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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당선] '포스트-탄핵' 보수정당의 주춧돌 놓였다


입력 2020.05.09 04:00 수정 2020.05.09 03:4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복당 전력, 질문·토론 과정서 전혀 거론 안됐다

20대 임기 지배했던 복당파vs잔류파 싸움 종식

적재적소 원내지도부로 최대의 역량 끌어낼 듯

"패배의식 극복…절박한 집권의지 '하나의 팀'"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자총회에서 당선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자총회에서 당선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이 경선에서 전체 84표 중 59표를 득표하는 압도적인 지지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것은 보수정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작의 주춧돌을 놓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통합당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호영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탈당해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에 참여했다가 되돌아온 이른바 '복당파'다.


그럼에도 복당 전력은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전혀 공개적인 쟁점이 되지 못했다. 이날 후보자에게 주어진 공통질문, 현장질문과 후보자 간의 주도권 토론 등 전체 과정에서 주 의원의 복당 전력은 직접적은 물론 우회적으로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같은 모습은 격세지감"이라고 평했다. 20대 국회 첫 해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의결된 이래, 통합당은 이후 임기 3년 내내 탄핵 논란과 평가 문제로 의원들이 둘로 나뉘어 감정 대립과 기싸움을 일삼았다. 크고 작은 당내 경선을 벌일 때에도 복당파와 잔류파로 나뉘어 분란을 벌였다.


21대 국회 개원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같은 구태가 일소됐다. 탄핵 당시의 행보가 전혀 쟁점이 되지 않은 것은 '유권자', 즉 당 소속 의원들의 지형 변화에도 원인이 있다. 84명의 지역구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40명의 초선 당선인들은 탄핵 정국과 전혀 무관하다. 재선 이상이더라도 탄핵이 벌어진 20대 국회 때에 원외에 머물다 이번에 재등원한 의원들 역시 탄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탄핵 행보를 굳이 쟁점화하더라도 정치적인 이득을 꾀하기 어려운 국면이 도래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탄핵 문제를 파고들어 보수정당 의원들과 국민들을 이간하기도 곤란할 전망이다.


지난해 4·3 경남 창원성산 보궐선거 당시 권민호 민주당 후보는 법정토론회에서 강기윤 통합당 후보를 향해 "박근혜는 2017년 법률에 의해 탄핵됐는데, 강기윤 후보는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고 공격했다. 올해 총선에서도 대전 대덕에 출마한 박영순 민주당 후보가 정용기 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후보자 토론회에서 탄핵 문제를 거론했다.


시사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8~19일 이틀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75.6%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공감한다는 응답은 20.0%에 그쳤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민주당이 탄핵에 대한 다수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 문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통합당에 강공을 펼쳤다"면서도 "오늘(8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통합당 의원·당선인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대를 열어젖혔기 때문에 민주당이 더 이상 이같은 '재미'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내 경선 때마다 복당파와 잔류파로 갈려 대립하다가 그 결과에 따라 한 쪽이 직책 인선에서 배제되면서 당의 힘이 사실상 절반만 가동되는 현상도 극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때 복당파가 득세하며 온갖 당직을 독점한다는 평가를 받던 통합당은 지난 2018년 원내대표 경선과 이듬해 2·27 전당대회를 계기로 잔류파에 당권과 원내가 모두 넘어갔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요동치는 당내 상황 속에서 복당파가 득세할 때는 잔류파가 폐족처럼, 잔류파가 득세할 때는 복당파가 폐족처럼 전락했다"며 "당내 역량을 총결집해도 민주당과 맞서기 힘겨웠지만, 한 번도 진정한 의미의 '원팀'이 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이날 선출된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는 탄핵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사들이 주류를 이룬 당선자총회에서 탄핵이 전혀 쟁점이 되지 않은 채 선출됐다. 따라서 향후 원내지도부 구성 과정에서부터 적재적소의 의원·당선인들을 선발해 최대한의 역량을 끌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탄핵의 그림자를 걷어낸다는 것은 우리 당의 오랜 패배 의식을 걷어낸다는 것과 동의어"라며 "이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2022년 대선에서 수권을 준비하는 첫걸음을 제대로 내딛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본인도 이날 수 차례 "우리가 가장 해결해야할 문제가 패배 의식의 극복이다. 패배 의식을 씻는 게 급선무"라며 "이는 절박한 집권 의지가 부족해 생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이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한 가지 사안을 두고 늘 끝까지 대립하며 당내 승복을 하지 않아 합의체의 의사결정을 제 때 제대로 끌어낼 수 없었던 풍토"라며 "21대 국회에서는 출발부터 치열한 당내 토론을 거치되 빠른 결론이 내려지면 모두가 승복해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우리가 '하나의 팀'이 됐다는 것을 보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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