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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⑦] ‘홍대 앞 어벤져스’ ABTB의 ‘츤데레’ 같은 음악


입력 2020.05.06 15:13 수정 2020.08.05 15:2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김보배(하드록통신) ⓒ김보배(하드록통신)

음악은 단순히 귀를 즐겁게 하는 멜로디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의 특성상 한 이야기를 함축해 가사에 담아내는데, 이를 저마다 해석해 듣는 것도 음악을 즐기는 나름의 재미 요소다. 그런 면에서 하드 록 밴드 ABTB가 지난 1일 발매한 정규 2집 ‘데이드림’(daydream)은 대중에게 매우 친절한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력한 사운드에 정교한 연주, 대중적인 멜로디는 물론이고 음악과 한 맥락에 있는 단편소설 ‘백일몽’을 함께 실었다. 또 이 소설을 시각화한 만화도 인상적이다. 하드 록의 특성상 직관적이고 강렬한 사운드를 보이지만 이번 앨범만큼은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지면서 어찌 보면 ‘츤데레’ 같기도 하다.


ABTB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새로운 시도’는 그들의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ABTB는 쿠바/썬스트록의 드러머 강대희, 한음파의 베이시스트 장혁조,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을 주축으로 기타리스트 황린, 곽상규까지 합류한 밴드다. 굳이 앨범을 내지 않아도 ‘홍대앞 어벤져스’ ‘슈퍼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이미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대거 모였지만, 이들은 여전히 도전과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되는 밴드이기도 하다.


- 쟁쟁한 뮤지션들이 모인 만큼 ‘홍대앞 어벤져스’ ‘슈퍼밴드’ 등의 거창한 이름이 붙었는데요.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나요?


자부심이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이런 멤버들이 다시 모이기는 정말 힘들겠다 하는 생각은 자주 해요. (황린)


자부심보단 창피함을 느끼죠. 하하. 자기스스로를 안다는 건 중요하니까요. 그렇게 불러주시는 분들께는 감사함을 전합니다. (대희)


자부심을 느낀다면 멤버들의 이름이 아니라 멤버들과 함께 만든 결과물에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근홍)


- 데뷔 앨범을 낸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상을 수상하면서 음악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수상 경력이 음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요?


음악을 만들다 보면 ‘이게 맞나?’ ‘저게 더 나앗으려나?’하는 순간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갈등의 순간이 맞았다고 해주는 것 같아 심적으로 도움이 된 느낌이에요. (황린)


기분은 좋지만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극히 적다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의 음악을 인정해 주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이 잘 못되지 않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좀 더 잘 해보자’ 같은 심적 도움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대희)


예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그 무게감을 느끼는 중입니다. 이렇게 인정을 받았으니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까지는 아니지만 종종 하게 됩니다. (근홍)


- 정규앨범으로는 무려 4년 만입니다. ‘데이드림’은 어떤 앨범인가요?


ABTB의 2집 앨범이자, ABTB의 각 멤버들의 앨범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가 된 ABTB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집에서는 소수 멤버가 작곡을 주도한 것과 달리 이번 앨범에는 전 멤버가 골고루 작곡에 참여했거든요. (근홍)


개인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소포모어 징크스를 깨뜨려 보자’ ‘다시 듣고 싶은 곡들로 채워보자’ ‘귀에 거슬리는 게 있다면 타협하지 말자’ ‘형님들이 하신 것처럼 멋진 콘셉트 앨범(스토리 메세지와 음악이 함께하는)을 만들어보자’해서 완성된 앨범이에요. 저희가 지나가는 길에 있는 큰 발자국 같은 앨범입니다. (대희)


1집이 나왔을 때 ABTB를 메탈밴드로 아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 굉장히 의아했어요. 그저 감정에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 감정이 불만이나 신경질적인 것들이었고요. 이번 앨범은 장르를 넘어서 그 표현의 폭이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꽤 다양한 풍의 곡들을 담았습니다. (황린)


결국 좋은 ‘Song’이 있어야 오랫동안 즐겨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복잡하고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하면서도 하나의 곡으로, 하나의 앨범으로 완결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신경 쓴 앨범입니다. (혁조)


ⓒ허균(HASH) ⓒ허균(HASH)

-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더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인지 예를 들어 설명 부탁드려요.


