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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정치를 낙관하는 이유


입력 2020.04.28 07:00 수정 2020.05.12 09: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여당, 충분한 의석에 역설적으로 겸손해질 가능성 높아

야당, 석패 아닌 참패로 변화 위해 다행스러운 계기 맞아

여야, 싸움 줄어들 것...할 일에 전념하고 성찰과 변신한 듯

국회의사당이 짙은 안개속에 빠져 있는 모습.ⓒ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의사당이 짙은 안개속에 빠져 있는 모습.ⓒ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5 총선 결과는 승자에게는 통쾌했고, 패자에게는 참혹했다.


우파 보수 세력은 멸절 위기에 처한 것 같았고, 좌파 진보 세력은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앞으로 당분간 집권 민주당은 압승 후 무소불위 권력을 사용할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이며 왜소 야당 통합당은 참패 후 재기를 위한 비대위 운영으로 몸부림칠 것이다.


투표권은 없었지만 탄핵 집권 세력의 노선과 행태, 실정에 반대해 심정적으로 보수 우파를 응원했던 사람으로서 현 정세 판단과 제언을 적어 보고자 한다.


우선, 나는 이번의 기록적인 총선 결과가 위기보다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면서 한국 정치를 낙관하고 싶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여당은 더 바랄 수 없는 충분한 의석을 가졌으므로 역설적으로 겸손해질 가능성이 높다. 여유가 있으니 조급할 필요가 없고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 그러면 높은 지지도도 계속 유지될 것이므로 이러한 기조를 즐기며 견지할 것으로 본다.


2) 야당은 석패가 아닌 참패로 변화를 위해 더 다행스러운 계기를 맞게 됐다. 신승이나 분패였으면 과거의 행태를 계속하면서 변화의 채찍을 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폭망한 게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3) 여야간 싸움이 줄어들 것이다. 게임이 안 되기 때문에 싸움의 방식과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는 서로 자기 할 일에 전념하고 성찰과 변신의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수 우파 정치 세력에 나는 이번 패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환골탈퇴(換骨奪胎) 할 수 있을 것인지 하나의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패인을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조국 사태에 보였던 다수 국민의 반문재인, 반민주당 정서가 통합당 표로 나오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내야만 한다.


황교안의 리더십 부재, 김형오의 공천 무리, 차명진의 세월호 터부 발언 같은 것들은 현 정부의 공로가 되어버린 코로나 선방에 비하면 지엽적인 원인들이다.


그러나 코로나 선방보다 더 근원적인 정서가 이른바 부동층에 오래 전부터 상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인정해야 하고,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숙고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1) 그들에게 통합당은 전두환, 박근혜 당이다. 저쪽이 아무리 못하고 마음에 안 들어도 이쪽을 도저히 찍으면 안되고, 찍었다가는 친구들, 직장 동료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당이다.


2) 그들에게 통합당은 가진 자들의 당이다. 부패한 보수,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 꼴통 집단이다. 심지어 이들에게 우호적인 언론의 기자들도 보통의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에 불과하지만, 기득권 세력으로 본다.


2) 그들에게 통합당은 태극기요, 광신도 기독교 신자들과 연결돼 있는 늙은이, 시대 역행, 극단적인 반공주의자들이다. 미래를 보지 못하는 아날로그 사람들인 것이다.


자, 그럼 어떻게 변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1) 40대 영웅이 나타나 깃발을 든다면 좋겠지만, 한국 정치 지형에서는 바라기 어려운 일이고, 실현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2) 김종인 같은 사람이 이번에 기회가 좋으니(반기를 들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 목이 잘렸기 때문에...) 당을 완전히 리셋 시켜 새출발을 하도록 해야 한다.


3) 우선, 당명부터 바꿔라. 중도 우파, 중도 보수를 상징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옹호하는 이름으로 하나 지어 봐야 한다.


4) 수도권의 20~40대 직장인, 여성들, 이른바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토론회를 하든 설문조사를 하든 해서 그들이 보수당을 안 찍은 이유를 샅샅이 밝혀내야 한다.


5) 당을 미래지향형, 복지와 계층갈등 해소, 교육 문제 해결 등의 정책 정당 체제로 바꿔 이미지를 전혀 새로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반대만 하거나 막말 조롱하는 대변인 정치는 끝났다.


그것은 이미 자기 편인 사람들의 카타르시스 제공에만 기여할 뿐 이슈에 따라 이리저리 떠다니는 부동층은 더 멀리 달아나게 해버리는 구태이다. 그 뼈아픈 예가 이번 차명진의 세월호 터부 발언이다.


이제 정당은 정책 대안을 제시할 능력을 가져야만 한다.


다음 대선 때까지는 2년이 남아 있다. 시간은 충분하다. 오히려 잘됐다.


글/정기수 캐나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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