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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유상훈 "주연이요? 얇고 길게 가는 배우 될래요"


입력 2020.06.07 23:11 수정 2020.06.07 23:19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루갈'서 민달호 역 "이름 있는 캐릭터 처음"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 불러주면 어디든 OK"

유상훈. ⓒ 탄엔터테인먼트 유상훈. ⓒ 탄엔터테인먼트

"중학교 3학년 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해 22년 만에 처음으로 배역 이름이 있는 역할을 맡았어요.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생기니 신기했죠. 즐기면서 연기한 것 같아요."


배우 유상훈(38)에게 OCN 드라마 '루갈'은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짧게 치고빠지는 단역만을 연기해온 그에게 배우 인생 처음으로 '민달호'란 이름이 주어졌고, 대선배 박성웅과 대사를 주고받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유상훈이 맡은 민달호는 아르고스 실세 황득구(박성웅 분)의 유일한 행동 대장이다. 대중들에게 생소한 그로선 꾀나 비중이 큰 역할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갈고닦은 기량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만개했다는 평가다.


능수능란한 언변, 폭력적이면서도 코믹한 매력까지 동시에 갖춘 매력적인 캐릭터는 마치 마동석의 초창기를 보는 듯했다. 사실 제작진은 '민달호' 캐릭터에 다른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조연배우는 신선한 배우를 발굴해 만들어가는 철학을 가진 강철우 감독이 있었기에 유상훈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유상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딸이 친구들에게 '아빠가 배우야'라고 하면,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느냐'고 묻는다더군요. 알고 보니 작품 속에서 이름이 있는 캐릭터를 맡으면 검색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딸이 이제는 당당하게 자랑하고 다녀요."


유상훈은 '루갈'의 주요배우 캐스팅 소개 화면에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당당히 새겨져 있는 것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딸이 아빠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는 점이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웃었다.


유상훈. ⓒ 탄엔터테인먼트 유상훈. ⓒ 탄엔터테인먼트

'루갈'을 통해 얻은 소중한 인연은 대선배 박성웅이었다. "조연을 맡은 건 처음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형이 도와줄게'라고 하시면서 인간적으로 대해주셨고, 촬영 때 '네가 이쪽에 서야 더 많이 나와'라고 하셨을 땐 정말 감동이었어요. 대선배님과 대사를 주고받으니까 너무나 영광스러웠죠."


하지만 유상훈이 무명 배우로 오랜 시간 버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3년엔 금전적인 문제로 잠시 배우의 길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여러 개의 카페를 운영하는 등 개인사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유상훈은 "배우를 하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를 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안정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사업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됐을 때 아내에게 다시 배우를 하고 싶다고 말했죠. 흔쾌히 허락해줘서 너무나 감사해요."


그 정도로 배우의 길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가. 유상훈은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올라간다'는 영국의 산악가 조지 말로니의 말을 인용하며 "거창한 이유는 없다. 연기가 하고 싶고, 촬영 현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는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 그리고 욕심이 없는 '순수함', 이 두 가지가 긴 기다림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언젠가 '주연배우가 된다면?'이란 질문에도 손사래를 쳤다.


"주연 배우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얇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냥 연기할 수 있는 곳에서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갑니다."


다시 한번 물어도 유상훈의 대답은 비슷했다.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바로 유상훈이 아닐까.


"사람들이 저란 배우를 봤을 때 싫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제겐 그저 소박한 꿈만 있어요. 밥 먹고 살 수만 있다면 계속해서 촬영 현장에 남아 있을 겁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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