기존의 강점은 시끄럽고, 가슴이 뜨겁고, 타이트하고, 정교하다고 보는데 그 것에 더해 메시지 또한 새로운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노래별로 듣는 이의 여러 감성을 이끌어내죠. 거기에 더해서 전체적인 메시지와 스토리 또한 포함해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메시지를 간략하게 얘기하자면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타협하지 않고, 버리지 않는 소중한 것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대희)


우선 강력한 사운드의 질감을 유지하면서, 아니 사실 더 강화되었습니다. 타이탄 스튜디오 오형석 실장님 덕분에 가능했죠. 여하튼 사운드의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레시브 메탈, 아트 록, R&B, 포스트 록, 일렉트로닉 같은 다양한 텍스처를 입혔습니다. 예전 인터뷰에서 퀸(Queen)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나름 그 목표를 달성한 것 같습니다. (근홍)


단적인 예로 일단 수록곡 중에 밴드 곡이 아닌 일렉트로닉 곡이 있습니다. (황린)


- 앨범의 구성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굉장히 품이 많이 들었을 것 같고,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렸을 것 같아요.


오래 걸렸죠. 밴드 스타일 자체도 곡 작업에 시간을 많이 들여서 완성시키는데, 더해서 스토리와 그림 등에도 신경을 썼으니까요. 많은 대화가 필요했습니다. (대희)


사실 구성을 만든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을 했습니다. 그런 구성을 도입하기까지가 시간이 걸렸죠. 예, 맞습니다. 그래서 4년이 필요했죠. (근홍)


- 강대희 님이 직접 단편 소설을 썼네요. 어떤 이야기들을 전달하고 싶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곡 작업을 하며 이번 앨범을 ‘콘셉트 앨범’으로 다 같이 결정했을 때부터 마음속으로 ‘아 그렇다면 당연히 스토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 가사 작업을 하면서 근홍이가 콘셉트의 큰 테두리를 정리하고 밴드가 골격이 되는 테마로 노래를 만들고 세세한 핏줄과 살로 소설의 디테일이 완성된 것 같네요. 선택의 강요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그 속에서 헤매고, 예전의 기억들과 앞으로의 삶을 기다리는 이의 이야기입니다. 읽는 사람 각각의 서로 다른 기억(강요했던 혹은 당했던 기억과 사람, 좋아했던 한 때 푹 빠졌던 일에 대한 기억 혹은 사람 등)이 떠오르길, 그리고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삶의 모양도 다들 다를 테니 진심으로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되묻게 되길 바랐습니다. (대희)


- 이미지와 음악을 일치시키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큰 그림을 각 각 완성시키는, 세세한 글에 음악을 입힌다기보다 이미지화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와 음악이 같이 완성되는 느낌이랄까. 이미지를 같은 방향으로 맞추는 작업이었죠. (대희)


이야기 자체가 실제로 지금 여기의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어서 그것을 상상하면서 작업하는 것은 오히려 가이드가 되어 도움을 많이 주었습니다. 오히려 개인적인 해석의 차이들을 조정하느라 시간이 다른 작업들보다는 오래 걸렸습니다. (혁조)


- 소설을 만화로 표현한 점도 새로운 시도로 보입니다. 그림체도 특이한데, 멤버들이 직접 캐릭터 구체화에 참여한 건가요?


이건 어찌 보면 갑작스런 결정이었는데, 소설의 주인공이 예전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며 음악도 했던, 하지만 재능은 없었던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런 식으로 음악, 글이 있다면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그림도 넣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원래 욕심은 주인공은 재능이 없었지만 이 앨범의 음악, 글, 그림은 전부 좋은 것으로. 뭐 판단은 보고 들으신 분들의 몫이죠. 그림은 앨범 디자인을 한 친구가 정말 고생했어요. 캐릭터 디자인 그림체 등 많이 고민하고, 저희는 고르기만 했습니다. (대희)


- 더블 타이틀곡인 ‘마이피플’ ‘데이드림’의 곡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마이피플’은 굉장히 신나는 템포의 블루지하고 펑키한, 중간에는 사이키델릭한 솔로도 있는 옛날 록 음반들이 연상되는 악곡이죠. 내용상으론 등장인물에게 ‘해봤자 아무것도 안 변해’라고 말하는 사람의 노래입니다. 노래가 좋아서 따라 부르다보면 좀 찝찝한 느낌이 들어요. 반면 ‘데이드림’은 인트로만 3분인 굉장히 긴 호흡의 감상적인 노래입니다…만 끝까지 들으면 분명 감동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기승전결, 널찍한 공간감, 반전, 떼창, 기타 후주 솔로 등 좋은 것들만 가득한 노래에요. (황린)


