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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의 디스] 우리에겐 생각보다 훌륭한 이웃이 있었다


입력 2020.05.18 07:00 수정 2020.05.18 07:0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기업 자국내 공급망 비중 확대 불가피

이재용-정의선 회동 의미 커…중소 부품·소재 기업들과도 협력 강화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019년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2019년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활동 반경이 제한되며 동네 곳곳을 돌아보고 주변 소상공인들과 접촉할 일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집앞 구멍가게 아저씨는 딸 아이가 올 때마다 50원짜리 사탕 하나를 쥐어줄 정도로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고, 동네에 꽤 괜찮은 술집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그 집 먹태가 전국구급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동네 떡볶이 가게에 선결제를 해 두면 아이가 밖에서 놀다 허기질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생김새를 가지고 아이와의 혈연관계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떡볶이 가게 사장님의 눈썰미에 감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활동 영역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국가의 생산시설 폐쇄나 국경 봉쇄에 따른 연쇄 생산차질로 비용절감과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지난 30여년간 이어온 글로벌 분업화에 균열이 생긴 탓이다.


더구나 오랜 기간 합이 잘 맞는 부품·소재 파트너였던 일본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인 지난해부터 상도의를 벗어난 일탈행위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거래 상대임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앞으로 생산차질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국가 내에서의 공급망 비중을 늘리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3일 재계 양대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단독 회동한 것은 의미가 크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오랜 기간 국내 산업계를 이끌어온 두 기둥이었지만, 상호 거래관계는 그리 많지 않았다.


두 총수의 회동에서 구체적인 사업 협력방안이 도출되진 않았으나,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거느린 계열사들은 배터리와 전장사업 등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갖고 있으니 언젠가 빅딜의 물꼬를 트는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대기업 상호간 거래 뿐 아니라 더 많은 국내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가치사슬에 합류하는 일이 잦아진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경제와 산업은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안정된 판로만 확보된다면 단숨에 부품·소재 분야의 강자로 부상할 잠재력을 갖춘 강소기업들이 국내에 즐비하다. 이미 현대차그룹 협력사들 중에서는 국내에서의 안정적인 판로를 기반으로 실력을 키워 전속 협력사에서 벗어나 해외 완성차 업체들로까지 거래선을 확대한 글로벌 부품사들이 다수 존재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먼 곳만 향하던 우리의 시야를 주변으로 돌리게 해줬고, 살펴보니 우리에겐 생각보다 훌륭한 이웃이 있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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