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장고 끝에 악수두지 않기를

입력 2007.11.07 10:31  수정

[프로야구 리뷰②]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올 시즌 55승 68패 3무(승률 0.447)를 기록,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7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도 롯데는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벌써 7년째다. 엄밀히 따지면 양대 리그의 기형적인(?) 시스템 덕분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지난 2000년에도 롯데의 승률(0.504)은 전체 5위로 8년째 4강에 들지 못하고 있다.



잽만 뻗다 판정패 당한 2007년

올 시즌 롯데의 출발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좋았다. 시즌 중반만 돼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멀어졌던 것과 달리 7월까지 39승 45패 3무(승률 0.464)의 선전을 펼치며 가을 잔치의 희망을 이어갔다는 점이 달랐다. 기대가 계속 이어가자 자연스럽게 사직구장을 찾는 팬들도 늘어났다.

롯데는 4월 한 달 동안 손민한-염종석-최향남-장원준-이상목의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이상목을 제외하고는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면서 11승 10패라는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둬들였다. 특히 염종석은 4월 등판한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하는 ‘에이스‘급 투구를 선보이며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4번 타자 이대호와 함께 박현승, 손용석, 정보명, 이승화 등이 쏠쏠한 활약을 해주었던 타선도 롯데가 시즌 중반까지도 가을 잔치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 롯데가 받아든 성적표는 7위였다. 전력 상승 요인이 분명했던 롯데는 이전처럼 허무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천천히,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부지런히 잽을 뻗었지만 결정타 한 번 날리지 못하고 판정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상목이 낙오된 선발진은 6월이 지나자 염종석마저 부상으로 이탈하고 2년차 투수 장원준 역시 급격한 부진에 빠져들었다. 송승준을 이상목 대신 투입했지만 염종석의 빈자리를 대신할 선수가 부족했다. 조정훈, 허준혁 등을 5선발로 올렸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우천으로 인한 경기 취소 덕분에 4인 선발로 후반기를 버틸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전반기 초반 깜짝 활약을 펼쳤던 마무리 투수 최대성은 결국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최대성의 공은 가만있으면 다 볼인데 왜 휘두르는지 모르겠다”며 그의 컨트롤을 꼬집기도 했다.

롯데는 시즌 타율 0.270으로 8개 구단 가운데 2위를 차지했지만 팀 홈런은 76개로 7위였으며 볼넷은 405개로 가장 적게 얻어낸데 반해 삼진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이 당했다. 올 시즌 롯데가 친 홈런 가운데 38%(29개)은 이대호의 스윙에서 나왔다. 8개 구단 타자들 가운데 팀 홈런의 38% 이상을 책임진 타자는 이대호가 유일하다. 롯데에서 홈런 10개 이상 때려낸 타자는 이대호와 강민호(14개) 단 두 명 뿐. 따라서 올 시즌 이대호가 25개의 고의사구를 얻어내며 이 부문 1위에 오른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투수진의 잉여전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이대호를 받쳐줄 타자가 전무했던 롯데는 결국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승부처였던 8월과 9월, 14승 21패(승률 0.400)로 무너지며 ‘가을 잔치’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에 비해 선전을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은 사실상 개선되지 않았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 두지 않기를...

롯데는 시즌이 끝나고 강병철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 새로운 변화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시즌이 끝나고 현재까지 롯데에서 방출된 선수는 무려 10명에 달하지만 여전히 추가적인 방출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 FA로 풀리는 선수들 가운데 이대호를 받쳐줄 만한 강타자 영입 의지도 드러낸 상태다. 물론, FA 영입이 과연 이루어질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구단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우선이 돼야할 감독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라는 점은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데 많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국인 감독 영입설이 나돌고 있지만 과연 롯데를 꾸준히 보아왔던 국내 지도자들과는 달리 롯데 야구와 한국 프로야구에 생소한 외국인 감독에게 촉박한 시간을 주고 팀의 리빌딩을 맡긴다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누구를 더 방출하고 어느 선수를 영입하고 어느 코치진을 구성할 것인지 감독이 영입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모두가 다 불안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마무리 훈련이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자칫 롯데가 확실한 변화를 위해 지나치게 오래 생각을 하다 악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드는 이유다.

구조조정의 의지는 높이 살만하지만 순서가 틀린 것이 내년 시즌에 어떤 결과로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부산은 열광적인 팬을 지닌 매력적인 야구도시다. 이런 열정적인 팬들에게 7년 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프로야구의 비극이다. 롯데가 과연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내고 가을에도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지게 만들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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