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제공하고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서 대출 한도 조회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다양한 금융사의 이자율을 따져 보고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시선에서 보면 이는 다분히 불합리한 대목이다. 단지 금리만 좀 비교해봤다는 이유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될 수 있는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불량 소비자란 낙인까지 찍힐 수 있어서다. 아울러 다수의 금융사를 한 플랫폼으로 연결해 대출 상품을 추천해주는 핀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환경은 더 많은 고객들을 이런 처지로 몰아갈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은행들 역시 신용 정보만 조회해도 개인 신용도가 떨어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런 염려가 없는 만큼 온라인에서 간편히 조건을 대조해본 뒤 대출을 받으라고 적극 권하고 있다. 모바일 앱에서 공인인증서 혹은 휴대전화 본인 인증만 진행하면 얼마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곧바로 알려주는 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신용 대출을 받으려는 개인들은 최근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여러 금융사의 신용 대출 이자율을 비교해 보려다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될 고객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 한 지난 3월 이후 현재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새롭게 나간 개인 신용대출만 3조원이 넘는 상황이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의 지난 달 말 기준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총 96조2227억원으로 올해 2월 말(92조8722억원)보다 3.6%(3조350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이 같은 기간 29조4348억원에서 30조5383억원으로 3.7%(1조1035억원) 늘면서 30조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역시 27조3864억원에서 28조4634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9조378억원에서 19조7426억원으로 각각 3.9%(1조770억원)와 3.7%(7048억원)씩 해당 대출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가계 신용대출도 17조132억원에서 17조4784억원으로 2.7%(4652억원) 늘었다.


더욱이 은행들이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모바일 한도 체크만으로 간접적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은 고객 입장에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가 확산되자 이를 계기로 인터넷·모바일 채널을 강화하고, 각종 혜택을 통해 비대면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과 다르게 신용 정보 조회로 인한 불이익이 없다고 홍보하면서도, 온라인 금리 조회를 여러 번 했다는 사유로 대출을 막는 건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세워 둔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언택트 금융이 강조되고 있는 와중, 도리어 이를 잘 활용한 소비자들이 상대적 손해를 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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