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롯데면세점, 공항 철수가 신의 한수?…안도 할게 아닌 1분기 흑자


입력 2020.05.19 05:00 수정 2020.05.18 17:31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3개 사업권 반납한 롯데, 빅3 중 인천공항 임대료 부담 가장 적어

4기 면세사업자 입찰에서도 임대료 문제로 롯데, 신라 사업권 포기

수익 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비용 줄이는 게 실적 부진 막는 지름길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2018년 임대료 문제로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의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급감한 가운데 면세점 빅3 중 롯데만이 적자를 면했다. 남은 두 업체가 적자를 기록한 가장 큰 원인은 매달 수백억원에 달하는 인천공항 임대료다.


하지만 관광객이 늘고 매출이 상승해 만들어낸 흑자가 아니라 비용을 줄여 낸 실적인 만큼 적자에 대한 위험성은 여전하다. 해외여행이 급증하는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성수기 특수도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은 각각 490억원, 3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194억원의 적자를 냈다. 반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96% 줄었지만 43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전면 제한되면서 지난달 인천공항 출국객 수는 작년 4월과 비교해 99% 급감했다. 방한 외국 관광객이나 출국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1분기 적자를 낸 신라, 신세계, 현대 등 3개 면세점의 적자 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업체별 매달 수백억원에 달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빅3 면세점이 인천공항에 납부하는 한 달 임대료만 850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조원이 넘는 규모다.


◇인천공항 면세점, 코로나19 사태로 황금알 낳는 거위 → 미운오리새끼로


앞서 롯데는 지난 2018년 2월 제1터미널에서 운영했던 DF1(향수·화장품)·DF3(주류·담배)·DF5(피혁·패션)·DF8(탑승동 전품목) 등 4곳 중 DF3를 제외한 나머지 3곳의 사업권을 인천공항에 반납했다.


당시 중국 정부와의 사드 설치 문제로 중국 단체 관광객 방문이 급감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커지자 사업권 반납을 결정한 것이다. 롯데가 국내 면세업계 1위 사업자인 데다 인천공항이 한국의 대표 관문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손익을 따져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롯데가 반납한 3개 사업권의 연매출은 9000억원 이상으로 당시 국내 면세업계 총 매출의 6~7%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이후 롯데가 반납한 3개 사업권은 DF1과 DF8을 한 데 묶은 DF1과 DF5 두 개 사업권으로 입찰이 진행됐고, 신세계면세점이 두 곳을 모두 차지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면세업계는 롯데와 신라 양강 체제에서 신세계면세점을 포함한 빅3 체제로 굳혀졌다. 면세점 사업장 수도 기존 롯데, 신라, 신세계에서 순서에서 신세계, 신라, 롯데로 바뀌었다.


현재 매달 면세점 빅3가 인천공항에 납부하는 임대료는 신세계 360억원, 신라 300억원, 롯데 200억원 수준이다. 롯데의 경우 신세계 보다 160억원, 신라에 비해서는 100원 가량 매달 적은 셈이다. 1분기 3개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신세계 보다는 480억원, 신라에 비해서는 300억원을 절감하는 셈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국내 면세업계가 매달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울 당시에는 적은 매장 수가 약점이 됐지만 현재는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탈바꿈한 셈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감은 여전하다. 1분기의 경우 3달 중 1월은 제대로 실적을 낼 수 있었지만, 2분기는 3달 모두 부진에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 포함돼 있는 2분기까지 부진이 계속될 경우 연간 매출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롯데면세점이 나홀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유다.


◇월 수백억 규모 인천공항 임대료에 업계 1,2도 손들어


2018년 롯데의 사업권 반납은 최근 인천공항 제1터미널 4기 면세사업자 선정 입찰에서도 학습효과로 나타났다.


롯데와 신라는 임대기간이 최대 10년으로 늘었지만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권을 포기했다. 신라와 롯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DF3, DF4 구역의 계약 첫 해 최소 보장금(임대료)은 각각 697억원, 638억원이었다. 양사가 실제로 써낸 금액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만큼 여력이 된다면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비용 절감이나 명품 등 브랜드 유치에 유리하다”면서도 “현재는 코로나 사태로 운영 매장이 많을수록 임대료 부담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비용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고 토로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