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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무관’ 메시 커리어 오점...감독탓? 메시탓??


입력 2020.04.13 10:20 수정 2020.04.13 13:38        박시인 객원기자 ()

FC바르셀로나서 들어 올린 숱한 우승컵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는 전무

리오넬 메시 ⓒ 뉴시스 리오넬 메시 ⓒ 뉴시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추앙받는 ‘리빙 레전드’ 리오넬 메시(33).


FC바르셀로나에서만 몸담으며 모든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각종 개인 기록을 수차례 경신했다. 현 시점에서 은퇴하더라도 펠레, 마라도나와 어깨를 견줄 선수임에 틀림없다.


클럽 레벨에서의 메시는 이른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이러한 메시에게도 옥에 티는 있다. 국가대표 커리어다. 바르셀로나에서와 달리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우승 경험이 없다. 메시에게 치명적인 오점이다.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로 2016,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포르투갈 대표팀 소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그동안 메시의 대표팀 활약상은 논란의 중심이었다. “팀 동료, 감독들의 클래스가 떨어진다”는 의견 못지 않게 “메시의 부진도 한 몫 했다”는 반박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메시가 변방 국가 출신이었다면 대표팀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다르다. 1978년, 1986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는 축구 강국 아르헨티나는 셰브첸코의 우크라이나, 긱스의 웨일스 등과 결코 같은 비교 선상에 놓일 수 없다.


메시의 첫 번째 메이저대회는 2006 독일월드컵. 4-3-1-2 포메이션에서 에르난 크레스포, 하비에르 사비올라가 투톱, 후안 로만 리켈메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용됨에 따라 당시 19살의 신성 메시는 주로 백업 공격수로 활약했다. 메시는 조별리그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2차전에서 교체 투입돼 1골 1도움을 올리며,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8강 독일전에서 메시는 결장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1-0 앞서던 상황에서 후반 27분 리켈메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에스테반 캄비아소를 투입해 수비 강화에 힘썼지만 후반 30분 미로슬라브 클로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리켈메 없는 아르헨티나는 공격의 창의성에서 아쉬움을 보였고,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조별리그에서 스페인과 함께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 아르헨티나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지만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1년 뒤 메시는 2007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했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앞세워 5경기 16득점을 기록, 무난하게 결승까지 당도했다. 메시도 2골 3도움을 올리며 팀내 주축으로 활약했다.


결승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카카,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등이 불참해 사실상 1.5군이 채 되지 않는 스쿼드였다.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는 도니, 마이콘, 주안, 알렉스, 지우베르투, 미네이루, 조수에, 엘라누, 밥티스타, 호비뉴, 러브가 선발로 나섰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아본단지에리, 사네티, 아얄라, 밀리토, 에인세, 베론, 마스체라노, 캄비아소, 리켈메, 메시, 테베스 가 출장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에 충격적인 0-3 대패라는 치욕을 맛봤다. 메이저대회 준우승 징크스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 2010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전성기로 접어들고 있던 메시는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했다. 당시 마라도나가 감독인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인테르의 트레블 멤버였던 캄비아소, 사네티가 제외되는 등 선수 선발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가볍게 통과했고, 멕시코를 16강에서 3-1로 제압하며 8강에 올랐다. 그러나 4년 전보다 혹독한 결과를 맞았다. 독일과의 8강 리턴 매치서 0-4로 참패했다. 마라도나 감독의 형편없는 전술적 대응 능력은 비판을 받았다.


사실 메시도 5경기 0골 1도움으로 기대치를 밑돌았다. 매 경기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나 30개의 슈팅이 모두 골문을 외면할만큼 스탯은 저조했다.


리오넬 메시 ⓒ 뉴시스 리오넬 메시 ⓒ 뉴시스

1년 뒤 세르히오 바티스타 감독이 지휘하는 아르헨티나는 자국에서 열리는 2011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에 도전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약체 볼리비아와 1-1 무승부, 콜롬비아와 0-0으로 비기며 불안한 스타트를 끊었다. 초청팀 코스타리카를 3-0으로 제압하며 A조 2위로 8강에 진출한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와의 8강전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메시는 4경기 0골 3도움으로 대회를 마쳤다.


2014 브라질월드컵은 메시 커리어의 화룡점정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은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올려놨다.


메시는 세 번째 출전한 월드컵에서 모처럼 빼어난 득점력을 선보였다. 조별리그에서만 4골을 쏟아냈다. 문제는 토너먼트였다. 16강 스위스전에서도 앙헬 디 마리아의 결승골을 도우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결승 상대는 독일이었다. 4강에서 브라질을 7-1로 이긴 독일은 연장에서 마리오 괴체의 결승골로 피파컵을 들어올렸다. 이로써 아르헨티나의 세 대회 연속 독일전 패배였다. 결승전서 이과인과 팔라시오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렸다면 역사가 바뀔 수 있었다.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 수상은 메시를 위로할 수 없었다. 조별리그 4골 이후 토너먼트 4경기 무득점에 그친 메시의 골든볼은 아직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부터 메시의 메이저대회 준우승 징크스는 매년 이어졌다. 타타 마르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아르헨티나는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칠레에게 승부차기로 패했다. 메시는 1번 키커로 성공한 반면 이과인, 바네가가 실축했다. 1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는 골든볼 수상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1년 뒤에도 2016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아르헨티나는 아픔을 맛봤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 대회 우승팀 칠레를 완파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메시는 이 대회에서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 상대는 칠레였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0-0으로 비긴 뒤 운명의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이번에도 신은 아르헨티나를 외면했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패배의 원흉이 됐다.