- 멤버별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꼽아주세요.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마는 굳이 꼽자면 ‘나이트메어’와 ‘데이드림’인데, ‘나이트메어’는 곡 길이와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끝을 본 노래이자 연주 할 때 한 곡으로 힘이 다 소진해버리는 노래라 애착이가고, ‘데이드림’은 작업할 때 멤버들이 하나가 된 느낌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서 입니다. ‘이래서 밴드를 하는거지’하고 끄덕끄덕하게 된 곡들이죠. (대희)


다 애착이 가지만, 저는 첫 곡인 ‘나이트메어’에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구성으로 곡을 만들기 위해 멤버들과 좀 싸웠거든요. 싸워서 쟁취한 게 제일 맘에 드는 법이죠. (근홍)


저는 ‘마이피플’이 제일 애착이 가네요. 기타리스트인 이상 블루스풍의 연주를 좋아하지 않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요? 펑키한 리듬도, 길고 긴 솔로도 기타리스트로서 좋아하지 않기 너무 힘든 곡입니다. (황린)


저는 ‘어 보이드’(a-void)를 좋아합니다. 80년대 기타팝, 신스팝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에 가장 맞는 노래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이미지를 머리 속에 떠오르게 하는 회화적인 노래라서 그렇기도 합니다. 중간의 길게 이어지는 기타 솔로 부분도 즐겨듣는 파트입니다. 기타가 노래하는 것 같거든요. (혁조)


ⓒ김보배(하드록통신) ⓒ김보배(하드록통신)

- 이번 앨범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ABTB SPIRIT 캠페인으로도 하고 있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리 대단하진 않지만 누가 뭐라 해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그런 것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있잖아.” 그런 것을 잃지 말자. 소중히 하자. (대희)


사실 이번 앨범을 통해 뭔가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기보다는 이미 다들 절감하고 있는 사실을 일깨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도 바로 그 대중의 일원이니까요. (근홍)


- 록 밴드로서 눈길을 끄는 후배 가수, 존경하는 선배가수가 궁금합니다.


이승환 선배님을 정말 존경합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후배들을 위해 진짜 많이 배려해주시는 분이라 그렇습니다. 후배는…. 사실 밴드씬에 선후배 개념이 모호하긴 합니다. 당장 저희부터 겨우 앨범 두 장 낸 애송이들이라. 굳이 꼽자면 배드램이라는 밴드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근홍)


린이가 하고 있는 밴드 해쉬(HASH), 그리고 록큰롤라디오는 항상 너무 좋아하고 있습니다. 밴드 틸더(Tilde)도 좋고요. (혁조)


- ABTB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이 뭘까요. 또 멤버들 개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요.


대중음악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라면 나 자신도 인정할 수 있고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 몇 장의 앨범을 냈습니다만, 이번 ABTB 2집이 그나마 그 목표에 가장 가까운 앨범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근홍)


아마 두 개가 같은데, 꿈같은 이야기지만 레드재플린, 롤링스톤즈, 핑크플로이드 등 전설적인 밴드의 복숭아뼈 근처라도 가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희)


끊임없이 계속해서 음악하기, 제 1의 목표입니다. (황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땀내 나는 음악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다 정년에 맞춰 멋지게 은퇴하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혁조)


- 음악적으로 꾸준히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저주받았다고 생각해요. 어릴 때 받은 저주가 죽을 때 까지 풀리지 않는 것이죠. 꽤 많을 것 같은데요 어릴 때 받은 음악의 저주에서 못 빠져나오는 사람들. 하하. 이 저주가 원동력일 수 있겠네요. (대희)


록이라는 장르가 가진 이미지와 선입견들을 깨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다 보니 록 음악을 찾아 듣지 않은지 꽤 오래 됐습니다. 어차피 록적인 연주를 하는 건 여태까지 해온 거고, 새로운 걸 하기에 가장 쉬운 건 기존에 있던 것들을 합치는 것이고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접목시켜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황린)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는 뮤지션들, 그리고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리스너들, 그리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구체화시켜주는 ABTB 멤버들이 그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근홍)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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