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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투자의 한 수'…코로나 맞아 빛나는 SK 바이오 계열사


입력 2020.04.29 11:08 수정 2020.04.29 14:2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최태원 회장, 혁신적인 신약 개발 꿈 이루기 위해 장기적 안목서 꾸준히 투자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 FDA 승인으로 국내 신약 개발 분야서 새 역사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SK팜테코, 글로벌 원료의약품 제조사 부상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최태원 SK그룹 회장. ⓒS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사회적 변화로 산업계도 큰 변화에 직면한 가운데, 그동안 꾸준히 바이오·제약 사업을 육성해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고 있다.


29일 경제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가장 유망한 분야로 부각되는 업종으로 바이오 산업이 지목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벤처캐피탈리스트 36명을 대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유망산업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31.9%가 바이오·헬스케어를 최고 유망산업으로 꼽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건강관리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오·헬스케어에 대한 산업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미래기술 전문가 25명의 자문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한국 사회에 미칠 주요 영향으로 ‘비대면·원격사회로의 전환’과 함께 ‘바이오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미래 유망기술로도 의료와 바이오산업 등을 지목했다.


그동안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제약 사업을 적극 육성해 온 SK그룹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사업을 주력사업으로 도약시킬 기회를 맞게 됐다. 최근 유가폭락으로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에너지·석유화학 사업 실적이 폭락했지만 신사업인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된 것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 최태원 SK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 직원들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

최 회장은 28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할된 백신 전문 계열사다.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시점이 백신 개발에 달린 만큼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기업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이 회사 백신 개발담당 임직원들에게 “코로나19가 확산될수록 백신 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개발에 대한 관심이 압박감으로 다가와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여러 기업이 백신 개발에 도전중이나, SK바이오사이언스처럼 자체 기술과 플랫폼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이뤄낸 경험을 갖춘 기업은 소수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후보물질 발현에 성공했으며 본격적인 동물효력시험 단계에 돌입했다. 또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후보물질 개발사업’에서 우선순위 협상자로 선정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개발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형돼도 우리가 개발하는 백신으로 대응이 가능한가”라는 최 회장의 질문에 “플랫폼은 일종의 기반 기술이라, 변이가 생기더라도 기존에 구축한 플랫폼에 적용하면 빠르게 새로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곤충세포를 활용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만들거나 세균을 활용해 소아장염 백신을 만든 경험을 갖고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2019년 11월 26일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FDA 승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2019년 11월 26일 서울 서린동 SK본사에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FDA 승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도 SK그룹 내에는 다수의 바이오 관련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신약개발을 담당하는 SK바이오팜, 원료 의약품 생산 기업인 SK팜테코가 대표적이다.


최태원 회장은 2002년 바이오 사업의 꾸준한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SK그룹 바이오 사업의 핵심인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 분야에서 국내 바이오산업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해 11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국내 제약사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의 기간과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효과 없이 계속해서 투자가 이뤄져야만 하지만 최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면서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

SK가 바이오·제약사업에 처음으로 뛰어든 것은 1993년이다. 당시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불모지와 같은 제약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 큰 결단이었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였다.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SK는 최 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수천억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실패의 경험도 있었다. 지난 2008년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출시 문턱에서 좌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도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 했다.


이때 역량을 강화했던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고,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도맡을 예정이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와 지원을 이어온 덕분에 FDA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임상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험이 SK바이오팜에 축적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원료의약품 생산은 SK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최태원 회장 특유의 공격적 M&A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지난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였다.


2018년에는 SK(주)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인수 1년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에는 SK(주)가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로 새로 출범시켰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 바이오 계열사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질 바이오 붐에 소외될 수도 있었다”면서 “오랜 기간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해 온 뚝심이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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