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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불똥’ 체육특기생] 대회 중단에 無 실적…“죽을 맛이에요”


입력 2020.06.03 10:06 수정 2020.06.03 10:21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불안한 학생들, 진학 지도에 어려움 겪는 지도자 모두 ‘멘붕’

체력·경제적 부담으로 취소 및 연기된 대회 몰아 열려도 문제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야구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야구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훈련하고 있다. ⓒ 연합뉴스

“3학년들은 지금 완전 죽을상이에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각종 스포츠대회들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체육특기생들에게도 타격이 적지 않다.


현재 서울 950여명 등 전국적으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체육특기생들은 보통 대회에 나가 입상 실적을 쌓은 것을 활용해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하는데 코로나19로 상반기 대부분의 대회가 취소 및 연기되면서 불안감만 쌓이고 있다.


이들을 데리고 있는 학교 또한 진학 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학교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해결책 역시 마땅히 없다.


태권도부가 있는 서울 소재 A고등학교는 지난 겨울 제주도에서 합숙 훈련을 실시했지만, 코로나19로 중단했다. 이후 3월부터 개최되어야 할 대회들이 취소 및 연기되면서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히 6월말부터 매주 대회가 개최되지만, 마냥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 학교 태권도부 코치는 “보통 대회는 한 달에 1~2번 열렸다. 첫째 주에 대회를 못했으면 2주 정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며 “하지만 매주 있으면 상대적으로 보완할 시간이 적다. 대회가 서울에서만 열리는 것도 아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도 부담이다. 태권도부 특기생 C군은 “대회 나가면 학교서 나오는 지원금이 있다. 예전에는 지원금으로 2개 대회를 나갔다면 이제부터는 4개 대회를 나가야 한다”며 “학교서 주는 돈은 한정적인데 대회를 매번 나가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2배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단체종목의 체육 특기생들도 걱정이 있긴 마찬가지다. 단체종목의 경우 개인종목과는 달리 함께 모야 훈련을 해야 훈련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종목이지만 코로나19로 단체훈련이 금지되는 등 현장의 어려움이 많았다. 현장 지도자들이 개별 훈련 미션과 과제를 내주면서 학생들을 지도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코로나19로 상반기에 열리지 못한 고교축구대회.(자료사진) ⓒ 대한축구협회 코로나19로 상반기에 열리지 못한 고교축구대회.(자료사진) ⓒ 대한축구협회

고등학교가 순차적 개학에 나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길이 조금이나마 열렸지만 걱정은 태산 같이 쌓여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축구부 코치는 “3학년들만 이제 운동을 시작 하려 하고 있다. 동계 훈련 이후로 4개월 정도 계속 쉬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 3학년 특기생들은 7월 1일부터 열리는 대회를 준비 중이다.


축구의 경우 상반기에는 춘계 대회를 포함해 2~3월 사이에 열리는 대회가 4~5개인데 코로나19로 모두 취소 돼 7월로 몰렸다. 또한 5~7월에 열려야할 대회는 8월로 몰아서 열린다. 7월에는 7개 전국대회가 같은 날짜에 몰리면서 일부 학생들은 출전에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한국중고축구연맹 관계자는 “학생들이 9월에 수시를 넣어야 돼서 7~8월에 시합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물론 이 같은 일정도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완전하게 돌아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 쿠팡발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고등학교 축구부 코치는 “앞으로 대회를 못 나가면 대학에 갈 수 있는 평가가 없다. 리그 일정도 대진표는 일단 뽑았는데 언제 나올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 결정된 것이 없다”며 “3학년들은 지금 완전 죽을상이다. 교육부에서 일반 학생에 대한 대책만 내놓지 운동부에 대책은 내놓은 게 없다. 합숙 훈련은 금지 시켜 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축구부 코치는 “서울시 안에 운동장 대여도 잘 안 된다. 코로나 때문에 여태껏 막아놨다가, 많은 팀들이 몰리다보니 예약이 어렵다”며 “또 40일 만에 대회를 준비해야 된다. 선수들도 할 말이 없다. 멘붕이 온 상태다. 대회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또 코로나가 터지면 중단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그치질 않고 있는 가운데 불안한 고3 체육특기생들과 지도자들을 위한 교육부 등의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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