3대회 연속 메이저대회 준우승은 아르헨티나와 메시에게 큰 상처였다. 메시는 경기 후 눈물을 보였고, 충격에 빠진 듯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2개월 만에 은퇴를 번복한 메시의 도전은 계속됐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의존증은 점점 심화되어 갔다. 메시는 미드필드까지 내려와서 빌드업에 참여하고, 득점과 찬스 메이킹까지 도맡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메시가 결장했을 때 1승 4무 3패에 그친 반면 메시가 출전한 경기에서는 6승 3무 1패를 거뒀다.


대회 본선에서는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올랐다. 수비 조직력과 팀 장악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아이슬란드와 1-1 무승부, 크로아티아에 0-3으로 패하며 탈락이 유력했다.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에서 메시가 환상적인 결승골로 팀을 구했지만 16강 프랑스전 패배를 막지 못했다. 메시는 4경기 1골 2도움으로 네 번째 월드컵 도전을 마무리했다.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대행 체제로 참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시마저 침묵했다. 파라과이전 페널티킥 골이 전부였다. 아르헨티나는 4강에서 브라질에 0-2로 패하며 우승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메시, 역대 메이저대회 팀 성적 (개인 기록)


​2006 독일 월드컵 : 8강 (3경기 1골 1도움)


2007 코파 아메리카 : 준우승 (6경기 2골 3도움)


2010 남아공 월드컵 : 8강 (5경기 0골 1도움)


2011 코파 아메리카 : 8강 (4경기 0골 3도움)


2014 브라질 월드컵 : 준우승 (7경기 4골 1도움)


2015 코파 아메리카 : 준우승 (6경기 1골 3도움)


2016 코파 아메리카 : 준우승 (5경기 5골 4도움)


2018 러시아 월드컵 : 16강 (4경기 1골 2도움)


2019 코파 아메리카 : 4강 (6경기 1골 0도움)


지금까지 메시는 총 9차례 메이저대회에 참가했다. 준우승만 무려 4회다. 메시의 대선배인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우승,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혼자서 5골 5도움으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인 바 있다. 이에 반해 메시는 월드컵 통산 토너먼트에서 8경기 무득점이다.


무엇보다 월드컵보다 훨씬 쉬운 코파아메리카 우승이 없다는 점은 메시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콜롬비아 등 강호가 즐비하지만 코파 아메리카의 참가국 숫자는 월드컵과 유로보다 훨씬 적으며, 아르헨티나의 전력과 선수층을 감안할 때 1993년 이후 27년째 무관은 팬들을 납득시킬 수 없는 요소다.



#대회별 메시의 득점 상대팀


​2006 독일 월드컵 : 세르비아


2007 코파 아메리카 : 페루, 멕시코


2010 남아공 월드컵 : 0골


2011 코파 아메리카 : 0골


2014 브라질 월드컵 : 보스니아, 이란, 나이지리아


2015 코파 아메리카 : 파라과이


2016 코파 아메리카 : 파나마, 베네수엘라, 미국


2018 러시아 월드컵 : 나이지리아


2019 코파 아메리카 : 파라과이



메시가 지금까지 메이저대회에서 골을 터뜨린 상대팀의 면모는 그리 강하지 않다. 메시에게 절망을 안긴 독일, 브라질, 칠레 등과의 맞대결에서는 메시는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메시의 무관이 페케르만, 마라도나, 바티스타, 사베야, 타타, 삼파올리, 스칼로니 등 감독들의 클래스가 떨어졌으며, 오랫동안 공격진 파트너로 함께한 이과인, 아구에로가 부진한 탓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이과인은 메이저대회 통산 12골로 메시(14골)와 근소한 차이다. 심지어 이과인은 토너먼트에서만 무려 8골을 몰아쳤다. 토너먼트에서 4골에 그친 메시보다 크게 앞선다. 아구에로는 메이저대회 통산 9골(토너먼트 2골)을 기록하며 메시, 이과인보다 다소 부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르헨티나는 지난 네 번의 준우승 당시 결승전에서 득점하지 못했다. 이는 모두의 책임이다. 또, 이과인은 2015 코파아메리카 결승전 승부차기, 메시는 2016 코파아메리카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메시가 결장할 때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도 중위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온더볼이나 공격 상황에서 메시의 파괴력은 아직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편으로는 메시가 계륵일 수 있다. 수비 기여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수비 상황에서 활동량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체력을 비축해야만 공격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시의 적은 활동량으로 팀 밸런스가 무너지는 현상을 초래한다. 한 명이 뛰지 않으면 나머지 동료들의 부담이 가중딘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후방 플레이메이커, 빌드업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메시가 3선까지 내려와서 공을 받는 횟수가 많다. 상대 골문과 점점 멀어짐에 따라 2018 러시아 월드컵, 2019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현저하게 저조한 득점력을 보여줬다.


메시는 내년으로 연기된 코파 아메리카,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사실상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풀어낼 기회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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