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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2020] '보수의 품격' 김종인 "포기 생각했지만…나라 너무도 절박"


입력 2020.04.09 09:46 수정 2020.04.09 10:2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공당 의원 후보 입에 올려선 안될 수준의 단어

말 함부로 해서 국민 실망하게 해 죄송스럽다

남은 6일 '이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렸다

통합당에 기회 달라…실망할 일 없도록 하겠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서울 관악갑),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연이은 막말 파문과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대호(서울 관악갑), 차명진(경기 부천병) 후보의 연이은 막말 파문과 관련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국민들 앞에서 머리를 깊이 숙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보수의 품격'에 어긋난 보수정당 후보들의 '막말 파동'에 자신도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여러 번 번민했지만, 나라와 국민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며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9일 오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튿날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돼 최다 의석이 걸린 서울·수도권에 30분 단위로 지원유세 일정이 잡힌 가운데에서도 이동에 앞서 긴급 일정을 잡은 것이다. '막말 사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서울·수도권을 돌기 전, 자신의 책임 아래 이 문제를 매듭 짓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두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해서, 국민 여러분을 실망하고 화나게 한 것 정말 죄송스럽다"라며 "말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입에 올려서는 결코 안 되는 수준의 단어를 내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국의 후보자와 당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언행을 조심하도록 지시했다"며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막말 사태'의 핵심 쟁점은 내용의 사실성 여부를 떠나서 사용한 용어나 문장의 수준이 너무도 저급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서 논란이 된 발언 중에는 국민의 대의대표인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후보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한 단어도 담겨 있다. 중도층이 보수정당에 기대하는 품격을 저버린 점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은 "내가 이 당에 온지, 열하루째"라며 "당의 행태가 여러 번 실망스러웠고, 모두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잠시 생각도 해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생의 마지막 소임'이라면서 시작한 일이고 ‘나라가 가는 방향을 되돌리라’는 국민 목소리가 너무도 절박해, 오늘 여러분 앞에 이렇게 다시 나섰다"라며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550자 안팎의 핵심만 담긴 사과문에서 김 위원장은 총 세 차례 사과를 했다.


전날 '막말 사태'가 불거진 직후, 충청권 지원 유세 현장에 있던 김종인 위원장은 "그 사람 하나로 인해 다른 많은 후보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라며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했다. 그런데도 윤리위 당일 소집은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당직을 맡고 있는 일부 의원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언동을 하기도 했다.


4년전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서 총선을 이끌던 김종인 위원장은 유사한 상황에서 사퇴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사퇴 시사에 직전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자택까지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성품대로라면 이번에도 이런 일이 재연될 수 있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꾹 눌러 참고, '막말' 후보자들을 대신해 사과한 뒤 이날도 지원 유세 일정 소화에 나섰다. 이에는 나라가 직면한 상황이 개인의 실망감으로 인해 거취를 고민하고 진퇴를 논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정국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이 나라가 죽느냐 사느냐'가 걸린 만큼 이제 총선까지 남은 6일 동안 최선을 다해보겠다"라며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한 번만 기회를 주면, 다시는 여러분들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의 전권으로 '막말' 김대호·차명진 후보 문제를 매듭지은 것은 범보수 진영 내에서도 극단적인 일부의 '내부 총질'에 휘둘리지 않고, 총선의 승패를 판가름할 일반 국민들과 중도층의 표심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당장 10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공당의 의원 후보가 공개 회의 석상이나 방송으로 중계되는 토론회에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해 전체 선거 판도에 해악을 끼친 점이 사태의 본질인데, 싸늘해지는 국민들의 시선은 외면한 채 한가한 사실 여부 논란을 벌이거나 이를 이용해 선명성 투쟁에 나서려 하는 우파 일각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극단적 우파 일각에서는 미래한국당에 던지는 정당투표가 사표가 된다는 해괴한 '가짜뉴스'까지 퍼뜨려가며 자신들의 뱃지 등 개인의 영달만을 위하고 있다"라며 "이번에 운동장이 더 이상 기울어지면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생각에서 나선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이런 극단적 일각의 행태에 실망감이 컸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나라의 큰 어른이 실망감을 눌러 참고 국운을 위해 여든 노구를 이끌며 격전지를 찾는 강행군을 하는 모습은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을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결국 문재인정권 심판이라는 선거판의 전체 대의를 보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후보자 몇몇을 살리는데만 관심 있어 하는 일부 극단적 우파 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포함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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