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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거리두기', 오늘부터가 진짜 시험대


입력 2020.05.20 05:00 수정 2020.05.20 05:15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확산 우려 속 고3 등교개학 시작

국내외 '학교 감염' 사례 잇따라

방역 당국 "혼선·불안 피할 수 없어"

서울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습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서울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습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수도권에서 코로나19 관련 산발적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고등학교 3학년생이 오늘부터 등교를 시작한다.


40만 명에 달하는 고3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만큼 일상과 방역이 균형을 이루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정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신학기 개학준비추진단 회의에서 "내일(20일) 고등학교 3학년들의 등교 수업이 시작된다"며 "코로나19로 미뤄진 등교가 시작되는 의미 있는 날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20일 고3 등교개학을 시작으로 일주일 단위로 학년별 순차 개학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등교 빈도는 학년별 차이를 두기로 했다. 진학·사회 진출을 앞둔 고3의 경우는 매일 등교하지만, 이외 학년은 각 시도교육청 지침과 학교 자체 결정에 따라 △격주 △격일 △주 1회 등으로 등교수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교육 당국은 또 30명을 넘는 '과밀학급'이나 1000명 이상의 '과대학교'는 거리두기를 위해 특별교실을 활용하고, 분반 수업도 진행키로 했다.


유 부총리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종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등교 개학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교육부 등 유관부처 모두 최선을 다하고 부족한 점을 신속하게 보완하며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서 잇따른 학교 관련 감염사례
프랑스·싱가포르는 학교 문 다시 닫기도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가 자구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내외 사례를 감안하면 학교 관련 환자 발생은 피할 수 없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방과 후 학생 관리에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시 영등포구는 이날 관내 소재 한국과학기술직업전문학교 학생 A(19·남성)씨가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학생 599명·교직원 50여명이 소속된 해당 학교는 고용노동부 소관 학교여서 교육부의 개학 연기 지침과 별개로 지난달부터 학교 문을 열어왔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기존 환자가 다녀간 도봉구 소재 '가왕코인노래방'을 지난 7일 방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도봉구에 거주 중인 해당 학생은 최초 증상발현일인 지난 11일 이후 사흘(12일~15일) 간 학교에 등교한 것으로 조사돼 확산 우려 제기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보다 먼저 학교 문을 연 몇몇 해외 국가에선 관련 환자가 급증해 '섣부른 개학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2일 유치원을 시작으로 순차적 학교 개학을 추진해온 프랑스에선 등교 시작 일주일 만에 전국 유치원·초등학교 관련 환자가 70여 명 발생했다. 프랑스 교육 당국은 해당 학교에 대해 폐쇄 조치를 내린 상태다. 지난 3월 말 개학을 시작한 싱가포르에선 2주 만에 환자 500여 명이 발생해 학교 문을 다시 닫기도 했다.


방역당국 "학교 관련 감염 언젠가 발생할 것"
전문가들 "개학 이후 학원 등 다른 활동 줄여야"


방역 당국은 등교개학 이후 학교 관련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방역 체계 안에서 관련 환자를 통제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학생이나 교사 등의 학교 관계자 중 확진자가 언젠가 발견될 것"이라며 "처음에는 혼선과 불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불가피할지도 모른다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학교 관련 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응 과정에서 불안이 고조될 우려가 매우 높다"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다른 분야, 다른 장소에서도 차분하면서도 신속하게 코로나19를 통제해왔다. 학교에서도 철저한 사전준비를 바탕으로 감염관리와 신속 대처를 통해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이어 학교 내 환자 발생이 '왕따'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어린 학생들이 혹시라도 감염병으로 인한 편견이나 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삼가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모란 국림암센터 교수는 'CBS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어쩔 수 없이 40만 명 고3이 등교를 하게 되면 환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환자가 나온다는 것을 가정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확진 학생이 학원에 가거나 다른 특별활동을 하게 되면 굉장히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면서 "학교를 개학하는 대신 학원이나 다른 활동은 가능하면 줄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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